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 "수애는 공리보다 더 잠재력 있는 배우"①
[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 이준익 감독은 한때 '남자영화'를 찍는 대표적 감독이었다. 작품들은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여성 캐릭터를 도구화한다는 비판에 늘 시달려야 했다.
매번 새로운 시도로 관심을 끌었던 이준익 감독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작품으로 돌아왔다.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한 전쟁 휴먼드라마 '님은 먼곳에'는 여배우를 전면으로 내세우는 영화다.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배우 수애가 주인공을 맡아 과감히 남성 중심적 역사에 일침을 가했다.
아시아경제신문과 인터뷰를 위해 만난 이준익 감독은 "남성주의 영화를 지향하고 여성을 도구화한다는 비판을 자꾸 들으며 여러모로 반성했다"라고 말하며 "누구나 양성성이 있듯이 나도 내 안에 있는 여성호르몬을 자세히 관찰했다. 여자의 눈으로 남자를 보니까 내 눈이 여자의 눈으로 갈아 끼워지더라. 모든 것을 순이(수애 분)의 시각으로 보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여성의 시선으로 남성의 폭력적이고 무책임한 역사성을 비판하는 '님은 먼곳에'는 수애가 있었기에 가능한 프로젝트였다. "영화 '가족'을 보고 수애를 점찍었다"고 말한 이준익 감독은 "수애의 얼굴에는 속된 말로 암컷의 냄새보다 어미의 냄새가 난다. 난 남성주의자에 마초라서 어미 냄새를 그리워한다. 극중 순이는 단순히 한 남자의 아내일 뿐만 아니라 모성성을 대표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순이 역에 수애만큼 잘 어울리는 배우는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박치는 아니지만 음치였던" 수애를 위문공연단 가수로 훈련시킨 이 감독은 수애의 장점을 무엇보다 목소리에서 찾았다. "여배우에게 중간 톤은 굉장한 밑천이다. 천부적인 조건을 타고난 거다. 좋은 작품, 좋은 감독만 만나면 앞으로 아시아에서 공리보다 더 훌륭한 배우가 될 거라고 장담한다."
'님은 먼곳에'는 미스터리 로드무비다. 이준익 감독은 이 영화를 가리켜 "순이의 눈을 통해 남성적 역사와 이데올로기를 관통하는 오디세이이자 20세기의 히스토리(History)에 따귀를 치는 21세기 허스토리(Herstory)를 담은 은유와 상징의 미스터리"라고 설명한다. '즐거운 인생'이나 '라디오스타'처럼 단순한 영화에 비하면 너무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오독하기 쉬운 영화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기자들로부터 '님은 먼곳에'가 일부분 비상업적이라는 지적을 받고선 "다음 영화는 은유 같은 건 다 빼고 무조건 쉽게 찍을 생각이다"고 농담 섞인 불만을 터트렸다.
아이디어뱅크인 이준익 감독은 '님은 먼곳에' 이후에도 여러 작품을 준비 중이다. '7번 국도'라는 제목의 멜로영화, 불국사 에밀레를 소재로 한 영화, '628'이라고 6.25 발발 3일 후를 그린 영화, '델리카트슨'과 '허드서커 대리인'을 섞은 듯한 컬트영화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 무궁무진한 아이템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는 광대 이준익 감독의 젊은 피는 지금도 펄펄 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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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석 기자 kave@asiaeconomy.co.kr<ⓒ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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