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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거장 올리베이라처럼 죽을때까지 영화 찍고싶어”

헤럴드경제 | 입력 2008.07.11 14:07 | 누가 봤을까? 10대 여성, 제주

 




'님은 먼곳에'이준익 감독

이준익(49) 감독은 "난 감독 재능이 없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1986년 서울극장 선전부장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이 감독은 지난 1993년 데뷔작 '키드캅'이 흥행에 실패한 후 10년 후인 2003년 두 번째 영화 '황산벌'을 만들었다. 그동안은 다시 영화를 연출할 생각도 없었고 주위에서도 말렸다. 대신 외화수입과 한국영화 제작에만 열중했다. '황산벌'은 접촉했던 모든 감독이 연출을 거부해 벼랑끝까지 몰려 메가폰을 잡게 된 작품. 그 후 '왕의 남자'와 '라디오스타' '즐거운 인생'까지 거의 해마다 한 편씩을 연출했고, 오는 24일 신작 '님은 먼곳에' 개봉을 앞두고 있다. 10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세계 영화인들로부터 헌정을 받은 포르투갈의 마놀 드 올리베이라 감독 이야기를 꺼내며 "죽을 때까지 영화를 찍고 싶다"고 말했다. 올리베이라 감독은 올해 100세를 맞은 거장으로 아직도 영화를 만들고 있다.

"'님은 먼곳에'는 남성들의 폭력으로 이지러진 수천년간의 '히스토리'(HIS-stoy)를 '허스토리(HER-story)로 반성하자는 뜻을 담았지요. 순이(수애 분)가 남편(엄태웅 분)을 찾아 남성들이 벌여놓은 참혹한 전장으로 가지 않습니까? 순이의 개인사로 시작하지만 엄한 시어머니와 남편을 두고 살게 되면서 가족사가 되고, 다시 197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한 사회사이자 국가사가 되고 베트남으로 향하면서 세계사로 확대되는 거죠. 결국 모든 이야기는 남자가 무릎을 꿇고 여자에게 용서를 빌며 일종의 고해성사가 이루어지는 마지막 장면을 위한 것이죠."

이 감독은 '님은 먼곳에'로 삶의 다양한 모습 속에서 희로애락이 깃든 결정적 순간을 건져올리는 솜씨와 관객의 감정을 흔들어놓는 이야기 솜씨, 그것을 스크린의 영상으로 만들어내는 솜씨가 모두 다 정점을 향해가고 있음을 증명한다. 주연배우 수애가 아련하게 부르는 노래 '늦기 전에'로 시작하는 영화는 시골의 평범한 한 여인이 베트남의 전장으로 떠난 남편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준익 감독은 남성들이 벌이는 죽음의 굿판, 서로를 가해하는 살육의 현장 한가운데에 여인을 보내놓고 여성성 안에 깃든 삶과 만남, 생명을 향한 경이로운 의지를 보여준다. 숙명에 복종하고 고결하게 사명을 다하는 한 여인의 초상을 통해 남성과 제국주의가 빚어낸 야만의 시대를 반성한다.

이 감독은 "1년 전 인터넷에 뜬 베트남전 당시 한 여가수의 위문공연 사진을 보고 이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며 "한국의 제니스 조플린이라고 생각했던 김추자 씨의 노래를 원래 좋아했고 '라디오스타' 때 작곡자인 신중현 씨를 만났는데 그 작품에 '님은 먼곳에'를 넣으려다 아껴두고 이번 영화에서 쓰게 됐다"고 밝혔다.

이준익 감독은 아직 풀지 않은 이야기 보따리가 많다. 머릿속에는 한국전쟁 발발 후 3일을 다룬 영화, 불국사 창건과정을 다룬 사극, 슬랩스틱 코미디, 창에서 랩까지 한국대중음악사 100년을 다룰 뮤지컬 영화 등 수십개의 아이디어와 시나리오가 떠돌아다닌다. 그가 100세까지 현장을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 이유다.

이형석 기자(suk@heraldm.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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