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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시대] "재방송 TV는 옛 말"…공중파 잡는 틈새의 비밀 (종합)
[스포츠서울닷컴 | 나지연·서보현기자] 과거 케이블 방송은 시간 떼우기용 채널에 지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높은 재방률과 지상파를 답습한 진부한 코너, 스타 없는 프로그램들은 시청자에게 외면받기 일쑤였다. '재방송 TV', 'B급 방송' 이라는 오명에 시달린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케이블 TV가 완전히 달라졌다. 일례로 엠넷 '슈퍼스타K'는 8.47% (AGB닐슨미디어리서치)라는 케이블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뿐만 아니다. 티비엔 '재밌는 TV 롤러코스터- 남녀탐구생활'은 코너 속 성우의 말투까지 유행시키며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이제 케이블을 공중파의 하위개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와 동등한 혹은 이를 능가하는 새로운 방송 콘텐츠라는 인식이 형성되고 있다. ▲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소재, ▲ 질적 성장을 이룬 제작 환경, ▲ 새로운 스타의 발굴과 기존 스타의 변신을 이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공중파도 잡는 케이블 방송의 인기 요인을 소재, 제작, 스타로 나눠 살펴봤다. 아울러 케이블이 갖고 있는 한계와 과제도 짚어봤다. 단 범위는 예능과 드라마로 한정했다.

◆ 소재의 진화 - "신선함으로 시심 잡는다"

케이블은 공중파 방송과 태생부터 다르다. 우선 각 채널의 장르가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그 수도 많다. 그렇다보니 공중파와 정면 승부를 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그래서 찾은 해법이 바로 참신한 소재의 발굴이다. 기존에는 없던 아이템, 아이디어 넘치는 시도로 새로운 시청층을 흡수하고 있다.

가장 돋보이는 건 예능이다. 지상파에서 스타들의 리얼 버라이어티가 뜨자 케이블은 일반인들이 참여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승부했다. 엠넷 '슈퍼스타K'와 온스타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큐티비 '에드워드 권의 예스 쉐프'가 대표적이다. 그 결과 일반인을 내세운 케이블 서바이벌 버라이어티는 제작비는 줄이고, 진실성과 공감대는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나타냈다.

토크쇼나 코미디 형식도 공중파와 대비된다. 공중파에 집단 토크가 대세라면 케이블은 스튜디오를 벗어나거나 독특한 게스트 섭외로 그 틀을 깼다. 이런 형식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티비엔 '택시'와 '화성인 바이러스'다. 코미디 프로그램인 '재밌는 TV 롤러코스터'는 공개 코미디를 지양하고 야외 촬영을 통해 비공개 코미디에 가까운 새로운 장르의 코미디 형식을 탄생시켰다.

드라마 소재도 진일보했다. 지상파가 막장 드라마로 흐를 때 케이블은 새로운 형식의 극을 창조했다. 우선 시즌6을 선보이며 인기를 끌고 있는 티비엔 '막돼먹은 영애씨'는 노처녀의 애환과 삶을 다큐 드라마로 풀어냈다. 기존 드라마에서 사용하지 않는 6mm 카메라를 사용한 것도 다큐 형식을 위해서였다. 오씨엔의 '조선추리활극 정약용'는 추리 드라마라는 신장르를 개척했다.

CJ미디어 홍보팀 장수영 대리는 "케이블이 지상파와 경쟁하려면 틈새 시장을 노릴 수 밖에 없는데 대안은 새로운 소재"라면서 "한 예로 실제 제작을 하고 있던 어떤 프로그램은 어디서 본 듯해 과감히 접은 경우가 있다. 이렇게 노력한 결과 기업PR까지 들어오는 실질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제작의 진화 - "질적 향상으로 시선 잡는다"

제작 환경도 진화했다. 이는 "수준이 떨어진다"는 기존 케이블 방송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아무리 좋은 소재와 내용도 그에 걸맞는 질적 수준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 없다. 그런 의미에서 케이블의 제작 진화는 공중파 프로그램과의 경쟁력을 갖추는데 일조한 숨은 힘이라 볼 수 있다.

우선 자체 제작 비율이 늘었다는 점이 눈여겨 볼 만하다. 오씨엔의 경우 지난 2004년 1편에 불과하던 자체제작 프로그램이 이듬해에는 2편, 지난해에는 8편으로 점차 늘어났다. 티비엔의 경우 올해 자체제작 비율이 80%에 이른다. '미세스 타운'처럼 외주가 아닌 자사에서 직접 만드는 프로그램도 생겼다. 이는 케이블 방송사가 이제 공중파 못지 않은 역량을 갖췄다고 해석 가능하다.

제작비도 대폭 늘어났다. 공중파와 견줘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제작비가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 투자되고 있다. 한 케이블 방송 관계자는 "드라마의 경우 KBS-2TV 대작 '아이리스'처럼 수백억원을 들이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들어 일반 지상파 드라마와 비슷한 제작비를 들이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종영한 엠넷 '슈퍼스타K'는 40억원을 쏟아부은 대작으로 이미 유명하다.

참여하는 제작진의 수준도 높아졌다. 카메라 감독을 비롯해서 스태프 라인업이 공중파 못지 않다. 케이블 방송 제작 환경이 신인들의 집합소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서 경력을 쌓은 베테랑들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덕분에 촬영 기법이나 화면 구성이 탄탄해질 수 있었다.

케이블 드라마 '미세스 타운'을 촬영 중인 탤런트 오현경은 "드라마 조명 감독은 오래 전부터 호흡을 맞춰 온 분이었다. 카메라 감독님을 비롯해 제작진들이 SBS-TV 드라마 '태양을 삼켜라' 팀이고 라인업이 훌륭했다"면서 "기존의 케이블 이미지와 달리 지상파 못지 않은 환경이 촬영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스타의 진화 - "신구 조화로 팬심 잡는다"

케이블 프로그램의 가장 큰 문제는 간판 스타의 부재였다. 지상파에서 활약하는 스타들의 얼굴을 보기가 그만큼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B급 신인도 케이블에 오면 A급 스타로 성장한다. 톱스타들이 아무런 선입견없이 케이블로 진출할 정도다. 이런 신구 스타의 조화는 케이블의 장점으로 부각됐다.

초창기엔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출연자가 케이블 방송 고정을 발판삼아 지상파로 진출하는 일이 더러 있었다. 이게 바로 1세대 스타다. 케이블이 스타를 만들었다기 보다는 본인의 끼가 더 특출난 경우에 해당한다. 대표적인게 개성강한 리포터로 인식됐던 노홍철이다. 이 시절 케이블은 그저 성공의 배경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젠 신인의 발굴부터 스타로 키우는 과정까지 케이블이 맡고 있다. 올해 최고의 신인가수로 손꼽히는 서인국은 엠넷의 대국민 오디션 프로젝트 '슈퍼스타K'가 직접 키운 스타다. 지상파 방송에서 케이블 출신 스타들을 섭외하려는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그만큼 스타 탄생에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케이블이 스타와 멀다는 건 옛말이다. 마이너 방송국이란 인식이 무색하게 스타들의 케이블 진출이 활발해졌다. 탤런트 오현경과 박재정, 송선미 등은 드라마로 개그우먼 이성미는 컴백과 동시에 케이블 진출을 확정지었다. 신예 스타를 발굴하는 동시에 기존 스타를 영입하면서 풍성한 라인업을 갖췄다.

오씨엔 이승훈 기획 PD는 "스타들도 이제 지상파와 매체간의 차이를 두지 않게 된 것 같다"면서 "외국 케이블을 경우 영화배우도 케이블 프로그램에 나오는 등 크로스오버현상이 활발한데 이미지 변신을 위해 케이블로 진출하는 스타가 많다. 케이블도 외국처럼 스타를 띄우는 역량이 갖춰진 것 같다"고 말했다.

◆ 극복할 과제 - "접근성 등 노력할 부분 많아"

케이블의 발전은 눈부시다. 각 콘텐츠의 질과 양, 출연자의 면면을 살펴봐도 공중파 프로그램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질낮은 방송이라는 인식도 낮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점을 안고 있다. 낮은 접근성과 높은 재방률, 선정성이나 폭력적인 프로그램이 아직까지 남아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접근성이다. 케이블 방송은 지상파 방송과 달리 찾아보는 시청자가 많지 않다. 채널 점핑 과정에서 괜찮은 방송을 발견하면 보게되는 식이다. 수많은 채널이 존재하는 시장 특성상 프로그램 홍보물이 노출되는 빈도가 낮아 고정시청층을 확보하기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초창기보단 나아졌다곤 하지만 재방률도 여전히 높다. 일례로 '세바퀴'의 케이블 재방횟수는 30회에 가깝다. 지상파와 달리 24시간 내내 돌아가는 방송이라 아침과 저녁, 혹은 격일 등으로 인기 프로그램을 다시 보여주는 사례가 빈번하다. 빼어난 프로그램이 많음에도 지상파와 다르다는 인식은 이 때문이다.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성향도 버리지 못했다. 실제 지난 9월까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선정ㆍ폭력성 관련 제재를 받은 케이블TV 프로그램은 66건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 2005년 29건, 2006년 22건, 2007년 38건, 2008년 64건보다 더 많은 수치다. 시청이 자유롭다는 것을 감안하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케이블 시장은 새로운 도약의 길에 놓여있다. 호평을 받고있는 지금을 어떻게 넘기는지에 따라 발전이냐 후퇴냐가 결정된다. 오씨엔 관계자는 "지금은 케이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연 시점"이라며 "각 매체가 참신한 프로그램을 추구하고 질적 향상을 요한다면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 사진 = tvN, OCN, 엠넷, 스토리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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