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500회①] 국민예능, 1000회 향해 '시즌제' 필요하다

한인구 2016. 10. 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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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지난 2005년 4월 23일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한 MBC '무한도전'이 500회를 맞았다.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남자들의 도전이 벌써 500번째 시청자와 만난 것이다. 쉼 없이 10년 넘게 토요일 저녁 안방극장을 책임졌던 '무한도전'은 수많은 변화를 겪었다. 변화하는 방송 환경 속에서 더 나은 웃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시즌제'라는 쉼표가 필요할 때다.

'무한도전'은 방송 초반 쉽게 자리 잡지 못했다. 주말 예능의 한 코너로 시작한 '무모한 도전'은 '무리한 도전' '무한도전: 퀴즈의 달인'에 거쳐 '무한도전'으로 간판을 바꿨다. 프로그램 포맷을 따로 설정하지 않은 채 회차마다 한 주제를 정해 도전한다는 방향은 같았으나 출연자들의 변화도 컸던 시기였다.

방송인 유재석을 중심으로 박명수, 정형돈, 정준하, 노홍철, 김성수, 하하, 조혜련, 이정, 윤정수, 이윤석, 전진, 길, 황광희 등이 '무한도전' 멤버로서 활약했다. 김태호 PD가 연출을 맡은 뒤에는 멤버 구성이 6인 체재로 굳어졌다.

그러나 전진이 군 복무로 하차한 이후 길과 노홍철은 음주운전이 적발돼 '무한도전'을 떠났고, 최근에는 정형돈이 건강상의 문제로 하차를 결정했다.

소와 줄다리기를 하고, 지하철과 달리기 시합을 하는 등 한없이 부족한 능력으로 웃음을 전하던 '무한도전'은 회차가 늘어갈수록 감동을 더 했다. 첫 장기 미션인 스포츠댄스 편에서 모자란 실력에도 최선을 다하는 순간이 전파를 탔고, 보는 이들은 멤버들과 함께 눈물 흘렸다.

소소하게 진행되던 '무한도전'의 도전은 점차 규모가 커졌다. 레슬링, 봅슬레이, 카누 등 비인기 종목에 도전했고, 일본 하시마 섬을 방문해 강제 징용과 위안부 문제를 꼬집었다. 이외에도 '무도 가요제'는 2년 마다 여름을 달궜으며, 여러 형태의 추격전은 '무한도전'의 히트상품이 됐다.

사회적인 이바지를 하면서 '무한도전'은 예능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됐다. '웃음'과 '감동'이라는 섞이기 쉽지 않은 주제를 한데 모으는 것도 '무한도전'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웃음의 영토를 넓혀갈수록 회차마다 재미의 편차가 확연히 드러난다는 평가도 잇따랐다. 제작진의 노력에도 '무한도전'이라는 틀 속에 담아내는 콘텐츠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브랜드가 갖는 상징성과 더불어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차츰 높아진 것도 2010년대 접어들어 '위기론'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원인이 됐다.

그동안 예능프로그램들은 박수를 받으면서 떠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흥행이 될 만한 형태를 만든 뒤 수정 보완하면서 생명력을 불어넣었지만, 시청률이 한계점 아래로 하락하면 개편 시즌에 폐지됐다. 회차를 정해두고 작업을 진행하는 드라마와 달리 첫 방송과 마지막 방송을 조율하는 것이 비교적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이 기존 예능처럼 쓸쓸하게 막을 내리지 않기 위해서는 제작진과 출연자들에게 일정 기간 휴식을 주는 방법이 바람직해 보인다. tvN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SNL코리아' 등은 이미 시즌제 예능프로그램의 성공을 보여줬다. 일주일에 한 편씩 찍어내는 소모적인 제작 형태에서 벗어나 참신한 기획을 독려할 수 있었다.

시즌제가 밑바탕이 된다면 '무한도전'이 선택할 수 있는 콘텐츠의 폭도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태호 PD는 앞서 "2008년부터 TV 플랫폼을 벗어나 영화, 인터넷 등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지만 시즌제가 해결되지 않아 다른 아이템을 해결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방송 송출 수단이 TV에서 온라인 등으로 진화하고 있는 가운데 제작 환경의 개선은 더디기만 했다.

토요일 저녁에 한 편씩 내보내야 하는 '무한도전' 제작진은 제한된 시간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시즌제로 개편된다면 제작진의 아이디어와 자유로워진 출연자들의 스케줄에 따라 밀도 높은 웃음을 전할 수 있을 것이다.

정형돈은 '무한도전'에 대한 부담을 털어놓은 바 있다. 건강이 회복된 뒤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 등에 복귀했지만, '국민예능'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무한도전' 복귀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른 예능프로그램에 비해 보는 이들이 기대하는 바가 그만큼 높아 출연자들에게 부담이 전해져서다.

멤버들의 하차가 있을 때마다 고개 숙여야 했던 '무한도전' 멤버들의 짐도 시즌제가 일정 부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피로도가 쌓인 출연자가 시즌이 끝난 후 잠시 하차하는 방식으로 멤버를 재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시즌마다 새로운 멤버 구성으로 활력을 불어넣을 방법이기도 하다.

시즌제가 재미를 보장하는 수단은 아니다. 하지만 '무한도전'과 같이 10년 이상 사랑받은 예능프로그램에는 또다른 힘을 얻을 수 있는 돌파구가 될 것이다. 시즌제를 통해 TV방송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나면 시간에 덜 쫓기면서 시청자들이 생각하지도 못한 도전을 더욱 과감하게 할 수 있다.

급변하는 시대상이 그대로 녹아드는 예능프로그램이 500회를 방송한다는 것은 축하받아 마땅한 일이다. '무한도전'이 지켜왔던 도전 정신을 드높이고 1000회를 향해 방송사와 제작진이 이제는 시즌제에 대해 깊이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in999@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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