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벤 초과한 '어린이치약', 국민들은 '불안'

정가영 기자 2014. 10. 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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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허용치인 0.2% 초과.."인체 유해 심각"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최근 국민들이 매일 사용하는 치약에 파라벤 등의 성분이 허용치를 초과해 들어갔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특히 어린이가 사용하는 치약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 김재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치약에 함유된 파라벤과 트리클로산 성분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파라벤과 트리클로산이 함유된 치약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의약외품으로 허가가 난 2050개의 치약 중 파라벤이 함유된 치약은 1302개(63.5%), 트리클로산이 함유된 치약은 63개(3.1%)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치약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양이다.

특히 파라벤이 함유된 치약 1302개 중 J사의 '마스크마스터즈어린이튼튼치약'은 0.3%, '참좋은 숯치약'은 0.21%의 파라벤을 함유, 최대 허용치인 0.2%를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트리클로산이 함유된 치약 63개 중 A사의 '토탈클리어 치약', 글라소스미스클라인의 '센소다인에프지피 치약', S사의 '닥터니코케어 치약', P사의 '오스모스니코텐트 치약', A사의 '프오티스케어 치약' 등에는 0.3%의 트리클로산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파라벤, 트리클로산이 함유된 치약을 사용한 뒤 구내염 등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김 의원에 따르면 파라벤이 함유된 치약에 대한 부작용 신고 건수는 2012년 7건에서 2013년 16건으로 전년대비 2.3배 증가했다. 2011년부터 2014년 6월까지 파라벤 함유 치약의 부작용 신고 건수는 총 29건으로, 부작용의 내용은 '구내염'이 7건(24.1%), '효과 없음'이 6건(20.7%), '치아질환'이 4건(13.8%) 순이었다.

파라벤은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시키는 방부제의 일종으로 몸에 한 번 흡수되면 배출되지 않고 혈류에 누적된다. 청소년의 성장기 성호르몬과 관계가 있으며, 여성의 생리주기에 영향을 미치고 성인에게는 유방암, 고환암을 유발할 수 있다.

트리클로산은 살균살충 효과가 있는 화학물질로 자외선이나 수돗물에 들어있는 염소를 만나면 발암물질로 변한다. 여성에게는 갑상선 호르몬 수치에 영향을 미치고, 유방암 위험 증가시키고 남성에게는 정자수 감소나 불임 등의 생식기 영향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트리클로산은 미국에서는 사용이 금지되고 있다. 김 의원은 "트리클로산이 생식과 신체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각종 호르몬의 분비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자, 미국 미네소타주에서는 지난 5월 16일 트리클로산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다"며 "트리클로산 성분이 불임과 암 발병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자, 미국 콜게이트-팜올리브사는 2011년부터 해당 성분의 사용을 전면 중지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와 미국 질병관리센터도 올해 9월 방부제 및 항균제로 사용되는 파라벤과 트리클로산이 임신기간 중 태아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식약처는 화장품과 세정제 등에 대해서는 트리클로산 함량이 0.3%를 초과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지만, 치약에 대해서는 기준치조차 마련하지 않았다"며 "치약처럼 판매나 구매가 자유로운 의약외품의 경우 국민생활과 밀접한데도 불구하고, 시판 후 안전성을 재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의약외품의 성분표기 규정 또한 주요 성분만 기재하도록 하고 있어 소비자가 사용하는 치약에 어떤 성분이 함유됐는지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소비자들이 파라벤과 트리클로산 함유량을 확인하려고 해도 주요 성분이 아니어서 대부분의 치약에서 이 성분의 포함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것이다.

김 의원은 "외국에서 안전성 문제로 시장에서 철수되거나 다른 성분으로 대체되고 있는 유해 성분을 포함한 치약이 우리나라에서는 버젓이 생산, 판매되고 있어 국민의 불안이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들 성분의 유해성에 대한 신속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의약외품에 대해서도 최초 품목 허가 이후 정기적으로 안전성, 유효성을 재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과 유해성분 기준을 조속히 마련해 성분 표기 규정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장이 커지자 식약처는 즉각적인 진화에 나섰다. 5일 식약처는 보도자료를 통해 "치약의 보존제로 사용되고 있는 파라벤의 경우 함량기준을 0.2% 이하로 관리하고 있으며, 이 기준은 EU․일본(0.4% 이하), 미국(기준 없음) 등과 비교해 국제적으로 가장 엄격하다"며 "다만 현재까지 허가된 치약제품 1,300여 품목의 자료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재원 의원실에 제출하면서 그 중 2개 품목에 대하여 파라벤 함량를 잘못 기재해 결과적으로 일부 언론에서 파라벤 기준을 초과한 제품이 유통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게 됐다"고 해명했다.

식약처는 "트리클로산의 경우 치약(의약외품)의 허가·심사 시 품목별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토하고 있어 따로 관리기준을 설정해 운영하고 있지 않다"며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여 매우 죄송하다. 담당 국장을 우선 경고하고 자료 제출자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엄중 문책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6일 김재원 의원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단순 착오로 자료를 잘못 제출했다고 해명하는 것은 국민의 식품·의약품 등 안전관리를 총괄하는 감독기관으로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심각한 문제"라며 "만약 식약처가 자료를 틀리게 제출했다면 그 자체가 그동안 기준 없이 관리 감독을 얼마나 부실하게 했는지를 방증하는 것으로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파라벤이 함유된 어린이용치약 생산실적. ⓒ김용익 의원실 제공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6일 보도자료를 내고 어린이용치약의 파라벤 허용기준치에 대한 제도 개선을 주장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어린이용치약의 파라벤 허용기준치가 구강티슈 등 같은 용도의 다른 제품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설정돼 있다"며 "구강티슈의 파라벤 허용기준치는 0.01%이하인데 반해, 어린이용치약의 파라벤 허용기준치는 0.2%이하로 20배나 높다"고 지적했다.

어린이용치약의 파라벤 허용기준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는 어린이용치약이 피부에 바르거나 씻어내는 '외용제' 기준을 적용받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강티슈는 먹는 '내용제' 기준이 적용돼 0.01%이하의 파라벤 함유량 기준을 적용받지만, 어린이용치약은 '외용제' 중 치약제 기준인 0.2%이하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김 의원은 "업계에서는 안전성을 내세우며 어린이용치약을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 어린이용치약은 성인용치약과 동일한 기준으로 생산․유통되고 있어, 별도의 기준 마련 등 어린이 건강을 위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이다.

김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7월까지 식약처에서 허가받은 어린이용치약 중 파라벤이 함유된 제품은 총 86개 제품이다. 이중 최근 2012년부터 최근 2년간 생산된 제품은 '비앤비베이비오랄크린(보령메디앙스)', '페리오키즈플러스치약(엘지생활건강)', '클리오구름빵키즈치약(금호덴탈제약)', '페리오키즈거품치약(엘지생활건강)', '부광어린이치약(부광약품)' 등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서 어린이 소변에 파라벤이 검출된 연구결과가 알려지기도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2013년에 공개한 '어린이계층의 파라벤류 바이오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분석 대상자 1021명의 거의 모든 소변에서 파라벤이 검출됐고 연령별로는 3~6세에서 월등히 높게 검출됐다.

양치질 횟수에 따른 파라벤 노출 수준을 비교한 결과에서도 하루 양치질 횟수가 많을수록 소변 중 파라벤 농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메틸파라벤, 에틸파라벤, 프로필파라벤, 부틸파라벤 등 검출 여부를 조사한 4종의 파라벤 중 메틸파라벤이 현저히 높게 검출됐다.

김 의원은 "파라벤은 성장기 어린이의 미성숙이나 성조숙증 등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성인보다 영유아와 어린이에게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덴마크는 3세이하에 파라벤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EU소비자안전위원회는 6개월 이하에 사용금지를 권고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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