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5촌간 살인 배후 곧 밝혀질 것"..'그알' PD 예고

남지은 2016. 12. 29.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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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가 꼽은 2016년 올해를 빛낸 방송 <그것이 알고싶다>
"박대통령 5촌간 살인 선명한 실마리 나올 것"
드러나면 곧바로 후속 방송 내보내기로

[한겨레]

답답한 일 많았던 2016년을 보듬어 준 <그것이 알고싶다> 피디들. 왼쪽부터 도준우, 배정훈, 장경주, 류영우.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박근혜 대통령님, 어제가 성탄절이었는데 산타 할아버지는 어제도 오늘도 다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26일 <에스비에스 연예대상>에서 올해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상을 받은 <그것이 알고싶다> 피디들의 수상 소감은 이랬다. 올 한해 <그것이 알고싶다>를 만든 피디들의 피눈물 나는 역사도 산타 할아버지는 다 알고 계실 거다. 뉴스가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는 하 수상한 시국에, <그것이 알고싶다>는 ‘국민 신문고’ 구실을 톡톡히 했다. 세월호 7시간을 추적한 ‘대통령의 시크릿’ 편은 시청률 19%를 기록했다. “탐사보도가 환영받았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병들었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내년에는 이런 호강 하지 않길 바란다”고 배정훈 피디는 씁쓸해하지만, 지상파 보도가 제구실을 못한다는 불만이 어느 때보다 높았던 상황에서 <그것이 알고싶다>는 유일하다시피 한 버팀목이 돼줬다. 2016년 <에스비에스>에 희망의 등불 하나를 밝힌 주인공들을 26일 서울 목동 사옥에서 <한겨레>가 단독으로 만났다. 취재중인 이광훈, 이큰별 피디를 뺀 류영우, 배정훈, 도준우, 장경주 피디가 참석했다.

■ 검찰·경찰보다 낫다!

누가 <그것이 알고싶다> 피디 아니랄까봐 인터뷰를 하는데 일제히 취재 수첩을 들고 앉았다. 한해를 정리해달라는 말에 “아쉬움만 가득하다”고 자기반성부터 했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좀 더 빨리 취재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쉬워요.”(장경주) “기획안도 내고 했는데, 확실한 게(증거) 없으니까 섣불리 나서질 못했죠. <한겨레>와 <제이티비시> 보도를 밑바탕으로 우리만의 방식으로 만들고는 있는데, 좀 더 빨리 파고들지 못한 언론인으로서 부채의식이 있어요.”(류영우) 배정훈 피디는 한술 더 떠 “올해 별로 한 게 없어서 상을 받는 것도 부끄럽다”고 한다.

이 사람들, 자학이 힘인가? 올 한해 <그것이 알고싶다>는 어떤 때보다 빛났다. 45가지 아이템 중에서 권력형 비리와 인권 문제만 15편이다. 성과도 있었다. ‘엄궁동 2인조 사건의 진실’(10월1일)은 재심 청구를 앞두고 있고, ‘효고현 한인 여대생 사망사건’(5월21일)은 프로그램에서 밝힌 근거들이 힘을 얻어 피의자가 8년형을 선고받았다.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진실’(10월22일)은 물대포의 위험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최근 6주 연속 내보내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아이템은 파이를 키워 ‘박근혜 대통령 5촌간 살인사건 미스터리’(12월17일)까지 건드렸다. 이 정도 얘기를 꺼내고서야, 류 피디가 겨우 “억울한 이들의 한을 풀어주려고 노력한 것은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엄궁동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렸던 한 분이 울면서 전화를 하셨는데, 그 목소리는 잊을 수가 없네요.”(배정훈)

■ 탈모, 협박 등 고통의 산물

<그것이 알고싶다>는 소수정예 시스템이다. 피디, 작가, 조연출, 스크립터 4명으로 구성된 한 팀이 6주에 한번 방송한다. 5주 동안 제작하고 1주일 쉰다. 2~3주 아이템 선정하고 공부하고 2~3주 취재한다. 노동 강도가 상당하다. “배 피디는 휴가 때도 나와서 일을 해요. 취재가 오래 걸리는 아이템이 많다 보니 본인이 희생하는 거죠.”(도준우) “(오촌간 살인사건 취재차 간) 두바이도 휴가 때 가지 않았나?”(류)

정신적 부담감도 크다. “방송이 끝나면 소송 등 감내해야 할 것들이 많아요. 며칠 뒤에도 검찰 조사 받으러 가야 해요.”(배) 피디 6명 중 4명이 탈모의 고민에 시달린다. “전 한해 한해 새치가 늘고 있어요.”(류) “차라리 부럽죠. 전 머리숱이 줄어요.”(배) 때로 협박도 받는다. “방산 비리를 다뤘을 때는 높은 직책의 분이 ‘○○거리, ○○시간에 출퇴근하지 마라’고 하더라고요. 무섭긴 했어요.”(류) “‘오촌 사건’ 뒤에는 악몽도 꿨어요. 밤에 집에 혼자 있으면 무섭기도 하고요. 별 걱정 안 하시던 아버지가 괜찮냐고 전화를 하셨더라고요.”(배) 그래서 피디들은 가족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올리지 않는단다. 배 피디는 “시상식 같은데 자주 나가서 얼굴을 많이 알리는 게 안전하겠다는 생각도 했다”며 웃었다.

4명이 한팀…6개팀이 돌아가며 제작
2016년 45편 중 권력비리·인권이 15편
‘엄궁동 2인조’편은 재심청구 이끌어

“소송당하기 일쑤…검찰 조사받아야
방산 비리 제작땐 협박받기도 했죠”

정보공개 막아서는 공공기관에 화나
“세월호·국정원 더 파헤쳐 보고 싶어
제보가 가장 중요…용기내 주세요”

회사 내부의 압력은 없었을까. “우리한테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건 없어요. 선배들은 시사교양 피디로서 쪽팔리지는 말자는 분위기가 있어요.”(도) 그러나 석연찮은 일들은 벌어진다. ‘오촌간 살인사건’의 편집본이 방송 하루 전날 알 수 없는 이유로 삭제됐다. ‘세월호 화물칸과 연안부두 205호’(12월10일) 방송은 저장해둔 파일이 다운되어 작업한 일부가 날아가기도 했다. ‘강남역 살인사건의 전말’(4월6일) 때는 일베 찾아 삼만리도 했다. “방송 전에 언제 방송한다는 글과 사옥 13층에서 찍은 일베 인증 사진이 일베 게시판에 올라왔어요. 사진을 분석해서 시시티브이까지 확인했는데, 이미 지워지고 없어서 못 찾았죠.”(도) 회사 내부에 일베 직원이 있느냐고 물으니 “일베는 어디에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 공공기관 이중잣대에 분노

도 피디는 “‘강남역 살인사건’이 의도와 다르게 시청자들한테 비춰졌을 때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억울한 사람들, 부당한 공권력에 대한 울분앞에서 협박, 탈모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다. 취재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뭐냐고 물으니 공공기관의 이중적인 잣대라고 한다. “공공기관에서 월급 주며 국민들 잘 관리하라고 어떤 권한을 주는 동시에 생기는 권한이 있잖아요. 그걸 권위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를 많이 봐요. 유불리에 따라 정보를 차단하고 제한하는 걸 보면 화가 나죠.”(배) “사람 찾는 일에만 1주일, 길게는 몇달이 걸리는데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당사자 관련된 기록만 얻더라도 좀 더 파고들 수 있는 것들이 많아요.”(류) 취재한 아이템이 이후 진전이 없을 때 당사자한테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도 했다.

주간 방송이다 보니, 실시간 속보가 쏟아지는 요즘은 갑절의 노력을 해야 한다. “‘대통령의 시크릿’편에서 대통령이 길라임이라는 가명을 썼다는 것도 먼저 알아냈는데, 데일리 뉴스에서 나가다보니 담당 피디가 아주 고통스러워했어요.” 1인 블로거 등 경찰 뺨치는 누리꾼들이 느는 것도 이들을 더 채찍질한다. 최근 누리꾼 자로가 <세월엑스>에서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잠수함 충돌 가능성을 제기했다. 세월호 관련 아이템을 주로 다뤘던 장경주 피디는 “나도 단순히 복원성 문제로 침몰할까에 대한 의문은 있었다”면서도 말을 아꼈다. 그는 세월호와 관련해서는 “화물칸에 철근 외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를 좀 더 파고들 수 없어 밝혀내지 못한 게 아쉽다”고 했다.

■ ‘영장’ 받은 그들…취재는 계속된다

“영장 나왔다.” 배 피디가 <그것이 알고싶다>팀에 배정받았을 때 선배가 했던 말이다. 에스비에스 시사교양국에서 <그것이 알고싶다>는 군대 가는 것과 다름없다. 한번 가면 2~3년은 있어야 하고 노동 강도가 세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나 올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도 피디는 “혼자서 한시간 단독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 선배들이 보내더라. 배 피디도 처음엔 아쉬워하더니 오자마자 형제복지원을 다루고, 세월호까지 하면서 뿌듯해하더라”고 웃었다. 도 피디 자신은 예능피디를 하다가 교양으로 넘어왔다. “친구들이 <그것이 알고싶다>를 하는 나를 보면 가당찮아 해요.” 대학 때 랩 동아리를 만들어 이런저런 대회에서 상도 받았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12월24일)편에 나온 랩도 직접 가사를 쓰고 불렀다. “사회에 이로운 사람이 되고 싶었다”는 장 피디는 <휴먼 다큐-풀빵 엄마>(문화방송) 편을 보고 마음을 움직이는 영상의 힘에 매료되어 다큐 피디를 꿈꿨다.

2017년에도 <그것이 알고싶다>는 쉬지 않는다. 장 피디는 “세월호는 계속 주시하고 있다”며 “국정원에 대해서도 파헤쳐보고 싶다”고 했다. “예민한 정치 사안에 대해 본연의 업무 외에 너무 많이 관여하는데 누가 그걸 주도하는지, 자금 운용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알아보고 싶어요.” 배 피디는 “오촌간 살인사건은 끝까지 파헤칠 것이고, 형제복지원 사건도 한번 더 다뤄야 한다. 이런 시국에 가장 아쉬운 건 그런 인권 문제가 관심 밖의 영역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희망적인 소식은 벌써부터 들린다. ‘오촌간 살인사건’의 배후는 밝혀질 수 있겠다. “남은 건 배후가 누구냐인데, 방송 이후 입을 열려는 사람이 주변에 생겨나고 있다. 곧 선명한 실마리가 나올 것 같다.”(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2017년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제보다. 배 피디는 “제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겠다. 좀 더 용기내어 주시면, 우리가 바라는 나라에 가까워지리라 믿는다. 용기내 주세요”라고 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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