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그림 놓고 "장승업 천재적 필치" 감탄..tvN, '어쩌다 어른' 미술강의 사과
인문학 열풍에 기댄 케이블 채널의 미술 대중 강좌가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중견미술사가 황정수씨는 지난 7일 한국미술정보개발원이 운용하는 한국 미술 사이트 ‘SMART K’에 올린 ‘tvN 미술 강의로 본 인문학 열풍의 그늘’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 미술 비전공자의 미술 강의가 저지른 오류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글은 평소 건당 500∼600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이 사이트에서 이례적으로 8일 현재 10만건에 육박하는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황씨가 문제 삼은 것은 tvN이 인문학 대중화를 표방하며 선보이고 있는 ‘어쩌다 어른’ 프로그램에서 사회학 전공자인 최진기씨가 최근 진행한 ‘어른들의 인문학, 조선 미술을 만나다’라는 제목의 강의다.
황씨는 기고에서 “그(최진기씨)는 단원 김홍도나 조선시대 초상화에 대해 논하고, 친일 미술가들의 그림을 말하고, 한중일 삼국 미술의 차별성에 대해 거침없이 말했다. 많은 이들이 오래 동안 연구를 하여도 쉽지 않은 한국 미술의 특징이 그의 입에서는 쉽게도 설명됐다”면서 “급기야 조선 왕조 마지막을 장식한 천재화가 오원 장승업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한국 미술에 대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을 만들고야 말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강사 최씨가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화가 김은호와 김기창의 친일 이력을 든 뒤, 천재미술가인 장승업은 조선 미술만이 가지는 뛰어난 능력을 보이며 이들의 그림과 다른 차별성을 보인다고 강조하면서 대표적인 예로 김기창의 말 그림과 장승업의 말 그림을 비교했다면서 전했다.
“오랜 세월 그림 공부를 한 필자는 순간 당황하였다. ‘장승업이 이런 말 그림도 그렸나? 저것이 장승업의 그림이야?’ 순간 얼얼했다.”
황씨는 방송에서 예로 든 말 그림은 장승업의 그림이 아니며 서울 어느 대학을 퇴직해 아직도 생존해있는 이모 교수의 그림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강사는 방송에서 “이 그림의 필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이 그림을 자세히 보고 있으면 이중섭의 소가 연상될 정도” “이것이 진짜 조선화”라고 극찬했다고 글에서 썼다.
이와관련 미술평론가 정준모씨는 문제의 그림이 성명과 낙관을 들어 이양원 전 동덕여대 교수의 그림이라고 확인했다.
방송에서는 장승업이 그렸다는 말 그림 뿐 아니라 “어느 작가도 따라오기 힘들만한 천재적인 능력을 보인다”며 파초 그림을 또 른 예로 제시했다. 이 역시 장승업의 그림이 아니라고 황씨는 주장했다. 최 강사는 파초 그림을 두고 “전체를 안 그리고 부분만 잘라 표현한 파격적인 구도로, 잎과 줄기의 구분이 없고, 농담을 이용하여 과감한 빠른 붓질을 이용하여 빨리 그린 천재화가 장승업의 작품”이라며 소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황씨는 문제의 그림이 “추측으로는 현대 동양화가의 빠른 필력으로 그린 수묵화 같은데 (누구 작품인지) 알 수 없었다”며 “우연히 인터넷을 통하여 이 작품이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과 관계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장승업을 소재로 한 영화의 소품으로 쓰였거나 영화에 대필화가로 참여한 화가의 작품이라면 대충 상황이 이해가 될 만 하였다”고 적고 있다. 영화에 쓰기 위해 그린 작품을 장승업의 작품으로 오인하여 소개했다는 것이다.
황씨는 최 강사가 “조선시대의 그림은 ‘동양화’라 하면 안 되고 ‘조선화’라고 해야 한다”고 주장한 대목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황씨는 “‘조선화’라는 명칭은 북한 회화의 한 장르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북한에서 말하는 조선화는 동양화의 맥을 이었으나 채색과 서양화적 기법이 더해진 독특한 양식의 그림을 가리킨다. 단지 조선시대에 그린 그림이므로 ‘조선화’라 불러야 한다니, 이 또한 무슨 무책임한 이야기란 말인가?”라고 밝혔다.
황씨는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한 뒤 “인문학 강의는 홈쇼핑에서 상품을 소개하는 것하고는 다르다. 상품은 잘못되면 돌려주거나 바꿔주면 되지만, 예술에 관한 인문학 강의는 수강생의 머리에 전달이 되면 인생의 가치관 회로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반품하기 어렵다”면서 “이제라도 방송사는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잘못된 점이 확인되면 오류가 있었음을 공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CJ E&M측은 “장승업이 그렸다는 파초도는 진작인지 제대로 검증이 안돼 본방 이후 바로 삭제했다. 군마도 역시 잘못된 그림을 사용한 것이 확인돼 곧 삭제할 예정”이라면서 “방송 전에 제작진이 검증을 했지만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 제작진 실수을 인정하고 오늘 중 홈페이지에 사과 말씀을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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