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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우의 온에어 이야기]대중음악을 빛내는 이들이 있기에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제공하는 효용처럼, 살다 보면 로맨틱코미디 한 편이 보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유희열의 노래를 들을 때도 로맨틱코미디가 떠오릅니다. 토이(Toy)로 활동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럴 때마다' '여전히 아름다운지' '좋은 사람' '내가 남자 친구라면' '스케치북' 같은 그의 노래에선 가슴저린 러브스토리의 서정성과 유쾌한 유머감각이 공존합니다. 특히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은 토이라는 존재를 세상에 알린 노래입니다. 유희열이 서울대 작곡과에 재학 중일 때 발표한 토이 1집(1996)에 수록된 이 노래를 들은 저는 당시 가요순위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다른 노래' '기존 발라드 감수성과 다른 스타일과 형식'에 오히려 귀가 낯설어 하면서도 발보아가 태평양을 발견한 듯한 느낌에 출연 섭외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TV 프로그램에 한 번도 서본 적 없는 유희열은 처음엔 고사했지만, 삼고초려 끝에 김연우라는 보컬과 함께 토요일 6시 생방송으로 데뷔를 했습니다. 수줍어하지만 예술가적인 섬세한, 짙푸르게 선명하던 감수성을 뿜어내면서 피아노 반주를 하던 그가 기억이 납니다. 안경 쓴, 좀 어수룩해 보이는 인상의 보컬은 지금 당대 최고의 실력파 보컬이라고 인정받는 다름아닌 김연우였지요.

유희열이 고등학교 때 만든 노래 가운데 '햇빛 비추는 날'이란 감성적인 발라드가 있습니다. 김장훈이 무명시절 불렀던 이 노래는 토이 1집에도 수록됐습니다. 고등학생의 감수성이라고 믿어지진 않지만 다른 토이의 노래보단 훨씬 더 기존 발라드의 공식을 차용한 곡입니다.

김장훈의 노래에는 김현식 풍의 페이소스(pathos)가 담겨 있습니다. 유희열의 음악에도 알게 모르게 풋풋하고 상큼하게 젊어진 감수성의 김현식의 노래가 숨어 있습니다. 지난 11월1일은 가객이자 가왕인 김현식이 세상을 떠난 지 19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한국사람'. 김장훈이 무명시절 김현식을 존경하면서 만든 그룹입니다. 유희열이 나중에 합류했지요. 동명의 곡이 김현식의 앨범에 처연한 하모니카 멜로디와 함께 살아 있습니다. 그 '한국사람'이 김현식이 세상을 떠나고 추모공연 입장료를 평소보다 몇 배로 올려서 공연했지만, 관객들은 발 디딜 틈 없이 몰려 왔습니다.

대중음악은 친근합니다. 그 역사를 잘 들여다보면 더 친근해집니다. 뮤지션으로서 서로 다른 스타일을 구축한 김장훈과 유희열이 얼마 전 < 음악여행 라라라 > 1주년 특집(25일 수요일 밤 12시35분 방송)에 출연해 자리를 빛냈습니다. 노래 한 곡마다 얼마나 감성에 충실하면서도 '엣지있게' 스타일을 살리며 꾸밀까 회의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며칠씩 연습하면서 이래서 대중음악을 사람들이 사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뮤지션들과 함께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마시면서 음악도 함께 마셨습니다. 유쾌한 행복감이 고단한 일상을 밀어내며 목을 타고 짜릿하게 넘어갔습니다.

< 이흥우 MBC 예능국 PD neoyi@mbc.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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