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할배', 나영석 PD 소원대로 연속극이 되려면

김교석 입력 2015. 5. 11. 12:59 수정 2015. 5. 1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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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우도 좋지만 꽃할배들과 교감이 더 소중하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여행은 끝났다. 꽃할배들의 4번째 여행이었던 <꽃보다 할배> 그리스 편은 시리즈 중 가장 높은 평균 시청률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브랜드의 면모를 보였다. 그런데 양상이 조금 색다르다. 시청률만 놓고 보면 가장 성공적인 시리즈지만, 예전에 비해 이슈도 대폭 줄어들었고 크게 회자되지도 않는다. 전작인 <삼시세끼> 만재도 편의 이슈 규모와 비교하면 차이가 나도 한참 차이가 난다.

요즘 프로그램들은 타겟 시청자를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데 비해 나영석 월드는 폭 넓은 연령층의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 점이 비교적 중년층 이상의 시청자들에게 할배들의 여행이 여전히 유효한 콘텐츠인 이유로 짐작된다. 하지만 높은 시청률에 비해 크게 회자되지도 언급되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할배들과의 뜻밖의 교감에 환호성을 지르던 젊은 시청자들이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했거나, 이탈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이유는 익숙함이다. 할배들과 이서진도 여행에 적응했고 시청자들도 그들의 여행에 익숙해졌다. 출연진들은 '이번 여행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고, 유난히 빨리갔다'고 입을 모은다.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다. 여행의 로망을 느낄 틈도 없이 지나가버렸다. 사실 여행을 꼼꼼하게 따라가지도 못했다. 여행지에서 할배들의 색다른 모습을 만나는 것도, 옛이야기도, 인생에 대한 이야기도 이제는 익숙한 것들이라 두 달 넘게 이 여행에 관심을 가질만한 재미나 감정을 갖기가 쉽지 않았다.

찾아가고픈 로망, 떠나고픈 설렘도 예전처럼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비성수기에 떠난 여행이라는 요인도 작용했겠지만 미지에 대한 기대감, 사람이든 뭐든 새롭게 알아간다는 여행의 설렘과 긴장이 익숙함으로 인해 줄어든 연유가 더 크다. 그래서 어르신들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와 짐꾼 이서진의 서사로 뼈대를 구축했던 <꽃보다 할배>의 여행은 익숙함 속에서 일찌감치 끝나고 말았다.

그런 정황은 예년과 달리 여행 내내 깨알 같이 포진했던 스토리텔링이 잘 보이지 않는데서 나타난다. 별일 아닌 상황에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이 시리즈의 특징적 장치였다. 이번에도 최지우를 과소비녀로 만든 아이스크림집 이야기, 주차하기, 운전하기, 장보기 등의 일상적인 장면들을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보여주려고 했지만 일상을 넘어선 색다른 이야깃거리로 만들지 못했다. 여행 자체에 모두가 익숙해지다보니 큰 사고나 어려움도 없었다. 대신 아무 무리 없이 하루를 마무리했다. 레몬을 함유한 술 한 잔을 나누는 이국의 밤은 즐겁고 뜻 깊겠지만 그 분위기를 카메라로 대중들과 공유하고 공감하기란, 아니 방송 분량으로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았다.

할배들을 미어캣으로 표현하거나 각자의 캐릭터를 부각하던 장면들, 나름의 긴장관계 조성, 여행 중인 할배들에게 청춘과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 듣는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해지지 않자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이 최지우, 그리고 이서진의 '썸'이자 관계다. 할배들을 한 그룹으로 묶고, 이서진과 최지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야기의 배경으로 삼았다. 제작진은 인터뷰를 통해서 회가 거듭될수록 '할배'들로 중심이 넘어갈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할배들의 배낭여행이란 콘셉트 대신 신입 짐꾼 최지우의 좌충우돌 여행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마지막 편에서 여행 분량은 짧게 처리하고, 이서진과 최지우와 식당에 앉아 후일담을 나눈 것은 풀어가는 서사의 주체가 어디에 있었는지 분명하게 드러내는 지점이다. 마지막 회는 여행지가 아닌 서울에서 두 짐꾼의 재회를 다뤘다. 지난 두 달여 간 두바이부터 시작해 방송했던 내용을 복습하는 한 편 마지막까지 이 둘의 관계를 통해 여행의 이야기와 여운을 길게 늘이려는 듯했다. 썸을 타는 듯한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설렘을 주조하고 유독 빠르게 지나가버린 여행을 다시 되돌아보고 곱씹었다.

나영석 PD는 제작발표회와 각종 인터뷰를 통해 이 시리즈를 연속극처럼 하고 싶다고 밝혔다. 나 PD 소원대로 때가 되면 찾아오는 반가운 이야기, 함께 살아간 이야기가 묻어 있는 그런 연속극이 되기 위해선 반가움을 지속시킬 설렘의 감정이 필요해 보인다. <꽃보다> 시리즈의 다음 이야기는 반가움을 넘어서 여행을 떠나고 싶게 바람을 불어넣고, 인생에 대한 새로운 로망을 품게 해준 그때의 설렘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음 여행은 지금처럼 정선에서 있을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기대와 반가움을 갖기 전에 진한 아쉬움이 남는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외부필자의 칼럼은 DAUM 연예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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