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의 짝다리 논란, 우리 사회 관용이 이 정도인가
[오마이뉴스김종성 기자]
지난 19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진행된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 무대 인사에서 김유정이 '짝다리'를 짚은 채 손톱을 쳐다보고 있는 장면이 촬영돼 인터넷을 통해 확산됐고, 이에 대해 대중들은 '무성의하다', '건방지다', '예의가 없다', '산만하다', '인성이 먼저다' 등의 비판을 가했다. 태도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김유정의 소속사인 싸이더스 HQ는 "자신의 태도에서 비롯된 논란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항상 신뢰해주신 팬 분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김유정은 22일과 23일로 예정돼 있던 영화 관련 인터뷰 일정을 갑작스럽게 취소했다. "김유정이 감기에 심하게 걸려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였다. 인터뷰 장소를 향하던 취재진들은 '허탕'을 쳐야 했다. 그들의 심기가 제법 상할 법하다. 영화 홍보사 측에 따르면, 김유정은 심한 몸살을 앓고 있었음에도 21일 잡혀 있던 무대 인사 일정을 끝까지 소화했던 것이라고 한다. '자고 일어나면 나아질 것'이라 했지만, 결국 몸 상태가 악화돼 병원을 급히 찾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 논란이 됐던 김유정의 무대 인사 장면 |
ⓒ 유투브에서 검색 |
이처럼 김유정을 위한 가장 쉬운 변론은 '고작 18세가 된 어린 소녀에게 지나치게 잔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는 것일 게다. 그렇지만 김유정을 '18세'라는 나이와 '소녀'라는 단어로 '무력화'시키고 싶진 않다. '미성숙함'을 강조함으로써 그를 '보호'의 대상으로 묶어 둘 생각은 없다. 어차피 우린 '모두' 완전하지 않다. '나이'가 '성숙'과 비례한다면, 어른들은, 김유정을 향해 살벌한 비판을 했던 사람들은, 김유정을 꾸짖을 만큼의 '완전함'을 갖춰야만 하지 않겠는가.
'미성숙함'을 강조하는 것이 '책임을 경감시키는 역할'을 할 순 있을지라도 독립적인 인격체인 김유정을 진정으로 위한 변론 방법은 아닐 게다. 따라서 어쭙잖게 김유정을 보호하기에 힘쓰기보다 객관적인 상황들을 짚어보고 우리 자신을 향해 질문을 던져보는 게 훨씬 더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연 김유정이 취했던 행동은 '나이'를 떠나서 그토록 비판을 받아야 할 만큼의 '잘못'이었을까? 또, 문제가 됐던 김유정의 행동이 전체의 '일부'에 불과했고, 그 일부를 제외하면 팬들을 향한 '공손함'을 유지하고 있었던 건 어떻게 봐야 할까.
▲ 논란의 장면은 전체의 일부가 아니었을까 |
ⓒ 유투브에서 검색 |
그러나 이 또한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편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과연 이 한두 장면을 두고 김유정이라는 인격체의 '인성'을 판단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오히려 '포커스'가 '마이크를 쥔 사람'에게 넘어가는 무대 인사의 특성상 그 정도는 충분히 가능한 행동이 아니었을까? 실제로 다른 배우들도 각자 잡담을 하는 등 다른 행동들을 취하기도 한다. 그만큼 무대 인사는 '딱딱한' 자리라기보다는 좀더 자유롭고 편안한 행사다.
마음이 아프다. 진짜 마음이 아픈 이유는 '김유정' 때문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이 정도의 관용도 베풀지 못할 만큼 강퍅해져 있었던가, 라는 자책 때문이다. 어쩌면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정치적 상황이 주는 극심한 짜증을 비롯해서 버거운 삶의 무게에 짓눌려 살아가면서 날이 잔뜩 서 있던 사람들은 무의식 중에 자신의 감정을 '배설'할 대상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짝다리'를 짚었던 김유정은 때마침 나타난 좋은 타깃이 됐던 것 아닐까.
더 가슴이 찢어지는 건, 김유정을 꾸짖는 여론의 분위기에 편승해 "짝다리에 손톱 정리?"..김유정, 무대인사 태도 논란", "김유정 무대인사 태도 논란, 처음이 아니라고? 결국, 사과했지만..", "김유정 태도논란+인터뷰 취소, 공든 탑 무너지나" 따위의 기사를 쏟아낸 '언론'의 분별 없는 태도다. '전체'를 보기보다 '일부'에 집착하고, 약간의 흠을 거대한 잘못인양 본질을 호도하는 언론의 태도야말로 '논란'의 대상이 아닐까. 이 잔혹한 마녀사냥의 승자는 과연 누구란 말인가.
▲ 지상파 예능에서 노란 리본을 달고 나왔던 김유정 |
ⓒ KBS2 |
김유정이 '용감하게도' 지상파 예능인 <1박 2일>에 출연하면서 복고풍 교복에 '노란 리본'을 달고 나왔던 장면을 기억한다. 나도 그렇게 할 것이다. 김유정의 하이힐, 그 '짝다리'를 넉넉히 받아들일 생각이다. 물론 이 대답은 그가 설령 노란 리본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정작 우리가 꾸짖어야 할 건, 우리의 강퍅함이고, 더 나아가 그 강퍅함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언론의 무분별함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자탄풍'의 절절한 선곡, 촛불 울린 '아빠가 미안해'
- 김제동 "난 억울하다.. 친박이 훼손당할 명예가 있나?"
- 지난 3년간 한국에서 무슨 일이? 크리스마스 '이변'
- <마스터> 마지막 40분은 훌륭하다.. 아쉬운 나머지 100분
- 크리스마스가 뭐 별 거? 이 영화들 보면 후회 안 합니다
- '대만의 태양' '옥택연 가상 아내'.. 대만 가수들, 한국에 도전장
- 2016 예능, 권혁수랑 이시영 없었으면 어쩔 뻔?
- "나는 고발한다" 봉준호는 왜 피켓을 들었나
- 2016년은 데이빗 보위와 비욘세의 해, 전 세계가 호평
-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