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의 <복면가왕>, 정말 득보다 실 많았을까?
[오마이뉴스 글:박창우, 편집:곽우신]
▲ <복면가왕>에 출연한 '램프의 요정' 정체는 가수 김경호로 밝혀졌다. |
ⓒ MBC |
김경호는 그 지문이 아주 뚜렷한 가수 중 하나다. 아무리 목소리를 변조해도, 노래 부르는 스타일을 달리해도, 지문을 바꿀 수는 없다. MBC <복면가왕>에 출연한 그가 1라운드 때부터 정체를 들킨(?)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귀로 듣는 '소리'가 비슷할 순 있어도, 마음으로 느끼는 '울림'까지 똑같을 순 없다. 세상에 김경호는 한 명이기 때문이다.
김경호의 <복면가왕> 출연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실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게 그 이유다. 몇몇 시청자의 경우는 김경호의 전성기 시절을 떠올리면서 변해버린 그의 창법에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치는가 하면, 변한 전설의 모습에서 연민을 느끼기도 한다. 어쩌면 득보다 실이 더 많았을 그의 도전은 결국 '가왕에게 무릎을 꿇었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반전보다 더 의미 있었던 김경호의 도전정신
▲ 새로운 도전을 위해 <복면가왕> 출연을 결심한 가수 김경호 |
ⓒ MBC |
하지만 <복면가왕>은 단순한 '추리쇼'가 아니다. 반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음악이다. '복면개그'나 '복면드라마'가 아닌 '복면가왕'이지 않은가. 비록 목소리를 숨길 수 없거나 정체가 금방 들통나더라도, 최선을 다해 무대를 꾸민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시청자 또한 많이 있다.
22일 방영된 <복면가왕>에서 김구라가 남긴 한마디는 이런 시청자의 마음을 잘 대변한다. 김구라는 '램프의 요정'의 정체가 김경호로 좁혀지자 "저런 유명한 가수가 나와서 다른 장르의 음악을 많이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김경호의 도전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맞다. 김경호에게 있어 <복면가왕> 출연은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성대 결절 이후 달라진 그의 창법은 김경호의 전성기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대중의 마음을 100% 만족하게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가면을 쓰고 무대에 오른 것이다. 게다가 이미 리빙레전드의 반열에 오른 그가 도전자 입장에서 <복면가왕>의 문을 두드린다는 것은 분명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대해 김경호는 "가장 부담이 되는 건 '식상함'"이라며, "'맨날 저 친구는' 이런 소리 듣는 게 싫다, 계속 기회가 주어진다면 내가 도전하지 못했던 노래들 계속하면서 앨범이나 프로그램 등을 통해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다"라고 자신의 속마음을 밝혔다.
덧붙여 김경호는 "속이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므로 준비한 3곡 다 부르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목소리만으로 3번째 무대까지 세워주시고 점수를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복면가왕'의 소중한 경험을 발판 삼아 계속해서 멋진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겸손함을 내비쳤다.
잘하는 것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늘 변신하고 도전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그의 진심 앞에서 과연 누가 "예전만 못하다"고 손가락질할 수 있단 말인가?
속이는 게 전부가 아님을 보여준 김경호. 그는 비록 가왕에 오르지 못했지만, 시청자의 마음 한구석에 자신의 지장을 '꾹' 남겼다. 그것만으로도 그의 도전은 충분히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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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박창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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