자막에만 나온 스턴트맨 가슴찡한 주연이 되다

2008. 8. 3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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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 새영화-우리는 액션배우다]

그들은 액션배우다. 그들이 `우리는 액션배우다`라고 말하기 전까지 아무도 이 사실을 몰랐을지 모른다. 그래도 그들은 당당한 액션배우였다. `우리는 액션배우다`(감독 정병길ㆍ이하 액션배우다)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같은 대작부터, TV단막극까지 수십편의 작품에 나왔지만, 몰라볼 수밖에 없었던 스턴트맨에 대한 이야기를 솜씨좋게 펼쳐냈다. 영화 틈틈히 폭소를 선사하지만,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는 쉽게 자리를 뜰 수 없는 감동을 안겨주는 솜씨는 진정성과 함께 제대로 힘을 발휘한다.

`액션배우다`는 다큐멘터리는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는 것뿐만 아니라, 스턴트맨에 대한 이해 역시 한단계 앞으로 나갈 수 있게 만든다. 아는 배우는 한명도 없고, 감독도 낯설다. 여러 영화제에서 화제가 됐다는 사실은 혹시나 지루한 예술영화가 아닐까 하는 오해까지 불러일으키지만 `액션배우다`는 재미는 물론, 감동에 있어도 근래 개봉작 중에서 눈에 띄는 영화다. 자, 그럼 어디 살펴볼까. 레디, 액션!

서울 액션영화스쿨 8기. 이 곳은 체계적인 스턴트맨 양성과 영화, 드라마 액션 제작을 위해 무술감독 정두홍이 1998년 설립한 회사다. 2004년 처음에 36명이었던 8기는 혹독한 6개월 과정이 끝나갈 무렵 15명으로 줄어들었다. 감독 정병길은 액션스쿨 수료작에서 감독과 주연까지 맡았으나, 주변의 적극적인 만류로 이번 영화에서는 다행히(?) 감독만 한다.

영화는 아직 스턴트 일을 하고 있는 이들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먼저 잘생긴 신성일. 왕년의 영화배우와 이름만 똑같은게 아니라 얼굴도 잘생겼다. 처음에는 배우가 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받았지만 잘생긴 외모 뒤에 뚝심이 있는 청년이다. 드라마 `쩐의 전쟁`에서 박신양 대역을 맡았다. 또 미용사, 복서를 거친 곽진석은 `복근이 아름답다`는 이유로 액션스쿨 오디션에서 뽑혔다. 위노나 라이더를 좋아해서 미용사가 됐다는 그가 `가위손` 같은 영화를 이야기하며 어눌하게 `위노나 라이더`를 발음할 때면 그의 독특한 캐릭터에 눈길이 간다. 마지막으로 권귀덕. 대구에서 상경한 그는 지금은 차를 가장 잘 뒤집는 `카스턴트`의 고수지만 고교 때부터 대학, 군대까지는 차 정비를 배웠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서 괴물이 처음 출현했을 때 한강으로 떨어지는 역으로 영화에 데뷔했다. 잦은 부상을 겪다가 지금은 가수를 꿈꾸는 권문철도 빼놓을 수 없다.

`액션배우다`가 잔잔한 감성 코드를 가진 `인간극장`과 같은 휴먼다큐멘터리일 것이라고 상상하는 관객도 있겠으나, `액션배우다`는 재기발랄한 편집과 나레이션으로 코믹적 요소가 강하다. 한마디로 코미디영화보다 더 웃긴 다큐멘터리 영화. 액션스쿨 오디션 장면은 적절한 타이밍에 들어가 웃음을 주고, 호랑이를 업어야 앞날이 트인다는 점쟁이 말을 따라 등에 호랑이 문신을 새기느라 빚만 잔뜩 진 세진은 웃음을 주로 담당한다. 제주도 목장에서 일하면서 꿈을 찾아 서울 상경을 하는 세진은 가진 것도 빼어난 재주도 없어 좌충우돌하지만, 우울에 빠져 있을 틈 없이 명랑한 청춘의 자화상이다.

`우리는 액션배우다`는 웃기고 울리는 솜씨가 돋보인다. TV에서 삼촌이 죽는 장면이 나오면 "삼촌 죽지마"를 외치며 우는 조카를 가진 곽진석. 어른들은 빠른 액션신에서 단역으로 등장하는 그를 잘 못 찾는데, 이 귀여운 꼬마 조카는 잠깐 나오는 삼촌을 어떻게 찾았는지 삼촌이 진짜 죽은지 알고 엉엉 운다. 그런데 엄마는 아들이 나왔다는 사실에 매우 기뻐하시며 "야, 너 죽었다"며 좋아하신다고. 이런 이야기들의 적절한 배치는 영화를 맛깔스럽게 만든다.

후반부에는 가슴을 짠하게 울려주는 한방이 있는데, 이 역시 실제 이야기다. 현재 이 쪽 일을 계속하는 건 권귀덕 뿐이다. 무술 조감독과 같은 무술지도로 여러 작품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중. 그러나 이 쪽 일을 계속 하건 안 하건 영화에 나온 모든 이들은 액션배우의 꿈을 품었던 이들이고, 지금도 그 꿈의 자장 안에 살고 있는 이들이다. `액션배우다`는 액션영화인 동시에 청춘영화, 성장영화다. 영화를 보고 나면 아마 그들을 향해 외치고 싶어질 것이다. "당신들은 액션배우입니다"라고. 28일 개봉. 12세 관람가.

오연주 기자(oh@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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