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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살인마 잭' ★다섯 따내라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사랑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라는 낭만적 속삭임이 파국의 시작이었다.

'살인마 잭'은 아이러니로 점철된 뮤지컬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생명을 살려야 하는 의사는 오히려 사람들의 목숨을 끊어놓는다.

1888년 영국 런던에서 처참하게 매춘부들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잭 더 리퍼'를 소재로 한 체코 뮤지컬이다.

사랑하는 여자 때문에 원치 않는 살인에 연루되는 외과의사 '다니엘'과 '다니엘'에게 신선한 장기를 주기로 약속하고 살인을 저지르는 '잭', 연쇄살인범을 수사하는 강력계 수사관 '앤더슨', 특종만을 노리는 런던타임스 신문기자 '먼로' 등의 욕망이 뒤엉키며 극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46)가 주연하고 데이비드 핀처(47) 감독이 연출한 할리우드 영화 '파이트 클럽'(1999)을 연상케 하는 클라이막스 부분은 전율과 더불어 인간의 본성을 성찰케 한다.

소재는 무겁지만 대형 뮤지컬답게 볼거리가 풍성하다. 특히, 주연배우와 앙상블의 호흡이 조화로워 웅장함을 더한다. 배우들의 대사는 상당 부분 멜로디와 리듬을 타고 있다. 다소 어두울 수 있는 극에 탄력을 부여한다.

음악도 매력적이다. 반주음악을 사용하지 않고 밴드가 포함된 22인 오케스트라의 생생한 연주를 곁들여 극과 음악이 차지게 달라붙는 질감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무대 사용이 눈길을 끈다.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만큼 효과적으로 이용한다. 무대 중앙의 회전 무대는 영화의 장면 전환 방식 중 하나인 와이프 효과를 연상케 한다. 자동차에 부착된 와이퍼처럼 한 방향에서 반대 방향으로 화면을 닦아내는 방식인 와이프가 무대에서도 적용 가능함을 적절한 타이밍으로 보여준다.

무대의 앞쪽 공간에 설치된 미닫이 식의 가림막은 앞뒤의 공간을 현재와 과거로 나누며 영화의 플래시백 같은 효과를 불러온다.

배우들의 연기력도 돋보인다. 1999년 '아가씨와 건달들' 이후 11년 만에 뮤지컬에 출연하는 탤런트 안재욱(38)이 '다니엘'을 연기한다. 안재욱은 다소 작은 체구에도 비운의 주인공이 절정에 내뿜는 폭발적인 에너지를 충분히 감당해내며 호연을 펼친다. 가수로도 활약하고 있는 만큼 가창력도 흠 잡을 데가 없다.

탤런트 엄기준(33) 신성록(27), 뮤지컬배우 김무열(27)이 '다니엘'을 번갈아 맡고 탤런트 유준상(40)과 뮤지컬배우 민영기(36)가 '앤더슨', 가수 김원준(36)과 뮤지컬배우 최민철(33)이 '잭', 뮤지컬배우 김법래(39)와 남문철(37)이 '먼로'를 연기하는 등 뮤지컬계에서 이미 인정받은 배우들을 잘도 뽑아왔다.

'살인마 잭'은 로맨틱한 사랑의 출발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사랑이라는 미명아래 잔인하고 무자비한 행동을 낭만으로 승화시킬 수 없음을 온 몸으로 표현한다. 이를 넘어 도시에서의 인간 소외와 자극적인 소재만을 좇는 미디어의 습성도 꼬집으며 1888년 영국과 2009년 대한민국이 별 반 다르지 않음을 시사한다.

'살인마 잭'은 체코 원작과는 상당히 다르다. 연출을 맡은 왕용범 감독의 "원작의 음악과 회전 무대 정도만 도입했고 대부분 창작했다"라는 말마따나 왕 감독의 의중이 상당히 녹아들어가 새롭게 만들어졌다. 일본 수출까지 준비하는 월드 프리뷰로 대형 뮤지컬로서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사랑하는 '글로리아'를 위해 원치 않는 살인에 얽히다 결국 지쳐버린 '다니엘'이 거울을 통해 살인마 '잭'을 보게 되는 순간 무대 위의 배우뿐 아니라 관객도 피아 구분이 없어진다.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류가 난무하는 뮤지컬 시장에 드물게 묵직한 메시지와 울림을 안겨주는 수작이다.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1차 12월13일까지. 2차 2010년 1월 8일부터 31일까지. 6만~12만원. 엠뮤지컬컴퍼니 02-764-7858

대형 뮤지컬의 묵직함 ★★★★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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