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김지운 감독 "흥행 기대는 처음"

2008. 5. 24.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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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경쟁 부문 오른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들고 칸 입성

(칸<프랑스>=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여러 면에서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꼽힌다.

문화적으로는 한국 영화에는 전에 없던 한국형 웨스턴 장르를 발굴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영화 산업에 대한 위기감이 극에 달한 시점에 개봉하는, 무려 제작비 170억 원 규모의 대작이라는 점에서 무거운 기대감을 떠안고 있다.

김 감독은 24일 오후(현지시각) 한국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즐겁게 촬영하고 돌아와 보니 기대감이 엄청나게 커져 있더라"며 "무엇보다 스태프와 배우들이 촬영 현장에서 고생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처음으로 내 영화가 흥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만희 감독의 '쇠사슬을 끊어라'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석양의 무법자(The Good, The Bad, The Ugly)'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김 감독은 "웨스턴 장르의 추격전을 통해 인생이 얼마나 처절한 것인가를 보여주려 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칸에 온 소감은.

▲국내 개봉 버전과 칸 영화제 버전이 다르다. 그런데 칸 버전 자체도 완성본이 아니다. 이렇게 보여드리게 된 게 미안하다. 기대 반, 걱정 반이다. 미완성본을 보냈는데도 (초청작으로) 선택해 준 칸에 경의를 표한다.(웃음)

--국내 버전에서는 결말이 달라지게 되나.

▲보통 영화도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려 대체 엔딩을 가지고 있다. 이 영화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석양의 무법자'에 대한 오마주인데 하나의 버전을 두 번 이상 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다른 버전이 많다. 국내 버전으로는 대중이 가장 좋아할 만한 엔딩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다. 칸 버전은 영화제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개봉작에서는 할 수 없는 그런 버전이다.

--얼마나 달라지나.

▲영화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영화 전반을 이끄는 기준과 해석이. 국내 개봉 버전은 좀더 친숙한 것이 될 것이다. 영화가 음향과 이미지, 효과의 균형이 맞는 상태에서 끊김이 없는 리듬감이 살아야 하는데 아직 더 시간을 가지고 붙여야 한다.

--제작비가 170억 원까지 올라가면서 흥행 부담이 커졌다. 부담을 느끼지 않나.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셋과 함께 (중국에서) 재밌게 놀고 있는데 돌아와 보니 사람들이 걱정하고 궁금해 해서 놀라웠다. 제작비가 높아진 것은 내용에 맞는 그림을 뽑아내다 보니 오버된 것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눈높이를 맞춘 관객의 눈에 들려 하다 보니…. 시스템, 인프라가 탄탄하면 해결될 부분이 있는데 그렇지 않아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몸 고생으로 메운 부분도 많다. 고생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흥행이 돼서 관계자들에게 돌려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처음으로 흥행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시스템의 문제라면.

▲어떤 퀄리티를 위해서라면 풍부한 토대가 있어야 한다. CG로 할 부분을 배우들이 맨몸으로 해냈다. 정우성은 한번은 촬영중 팔이 부러졌는데 촬영을 계속 해야 하니까 병원 치료도 받지 못하고 그대로 계속 찍었다. 나중에 뼈가 저절로 붙었다더라.

--영화는 어떻게 구상했나.

▲송강호와 다음 작품을 함께 하자고 약속했는데 그가 황야에서 말을 타고 쌍권총을 휘두르면 아주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웨스턴은 하고 싶은 장르였다. 방법론을 고민하고 있을 때 이만희 감독의 '쇠사슬을 끊어라'를 봤다. 잊혀진 장르를 재발굴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레오네 감독에 대한 오마주는 어떤 부분에서 드러나나.

▲'석양의 무법자'에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맡은 '더 굿(The Good)'이 영화를 끌고 간다. 일레오 올락이 맡은 역이 '더 어글리(The Ugly)'인데, 이 인물을 중심으로 영화를 끌고 가면 훨씬 재미있겠다 싶었다. 영감과 모티브를 '석양의 무법자'와 '쇠사슬을 끊어라' 두 편에서 얻었다고 보면 된다.

--서양에서 어떻게 볼 것 같나.

▲유럽이나 북미 지역에 먹히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순수하게 장르에 대해 생각했는데, 그동안 코미디, 느와르, 호러를 해 봤고 SF, 웨스턴, 멜로가 남아 있었다. SF는 단편으로 해 봤다고 치고 웨스턴을 꼭 하고 싶었다.

--막상 송강호는 말 대신 오토바이를 타지 않나.

▲송강호가 말을 무서워하더라. '임수정도 타는데 왜 못 타느냐'고 그랬다.(웃음) '쇠사슬을 끊어라'의 허장강이 오토바이를 타고 뚝섬 한가운데를 질주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오토바이를 타면 재밌겠다, 싶었다.

--다른 배우들은 어떤가.

▲이병헌 역시 말을 무서워 해서 힘들었지만 단기간에 배워 멋지게 탔다. 정우성은 워낙 잘 탄다. 각 배우들에게도 어떤 이상적인 지점에 도달하는 성취감이 있었을 것이다. 이 영화는 배우에 대한 존경이기도 하다. 송강호와 처음으로 3번이나 작업한 감독이자, 이병헌과 2번 연속 작업한 감독이다. 거기에 정우성까지 끌어들인 최초의 감독이 아닐까.(웃음)

--중국 현장에서 매우 고생했다고 들었다.

▲다신 중국에서 안 찍는다고 했는데 중독이 됐는지 다시 가고 싶다. 홍어찜을 먹고 다시는 안 먹어야지 했다가 잘 때 생각나는 거랄까.(웃음) 영화 감독이 느낄 수 있는 쾌감을 다 느꼈다. 내가 더 못할 것이 있나 싶기도 하고. 영화란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도록 숙제를 준 영화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나.

▲메시지는 없다. (잠시 뒤에) 대사에도 들어 있지만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질주를 가속화하고, 그 뒤를 쫓고 또 쫓는 것이 인간의 욕망이 빚어낸 풍경이다. 웨스턴 장르의 추격전을 통해 인생이 얼마나 처절한 것인가를 보여주려 한다. 또 너무 거창하긴 하지만 만주 벌판을 시원히 달리는 것은 민족적인 판타지가 아닐까.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겠지만 그걸 오락영화로 표현한 게 아닌가 한다.

--비경쟁으로 온 것이 아쉽지는 않나.

▲경쟁과 비경쟁을 구분하는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경쟁작들은 한 시대의 영화적 시각을 반영하는 것이고 ('놈놈놈'이 상영되는) '갈라 스크리닝'은 영화제의 꽃이라고 한다. '매트릭스' 같은 영화가 작년 황금종려상을 받은 '4개월, 3주 그리고 2일'에 비해 형식뿐 아니라 정신적 부분에서 못한 것은 아니지 않나.

--(올해 경쟁부문에 초청된)클린트 이스트우드를 한번 만나고 싶지는 않은가.

▲음… 영화가 완성된 뒤에 만나고 싶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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