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이병헌 "다리 부러졌지만 오기로 촬영"

2008. 5. 24.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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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감독작 '놈놈놈'서 '나쁜 놈' 연기

(칸<프랑스>=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일본에서 이미 '한류 스타'로 자리를 잡았고 블록버스터 'G.I 조'로 할리우드 진출까지 눈앞에 둔 배우 이병헌이 프랑스 칸에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악랄한 총잡이로 찾아왔다.

제61회 칸 국제영화제에 진출한 김지운 감독의 한국형 웨스턴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에서 '나쁜 놈' 박창이 역을 맡은 것.

그는 24일 오전(현지시각) 칸 해변에서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 자리를 갖고 "식상한 악역 연기가 될까 걱정도 되고 승마를 배우다 다리가 부러지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나중에는 (해야겠다는) 오기가 생겼다"고 출연 계기를 소개했다.

그는 또 "사실적인 악인 연기는 즐겁고 신나는 영화에 걸맞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그보다는 최고가 되기 위해 목숨이라도 거는 질투심 많은 캐릭터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칸에 온 소감은.

▲영화 찍는 것도 힘들었지만 정말 힘든 건 칸 일정 맞추는 거였다. 3개월 전부터 파라마운트에 부탁을 했는데도 워낙 스케줄이 얽힌 상황이라 출발 직전까지 가능성이 계속 번복됐다. 오늘 시사회가 중요하므로 반응이 좋다면 더 이상 좋은 일이 없을 것 같다.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악역을 한번쯤 해보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막상 하려니 재미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더라. 내가 하는 악역 연기가 식상하고 실망스러우면 어쩌나 걱정됐다. 출연한 뒤에는 기대 이상으로 새로운 감정을 많이 경험하게 됐다. 촬영 기간에 묘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어떤 모습의 악역을 연기하려 했나.

▲전반적으로 즐기고 웃을 수 있는 신나는 영화다. 그 안에서 내가 사실적인 연기를 고집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분석하고 따지고 들면 안 맞는 거다.

--말을 처음 배워서 탔다고 하던데.

▲어렸을 때 민속촌에 가서 타본 것과 제주도에서 조랑말 타본 게 전부였다. 말을 타 보니 정말 위험한 동물이더라. 자유자재로 탄다는 정우성도 여러 차례 낙마했다. 한 달 넘게 이 작품을 못 하겠다고 번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침내 하겠다고 한 지 며칠 만에 낙마해 발목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내가 이 영화를 못 하는 게 운명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오기가 생기더라. 내 감정이 중요하지 말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으로 했다. 나중에 승마장에서는 빨리 배워서 운동 신경이 좋다는 말도 들었다.

--촬영 당시에는 어땠나.

▲승마장에서 말과 함께 몸을 맞춰 내달리는 '습보'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 그런데 (코치가) 촬영할 때 감독이 배우한테 그렇게까지 시키지는 않을 거라고 하더라. 그런데 중국에 갔더니 앞뒤에 아무런 장애물도 없으니 습보만 해야 하는 거였다. 처음에는 '난 죽겠구나' 싶었지만 막상 하다 보니 적응이 됐다.

--그럼 다시 말 타는 영화를 찍으면 잘 하겠다.

▲그건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그래도 말은 무섭다(웃음).

--찍기 전에 운동을 많이 한 것 같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어떻게 해야 악랄한 느낌이 살아날까 고민했다. 심리나 성격도 중요하지만 몸이 드러났을 때 깡말랐어도 슬쩍 근육이 드러나는 몸이라면 피도 눈물도 없는 악인으로 보이지 않을까 했다. 다리 다쳤을 때 한 달 반을 쉬었는데 그때 개인 트레이닝을 했다.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했는데 경쟁심이 생기지 않았나.

▲현장에 와 보면 그런 생각이 안 들 거다. 중국 사막 촬영현장은 전쟁터 같다. 해가 쨍 나다가도 1분 만에 시꺼먼 구름이 몰려온다. 비바람에 텐트가 구겨지기도 하고 낮에 더울 땐 40℃까지 올라간다. 기후와 환경으로 인한 고통이 많았다. 그러니 각자 연기만 잘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이번 악역 연기가 배우 생활의 전환점이 될까.

▲더 늦기 전에 이것저것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한다. 그런데 정작 그 안에서 정신없이 하는 사람은 터닝 포인트라는 게 잘 느껴지지 않는다. 나중에 이 상황이 지난 뒤에야 '그때 고생을 많이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

--'놈놈놈' 중국 촬영이 끝나고 'G.I 조' 촬영에 바로 들어갔는데.

▲중간에 한국에 잠깐 들어간 것을 빼면 200일 가까이 집에 못 간 셈이다. 결혼했으면 큰일이 날 뻔했다(웃음).

--한국형 웨스턴은 새로 시도되는 장르인데, 이번 연기가 앞으로 새로운 전형으로 남을 수 있을 것 같나.

▲그렇게 되면 좋겠지. 나보다는 존 웨인처럼 전형적인 총잡이는 정우성이 맡은 '좋은 놈' 역이다. 내가 맡은 역은 최고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늘 하는 인물이다. 아주 작은 부분에 대해서도 질투심이 많다. 겉보기보다 내성적이고. 그리고 좋은 놈이 꼭 좋은 놈인 것은 아니다. 감독님에게 영화 제목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아니라 '나쁜 놈, 더 나쁜 놈, 진짜 나쁜 놈'이라고 바꿔야 하는 거 아니냐고 농담하기도 했다(웃음).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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