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송가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이 대세이다. 시청률 상위 20위 프로그램 중 이들 프로그램이 80%를 차지하고, 시사ㆍ교양 프로그램은 4개에 불과하다. 주로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의 드라마와 연예인들의 신변잡기를 이야기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인기다.
이처럼 방송이 편중되고 저급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프로그램과 경쟁해 꿋꿋하게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는 교양 프로그램이 있다. 특히, 교양 프로그램이 뚫기 힘든 아침드라마와 같은 시간대, 예능프로그램이 자라잡고 있는 평일 심야 시간대에 방송되면서도 조용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SBS 월요일 밤 11시에 방송하는 '긴급출동 SOS24'(이하 '긴급출동')는 웬만한 예능 프로그램들을 제치고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가정폭력, 학원폭력, 아동학대 등 각종 사회폭력에 시달리는 피해자를 찾아 문제를 해결하고 사후관리까지 하는 솔루션 프로그램이다. 지난 2일 방송분의 시청률은 14.5%(TNS미디어코리아 기준)로 경쟁프로그램인 MBC의 '놀러와'(14.1%)를 근소한 차이로 앞질렀다. 원래 화요일 밤 11시에 방송됐던 '긴급출동'은 SBS의 월요일 예능프로그램인 '야심만만2'가 시청률 저조로 폐지되자 개편과 함께 방송 요일을 옮겼다. 화요일에 방송될 당시에도 KBS2의 '상상더하기'와 엎치락 뒤치락 하며 1위 자리를 다퉜으나, 한 자릿수였던 이 시간대의 SBS 시청률을 끌어올린 것은 그만큼 마니아층이 두텁다는 방증이다.
KBS1에서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되는 휴먼 다큐멘터리 '인간극장' 역시 10%를 넘는 두 자릿수의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원래 KBS2에서 평일 저녁 7시 반에 방송됐으나 채널과 시간대를 옮겼음에도 프로그램의 인기는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
두 프로그램은 사회적 약자 또는 서민을 주인공으로 하는 리얼 프로그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연예인들이 아닌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소재가 되면서 시청자들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것이 인기요인으로 꼽힌다. 꾸밈없이 그들의 상황을 방송에 옮김으로써 시청자들은 함께 안타까워하거나 공감하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의 주요 시청층은 4, 50대 주부들로 막장 드라마나 자극적인 예능 프로그램에 질린 세대를 흡수한 것도 프로그램 인기에 한 몫하고 있다. '긴급출동'의 경우 자녀를 가진 연령층의 세대가 주된 시청자로, 가정폭력같이 그들의 삶과 크게 동떨어지지 않은 주제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 제작진의 전언이다.
'긴급출동'을 담당하는 SBS의 안용수 CP는 "아동학대나 현대판 노예 등 전통적인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던 일들이 현대 사회에 생겨났는데 지금까지는 이런 모습들을 비췄던 방송이 없었다"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조가 확실하고 이런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사회의 건강성과 정의감의 회복된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지연 기자/jyje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