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결핍 증후군' 걸린 한국영화, 이유는?

고경석 2008. 6. 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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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 한국영화에 멜로가 자취를 감췄다. 장르영화로서 멜로는 물론이고 다른 장르의 영화에서도 로맨스 코드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로맨틱 코미디의 맥도 뚝 끊겼다.

올 여름 개봉되는 한국영화는 '강철중: 공공의 적1-1' '크로싱'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님은 먼곳에' '신기전' 등이다. 스릴러, 액션, 전쟁 드라마 등 규모가 큰 대작들이 주로 개봉하는 계절적 특성 탓이기도 하지만 예년에 비해 눈에 띄게 로맨스의 함량이 줄어들었다.

여름에 개봉하는 한국영화들의 가장 큰 특징은 남자 배우들이 주도하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수애가 단독 주연으로 출연하는 '님은 먼곳에'와 한은정이 출연하는 '신기전'을 제외하면 비중 있는 역할로 등장하는 여배우를 찾아볼 수 없다.

'신기전'에서는 정재영과 한은정의 키스 신이 등장하긴 해도 멜로적 요소는 미약한 수준이고, '님은 먼곳에' 역시 제목과는 달리 로맨스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올 상반기에 개봉된 한국영화만 살펴봐도 멜로영화의 약세는 뚜렷하게 감지된다. 멜로영화나 로맨틱 코미디로 분류될 수 있는 영화는 '6년째 연애중' '기다리다 미쳐' '밤과 낮' '경축! 우리사랑' '그녀는 예뻤다' '뜨거운 것이 좋아' 정도다.

하지만 이중 작가주의 영화와 저예산영화를 제외하면 '6년째 연애중'과 '기다리다 미쳐' '뜨거운 것이 좋아'만 남는다. 관객수도 크게 줄어 '6년째 연애중'이 겨우 110만명을 넘겼고 다른 두 작품은 100만명 미만의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달콤, 살벌한 연인'(228만명), '청춘만화'(206만명),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313만명), '미녀는 괴로워'(662만명) 등이 선전을 펼쳤던 2006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상반기 개봉작 목록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멜로드라마나 로맨틱 코미디로 포장된 영화들이 장르적으로 기대를 배반한다는 점이다. '흑심모녀'는 제목이 주는 느낌과 달리 코미디도 로맨스도 없는 모호한 장르의 영화이고, '무림여대생'은 곽재용 감독의 전작들과 달리 로맨틱 코미디의 요소가 대폭 제거된 채 무협영화로 완성됐다. '날나리 종부전' 역시 도입부 외에는 로맨틱 코미디의 장르적 특성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여배우들이 주도적으로 등장하는 영화가 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 이어 '걸스카우트' '흑심모녀' 등이 상반기에 개봉했다. 이중 멜로드라마 혹은 로맨틱 코미디로 분류할 수 있는 영화는 없다.

여름 대작영화에서 멜로 코드가 사라지고 장르영화로서 멜로영화나 로맨틱 코미디가 자취를 감춘 것은 한국영화가 겪고 있는 위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투자사의 한 관계자는 "멜로영화의 흥행 한계선이 300만명 수준이라 스타 배우가 캐스팅된다 해도 투자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라고 말하며 "최근 들어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시나리오가 줄어드는 반면 스릴러나 미스터리 장르의 시나리오가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멜로영화의 투자 환경 위축은 최근 제작된 작품들의 흥행 실패와 관련이 깊다. 이병헌-수애 주연의 '그해 여름', 황정민-임수정 주연의 '행복', 강동원-이연희 주연의 'M' 등 톱스타들이 출연한 멜로영화들이 연달아 흥행에서 실패했다. 로맨틱 코미디로 분류가 가능한 설경구-김태희 주연의 '싸움'도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님은 먼곳에'를 제작한 영화사 아침의 정승혜 대표는 "투자 환경이 좋지 않을 때는 멜로영화나 로맨틱 코미디로 투자를 받는 게 매우 힘들다"며 "이런 장르는 스타 배우, 특히 남자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이 무척 힘든 데다 스릴러나 액션 장르에 비해 시나리오만으로 완성도를 가늠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는 특징이 있어 투자를 받기 더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충무로의 로맨스 결핍 증상은 하반기 들어 해소될 분위기다. 강혜정-신현준 주연의 '킬 미', 강혜정-박희순 주연의 '우리집에 왜 왔니', 김주혁-손예진 주연의 '아내가 결혼했다', 유진-이동욱 주연의 '그 남자의 책 198쪽', 박진희-조한선 주연의 '기억, 상실의 시대', 조인성-주진모-송지효 주연의 '쌍화점' 등이 하반기에 개봉할 예정이다.한국 멜로영화, 로맨틱 코미디의 부활 가능성에 충무로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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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석 기자 kave@asiaeconomy.co.kr<ⓒ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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