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조은영 기자]
김지운 감독 영화 '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이 개봉 32일째인 17일 손익분기점인 650만 관객을 돌파했다. 개봉 5주차 250개 스크린을 유지하고 있는 '놈놈놈'은 평일 관객 5만, 휴일 관객 8-9만 선을 유지하며 여전한 뒷심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중독성 강한 관람형태나 관객 연령층 분포도 등은 물론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방식에서 새로운 접점을 찾아낸 '놈놈놈'은 마니아적 블록버스터 '
왕의 남자'와는 또 다른 방식의
팬덤을 창출해 내고 있다. 이 흥미로운 오락영화 '놈놈놈'을 제작한 최재원 대표를 만났다.
#. 오락영화적 쾌감
-'놈놈놈'이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이제 좀 한시름 놓을 듯한데.
▲처음 '놈놈놈' 프로젝트를 구상하면서 큰 돈은 벌 수 없겠지만 크게 손해 보진 않을 거라 생각했었다. 또 이미 몇 년 전부터 얘기돼 온 부분이지만 한국 영화시장은 너무 좁다. 월드 와이드 스탠다드에 맞는 오락 영화들에 대한 도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왔다. 그렇게 충만한 의욕을 가지고 시작한 프로젝트인데 즐거울 때나 슬플 때나 영화가 만들어지는 2년 여의 시간 동안 하루도 맘 편한 날이 없더라.(웃음) 개봉하고 나면 좀 편해질 줄 알았는데 매일 숫자 때문에 일희일비하고 있으니 심정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는 듯하다. 무엇보다 쉽지 않은 과정의 결과가 아직 생각만큼은 아니다.(웃음)
-월드 와이드 스탠다드에 맞는 오락영화에 대한 도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하지만 일본 시장에서 제작비 절반을 건지던 시대는 지나갔다. 결국 메인은 한국영화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 김지운 감독이 지닌 미학적 욕망이나 고집들을 떠올렸을 때 비주얼에 대한 만족스러운 결과들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영화의 규모를 고려했을 때 이야기를 풀어가는 소통방식이나 화법에선 다소 걱정스러운 측면도 있었다.
▲일단 아둔한 생각이었는지 모르지만 일본시장이 이렇게 죽으리란 생각은 못 했던 것 같다. 김지운 감독의 경우 너무 쿨하긴 하다.(웃음) 상대의 감정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 물론 전혀 고민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오락영화이기 때문에 감독이 지닌 쿨한 화법이 어떤 부분에선 장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그런 화법을 구사하는 양반이기 때문에 그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세 배우를 데리고 자기 것을 고수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었다고 본다. 그리고 고민했던 것에 비해서는 관객들과의 소통이 이전 영화들에 비해서 상당히 잘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웃음)
-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비교한다면 분명 저비용 고효율로 완성된 영화다. 그러나 한국 시장의 파이를 고려했을 때 투자결정 과정에서 고민이 없진 않았을 듯하다. 무엇보다 촬영기간이 예상보다 많이 길어졌다. 영화의 색을 고려했을 때 겨울 개봉보단 여름 개봉이 더 낳은 결과를 만들었다 생각하지만 결국 제작비 상승은 불가피한 상황이 돼 버렸다.
▲이전 블록버스터들이 100억 가까운 돈을 쓰고 흥행에 실패한 작품들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처음 125-130억 예산에 이 정도 캐스팅으로 오락영화를 만드는 것은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실제로 셋팅을 하고 중국 문제를 정리하면서 보니 일정부분 시행착오는 불가피 했다. 영화가 촬영되는 동안 시장 자체도 상당히 다운사이징이 됐다, 무엇보다 관객들의 눈높이가 이미 '
트랜스포머' 수준에 맞춰져 있는 상황에서 퀄리티적으로 포기할 수 없는 지점들이 생겨났고 촬영기간이 늘어나면서 제작비도 오버됐다. 과연 한국 영화 시장에서 이 정도 규모의 영화를 받아낼 수 있을 것 인가에 대한 고민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지만 김지운 감독이 이런 배우들을 데리고 장르적 실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기에 작심하고 강행했다. 물론 결과를 놓고 이야기 한다면 여러 이견들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과정상으로 놓고 판단하면 오히려 너무 아꼈다는 생각도 든다. 정말 허리띠 졸라매면서, 몸으로 때우고 사정해 가면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했으니까.
-영화를 보면 만든 사람들의 그 같은 악전고투가 눈에 보이긴 한다.(웃음)
▲자긍심이 대단했다. 좋은 것을 넘어 과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근데 후반으로 갈수록 그 자긍심이 열정으로 바뀌더라. 다시 경험하기 힘든 에너지였다 생각한다. 심지어 감독이 오케이를 해도 촬영팀이 한 번 더 가자고 얘기할 정도였으니까.(웃음) 지금 생각하면 너무 럭키한 프로젝트였던 거지. 중간에 업어질 수 있는 가능성도 많았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견뎌주었던 영화다. 홍보과정에서 배우들 참여도가 높았던 것도 한편의 전쟁을 치르면서 쌓인 끈끈한 동지애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짜로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1.2편으로 나눠 개봉하는 거. 솔직히 그 고생을 하며 찍은 장면들이 취사선택 과정에서 무더기로 잘려 나가니까 너무 안타까운 거다.(웃음) 하지만 '놈놈놈'이 스토리가 풍부한 영화는 아니기 때문에 에피소드를 잘랐을 때 화면을 더 보여준다는 의미 이상을 얻긴 힘들겠다는 생각으로 포기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DVD가 너무 기대된다.
-'
괴물'이 크리쳐 무비의 외피를 입은 채 장르를 교묘하게 변용하거나 비틀었던 것처럼 '놈놈놈' 역시 홍보과정에서 웨스턴 무비로 소개됐지만 결과물은 그 같은 장르의 변용과 혼종의 흔적들을 엿볼 수 있다.
▲그래도 같은 오락물이라 쳤을 때 터칭하는 부분들, 감동을 주는 부분에선 좀 다르긴 하다. '괴물이' 가족영화의 성격이 강했다면 '놈놈놈'은 액션 어드벤쳐 무비의 쾌감이 큰 영화니까. 물론 영화의 리듬에 탑승하지 못 하면 어느 순간 굉장히 루즈하게 느낄 수도 있는 영화지만.
#. 캐릭터 영화의 매력
-한국영화에선 보기 드문 쓰리 톱 영화였다. 최근 스타파워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해 있지만 세 배우를 모아놓으니 관객들의 호기심이나 기대감이 증폭되며 일정의 티켓파워를 형성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영화 속에서도 세 배우의 매력을 살려주는 베이스들이 충분히 깔리면서 배우들에 대한 팬덤이 가속화 됐다. 여러 모로 좋은 시너지를 이룬 캐스팅이다.
▲스타성과 티켓파워를 동시에 담보했던 사람은
송강호씨 뿐이고 나머지 두 배우는 그들이 지닌 스타성만큼 티켓파워를 담보한다 볼 수 없었기에 두 사람을 어떻게 수면 위 스타로 만드느냐가 관건이었다. 즉 자기 몸에 맞는 영화 속 캐릭터를 통해 가장 빛날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 주는 것인데 김지운 감독은 그 부분에서 정말 탁월한 사람이다. 또 김지운 감독이기에 세 배우와 커뮤니케이션에서 큰 문제없이 끌어 갈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놈놈놈'은 두 배우가 예전 스타로서 각인됐던 그 모습들을 확인 시켜주는 과정이었다 생각한다. 그들 역시 자신들에게 10대 팬이 돌아왔다는 사실에 감동 먹는다.(웃음)
-'놈놈놈'을 두고 마니아적 블록버스터란 표현을 쓸 수 있을 듯하다. 흥행패턴에 비추어 이전 영화들과 다른 흥미로운 지점들이 눈에 띈다. '왕의 남자'처럼 다층적 해석이 가능한 영화가 아님에도 의외로 반복 관람이 많다. 그만큼 특정 관객들에겐 강한 중독성을 발휘한다는 것인데 이들을 웨스턴 장르에 대한 마니아층으로 보기도 어렵다. 솔직히 이런 반응이 나올 거란 예측은 못 했었다.
▲나 역시 그렇다. 실제 극장을 가보면 반복관람 관객이 절반이상을 차지한다. 21번 봤다는 메일도 받았다. 지적하신 것처럼 웨스턴 장르에 대한 마니아층이 형성된 것으로 보긴 어렵지만 보편타당하게 퍼지는 개념이라기보다 특정 계층에 강한 중독성을 발휘하는 것 같다. 솔직히 이 영화를 제작하며 남자들이 더 좋아할 영화라 생각했었는데 7-80%가 여성 관객들이다. 창이나 도원에게 엄청난 연민을 느끼며 연기하는 배우의 동작 하나하나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 흡사 아이돌 스타에게 보이는 반응과 흡사하다.(웃음) 감독님 역시 거의 배우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고 그 팬들이 번져서 저한테 올 정도니 이것은 분명 생각해 볼 지점이다. 사실 이 정도의 반응이면 천만은 가야하는 분위기인데 왜 안 됐을까 고민되는 순간도 온다. 주변에 안 본 사람도 은근히 많은데 이 정도 수치가 됐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차후 좀 더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영화가 반복관람하게 만드는 코드를 가지고 있다는 것, 되게 중요한 것 같다. 또 그 같은 마니아층이 지속되기만 한다면 '놈놈놈' 시리즈화에 대한 가능성도 충분하는 생각도 들고,.
-'놈놈놈'이라는 것 자체가 이미 브랜드화 되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확대, 변용, 재생산되면서 실속 있는 홍보효과는 덤으로 얻고 있기도 하고.(웃음)
▲그렇다. 방송은 물론 사회적으로 파장된 빠삐놈처럼 다양한 콘텐츠로 생활 속에 침투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영화가 갖게 되는 '놈놈놈'만의 브랜드 효과로 볼 수 있겠다.
#. 10대를 움직이다.
-'놈놈놈'은 기존 대작영화들이 보여준 흥행패턴 공식과도 차별화를 이룬다. 특히 중장년층이 아닌 10대가 영화 흥행의 새로운 복병이 되어주었다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지점이다.
▲방학시즌과 타이밍이 약간 엇나가면서 개봉 첫 주는 적극적으로 극장을 찾은 마니아 관객들이 다수였다. 이후 영화에 대한 여러 찬반 논란이 벌어지며 한때 관객 반응이 냉랭해지기도 했는데 곧 바로 방학을 맞은 십대들이 침투하면서 뒷심이 떨어지지 않고 흥행 속도가 유지 됐다. 최근에는 장년층 관객의 움직임도 보인다.
-영화에서 10대들이 반응하고 흡수했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한국 영화계에서도 면밀히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 이 영화 자체를 캐릭터로 받아들였다는 것이 그들을 움직인 힘이 아닐까? 그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부분들과 '놈놈놈'의 어떤 과정들이 맞닿아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영화를 스토리 중심으로 보는 20대들은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할 수 있는 측면이 있지만 영화를 캐릭터로 따라갔던 사람들에겐 너무 색다르고 재미있는 영화가 된 것이다.
-나 역시 캐릭터 영화로서 '놈놈놈'이 지닌 트렌디한 강점들이 주효했다고 본다. 지금은 캐릭터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세인 예능 프로그램에서 캐릭터 구축을 통해 재미를 만들어 내는 것은 가장 트렌디한 방식이다. '놈놈놈'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각도로 패러디 되고 재활용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또 이 같은 구조에 가장 발빠르게 반응하는 이들이 바로 10대이기도 하고.
▲10대들이 콘텐츠를 접하고 소화해 내는 행태가 이전 방식과는 분명히 다르다. 스토리에 빠졌다면 왜 좋은 놈이 좋은 놈이야 라는 식의 논의를 해야 하는데 오히려 좋은 놈은 멋있다 이상한 놈은 귀엽다는 식의 반응이 나온다. 영화를 소비할 때도 스토리보단 자신이 선호하는 캐릭터를 먼저 따라가더라.
-영화사 측에서도 10대들에게 이런 유형의 반응과 파급력을 발휘하리란 예상을 못 하지 않았나.
▲솔직히 10대 남자애들은 좋아할 줄 알았다. 하지만 액션 때문에 화려해서 좋아하는 것은 극히 일부고 오히려 10대 여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배우들은 물론이고 감독님 까지 독한 지운이란 캐릭터에 천착하는 것을 보며 대단하다고 느꼈다. 영화 끝나고 감독님 사진 나오면 열광적인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온다. 다음에는 김지운 감독 데리고 영화를 찍어야 되나 순간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웃음)
-김지운 감독님 실제 연기 잘 하시지 않나.
▲김지운 감독 뿐 아니라
봉준호 감독도 연기 잘한다. 하지만 이 둘을 연기자로 캐스팅한다면 아트 영화가 될 텐데. 그렇다면 연출은 내가?(웃음)
-어떤 영화가 나올지 전혀 예측 불가능해서 호기심을 자극하긴 한다.(웃음)
▲하하. 어쨌든 영화나 배우 감독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물론 영화인들이 바른손이란 회사에 갖게 된 신뢰감 같은 것을 생각하면 영화라는 것이 돈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전달하고자 하는 것들이 100% 전달됐다고 할 순 없지만 다른 형태로 존재 가치를 인정해 주셨다는 점에선 분명 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는 프로젝트다.
조은영 helloey@newsen.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손에 잡히는 뉴스, 눈에 보이는 뉴스(www.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