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뮤지션의 이름을 표기하는 글씨체(로고체)는 단순한 글씨가 아니다. 아티스트의 개성과 이미지, 그들이 보여주는 음악적 색채를 고루 반영한 일종의 상징물이다. 아티스트의 로고체는 단순히 앨범의 콘셉트별로 바뀌기도 하지만, 해외 유명 뮤지션 중 다수는 그들의 이미지와 느낌을 물씬 풍기는 고유의 상징(글씨체)을 따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폰트라 부르지 않고 디자인한 글씨체인 '로고체'라 불리는 이유다.
▶로고체, 해외 뮤지션에겐 일반적
로고체 제작은 해외에서 일반적이다. 대표적으로 영국 출신의 인기 밴드 오아시스(oasis)의 검정 바탕에 둥글고 납작한 흰 글씨(혹은 반대로) 로고는 이들이 내는 앨범마다 항상 찍혀있다. 위치나 크기 등에 변화가 있을 뿐, 늘 고정된 모양의 글씨체로 심지어 붓 터치의 질감까지 동일하다. 비욘세, 백스트리트 보이즈, 프란츠 페르디난드, 타워오브파워, 스타세일러 < 사진 > 등의 뮤지션들도 고유의 로고를 사용한다.
이처럼 개성있는 글씨체는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단번에 드러내기 좋은 장치다. 혹은 음악을 듣지 않고도 대략 그들의 음악 색채를 가늠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디스코 펑크 밴드 가십은 뚝뚝 절제된 음향과 디스코 풍을 반영하듯 날렵한 모양에 유머러스한 느낌의 폰트를 내세운다. 비욘세는 고급스러우면서도 화려한 이미지를 반영한 로고를, 진보적인 사운드의 힙합그룹 블랙아이드피스는 퓨처리즘적 이미지를 로고에 반영했다.
아티스트의 감수성이 깊이 반영된 음악을 추구하는 경우, 그의 느낌을 담은 친필을 앨범에 싣기도 한다. 미국의 유명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모비는 자신의 신보 'Wait for me' 커버를 직접 그렸으며, 데이브매튜스밴드의 이번 앨범 커버 역시 데이브 매튜스 본인이 직접 일러스트레이션과 아트디렉션에 참여했다.
▶아티스트 이미지 업그레이드, 상징 캐릭터도 필수
아티스트를 상징하는 캐릭터도 있다. 글씨가 아닌 이미지 혹은 상징물을 로고 옆에 붙여 지루함을 덜어내고 일종의 디자인 효과를 겸한다. 예컨대 팝의 디바 머라이어 캐리는 그의 화려한 음색과 가창력을 상징하듯, 펄럭거리며 날갯짓하는 나비를 상징 캐릭터로 삼고 있다. 레이디 가가는 만화영화에서 나올 법한 장난기 넘치는 독특한 캐릭터를 반영한 귀여운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옆에 붙인다. 별 로고와 네 명의 멤버를 암시하는 듯한 이미지를 밴드의 상징으로 삼는 스타세일러(Starsailer)의 로고는 디자이너 토니 헝(Tony Hung)이 특별히 밴드의 이름을 기초로 해 만든 것이다.
따로 이미지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특정 앨범의 재킷 이미지가 그들의 브랜드로 각인되는 경우도 있다. 음악보다 혓바닥이 더 유명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롤링스톤즈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혓바닥 로고는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이 밴드의 보컬 믹 재거의 혓바닥 그림을 붓터치로 아방가르드하게 묘사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워홀이 작업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바나나 이미지 역시 밴드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바나나가 연상될 정도로 유명하다. 이처럼 뮤지션과 특정 이미지 혹은 로고체가 브랜드로 자리잡히면, 각종 상품을 제작하는 데도 유용하다. 롤링스톤즈의 혓바닥 이미지가 들어간 티셔츠는 아직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기획사들도 뮤지션 고유의 로고체와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데 눈길을 돌리고 있다. 보편적인 흐름은 아니지만, 빅뱅, 2NE1 등 아이돌 그룹들은 그들의 이미지를 드러내는 로고체를 지니고 있다. 최근 데뷔와 함께 걸그룹의 새로운 신화를 쓰고 있는 2NE1은 퓨처리즘을 반영한 패션, 일렉트로닉 댄스풍의 음악 등을 보여주듯 독특한 글씨체를 고안해냈다. 빅뱅의 정갈하면서도 둥글둥글한 로고체는 이들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이미지가 됐다. 인터넷 상 각종 사이트를 중심으로 빅뱅체가 인기를 끌고 있을 정도다.
그리고 스타의 글씨라는 고유 브랜드를 활용해 상품화하는 것도 새로운 흐름이다. SM기획 측은 소녀시대 아홉 소녀들의 각각의 개성과 이미지를 반영한 '소녀시대 친필 글씨체'를 출시했다. 댄싱퀸 효연, 연기파 유리, 당당하고 활기찬 윤아 등 멤버들의 개성과 매력을 형상화한 9종류의 글꼴은 멤버들의 친필을 반영해 친밀감을 더했다. 소녀시대가 직접 쓴 듯한 글씨를 팬들이 직접 사용할 수 있다는 매력이 더해져 팬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