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영화는 몇 번을 다시 봐도 좋잖아요"

입력 2006. 10. 10. 10:50 수정 2006. 10. 1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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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또 재개봉하는 스폰지 조성규 대표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좋은 영화를 다시 극장에서 보는 것 역시 영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문화가 많아지길 바랍니다."

국내에 일본 인디 영화의 붐을 지핀 이누도 잇신 감독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개봉 2주년을 기념해 26일 서울 종로 스폰지하우스(구 시네코아)에서 재개봉한다. 작은 영화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국내 영화 현실에서 이는 분명 특이한 일.

그런데 이런 일을 '감행'하는 영화사 스폰지의 조성규 대표의 태도는 재개봉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뭐 특별한 의미가 있느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처음에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2004년 10월29일 전국 5개 스크린에서 개봉, 3개월간 4만여 명의 관객을 모으며 일본 인디 영화로는 이례적인 히트를 했다. 주연 배우 쓰마부키 사토시와 이케와키 지즈루 역시 인기가 급상승했다.

이에 스폰지는 개봉 1주년을 기념, 2005년 10월29일 영화를 재개봉했고 거기서 그친 것이 아니라 감독과 여배우를 초청하기까지 했다. 그 결과 이미 비디오와 DVD가 출시된 상태에서도 6천여 명의 관객이 들었다.

조 대표는 "사실 6천여 명의 관객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숫자라 우리 역시 무척 놀랐다. 돈을 벌려고 재개봉한 것이 아니라 좋은 영화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왕이면 관객과 같이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추진한 것이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재개봉에서 6천여 명이 봤다는 것은 국내에서 그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겁니다. 이미 TV에서도 방송되고 비디오와 DVD로도 나온 영화인데도 극장을 찾아 다시 보고 싶어하는 관객이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물론 그렇다고 이번 두번째 재개봉에서도 작년만큼의 관객이 들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재개봉을 준비하면서 조 대표는 새롭게 영화의 포스터와 홍보전단을 찍어냈다.

"포스터와 전단 찍는 비용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도 있습니다. 저희 역시 관객이 많이들 것이라 생각해서 하는 것은 아니에요. 다분히 감성적인 계획이지요. 그런데 그런 영화 있잖아요. 때가 되면 생각나는. 날씨가 추워지면 갑자기 따뜻한 어묵이 생각나듯, 10월 말이면 가슴 시린 멜로 영화 한편 보고 싶고, 예전에 본 좋은 작품이 생각나잖아요. 물론 그런 생각을 저희 회사 식구끼리만 공유해도 그만이죠. 하지만 이왕이면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참 그런데 그거 아세요? 이 영화 포스터는 매번 몇만 장씩 찍어내는데 그때마다 동난다는 거요."

올해의 재개봉이 작년과 다른 것은 올해는 종로와 압구정동에 스폰지 전용극장이 생겼다는 것이다. 덕분에 개봉에 따른 부담이 많이 줄어든 것 역시 편안한 '축제'를 가능하게 한다.

"극장 비용이 따로 들지 않으니까 크게 부담 없이 재개봉합니다. 올해야 두번째니까 길게 가봐야 일주일 정도 상영하겠죠. 그것도 하루에 한두 차례 교차 상영이구요. 이런 식으로 언제까지 이 영화를 재개봉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또 관객이 얼마나 들지는 모르겠지만 그 숫자가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이 작업은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좋은 영화를 두고두고 꺼내보고 싶어하는 조 대표의 마음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DVD를 다시 제작하는 것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개봉과 함께 출시됐던 DVD의 서플먼트를 자체적으로 대폭 보강해 올 초 재출시한 것. 배우들의 방한 영상과 이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코멘터리 등을 곁들인 DVD 역시 한정판 3천 장이 모두 팔려나갔다. 조 대표의 마음이 시장의 수요와 통한 것.

"'조제…'는 처음 개봉할 때부터 그런 생각이었어요. '좋은 영화를 영화 자체의 힘으로 한번 승부를 걸어보자' 그래서 광고 하나 안 했고, 작은 영화지만 주연배우를 초청하기도 했죠. 그런데 영화가 성공한 거예요. 덕분에 우리는 우리의 방식과 생각이 옳다는데 확신을 가질 수 있었죠.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우리 회사에게 특별한 작품입니다."

한편 조 대표의 이 같은 '좋은 영화 다시 보기 운동'은 압구정 스폰지하우스에서도 진행된다. 26일부터 11월8일까지 한국 멜로 영화 대표작 10편('클래식' '봄날은 간다' '파이란' '너는 내 운명' 등)이 상영된다.

좋은 멜로 영화 한편 다시 보고 싶은 계절이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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