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와이프' 전도연이라는 이름값의 무게 [인터뷰]

최하나 기자 2016. 9. 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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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와이프 전도연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배우 전도연이 '굿와이프'를 통해 자신의 이름값을 또 한 번 증명했다. 오랜만에 임하게 된 드라마였지만, '칸의 여왕'답게 손색없는 연기력을 보여준 전도연이다.

지난달 27일 밤 종영된 케이블TV tvN 금토드라마 '굿와이프'(극본 한상운·연출 이정효)는 승승장구하던 검사 남편이 정치 스캔들과 부정부패로 구속되자 결혼 이후 일을 그만뒀던 아내가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13년 만에 변호사로 복귀하면서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찾아가는 법정 수사극이다. 지난 2009년 미국 CBS에서 첫 방송돼 현재 시즌 7이 방송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은 동명의 원작을 한국판으로 리메이크한 작품. 전도연은 극 중 변호사로 복귀하며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김혜경 역을 맡아 연기했다.

'굿와이프'는 제작 단계부터 화제가 됐다. 지난 2005년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이후 줄곧 영화에만 출연했던 전도연이 브라운관 복귀작을 선택했기 때문. 다른 출연진이 전도연 때문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을 정도로, 그의 복귀는 단연 화제였다. 하지만 전도연의 주변 지인들은 그에게 오히려 걱정의 시선을 보냈다고 했다.

"오랫동안 저의 매니저였던 언니가 제가 '굿와이프'에 출연한다고 하니까 전화해서 '오랜만에 하는 드라마인데 넌 왜 힘든 길로 가려고 하느냐'고 하더라고요." 그도 그럴 것이 '굿와이프'는 전도연이 맡은 김혜경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 돼 그가 극을 이끌고 나가야 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전도연 역시 그 부분이 부담됐다고. "(출연을 확정하고) 1회부터 4회까지의 대본을 받았는데, 제 분량이 거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많았어요. 그 부분에 대해서 감독님에게 '제가 16회까지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해서 어느 정도 수정이 되기는 했지만, 하루에 25신을 촬영할 정도로 촬영 분량이 많더라고요."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분량에 어느 정도 각오를 가지고 작품에 임했다던 전도연이다.

평소 먹지 않았던 건강 보조제를 먹으며 건강 관리를 했을 정도로 촬영 강행군이 이어졌다. 힘든 순간들이 매번 오기는 했지만, 전도연은 자신 때문에 촬영이 지연되는 상황은 없었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법정 극에다가 직업이 변호사다 보니 전도연의 대사 8할은 법조계 전문 용어가 차지했고 어쩔 수 없이 대사를 숙지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이에 전도연은 "잠은 드라마 끝나고 언제든지 잘 수 있으니까, 피곤한 거에 스트레스받지 말고 대사 외우는 데 집중하자고 생각했죠"라고 했다.

김혜경이라는 캐릭터의 포인트를 전도연은 '포용'이라고 했다. 이에 전도연은 김혜경을 성공하기 위해 누군가를 짓밟는 것이 아닌, 사람들을 포용하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로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불륜을 저지른 남편이지만, 가족의 평화를 위해 다시 그를 품은 것처럼 김혜경은 포용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런 김혜경의 입장에서 이태준(유지태)을 대하다 보니, 어느 순간 그에게 연민의 감정이 들었다던 전도연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태준이지만, 그에게도 내면 속 깊이 감춰진 상처와 트라우마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김혜경이 이태준을 용서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이태준이랑 15년 살았고, 그도 그 나름의 아픔과 상처가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조금씩 포용해주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한 전도연은 극 초반 김혜경이 서중원(윤계상), 이태준과 연이어 키스한 장면에 대해 언급했다. 해당 장면에서 김혜경은 서중원이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로 힘들어하자 위로를 해줬고, 급기야 두 사람은 키스를 하며 갑작스러운 감정의 소용돌이에 내던져졌다. 이어 김혜경은 혼란스러운 마음을 안고, 이태준에게 저돌적으로 키스하며 아내이자 엄마인 자신의 위치를 상기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전도연은 "김혜경이 나쁜 여자로 보일 거라고 생각하기는 했어요"라면서 "하지만 김혜경으로서는 중원이가 약한 모습을 보일 때 받아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키스하는 것이) 그의 힘든 상황을 위로해 주는 거라고 생각했어요"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실제로 한 남자의 아내이자 딸을 둔 엄마인 전도연은 '굿와이프'를 통해 '행복'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극 중 김혜경이 딸 이서연(박시은)이 "엄마를 믿는다. 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장면을 촬영하며 많이 울컥했다고 했다. 늘 부모만 자식의 행복을 비는 줄 알았지만, 자식 역시 부모가 행복한 삶을 살길 바란다는 걸 불현듯 깨달았다며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굿와이프'는 충격적인 반전 결말로 화제가 됐다. 결말에서 김혜경은 이태준과 이혼하지 않고 쇼윈도 부부로 남았다. 김혜경은 변호사로서의 성공을 위해, 이태준은 가정적인 이미지로 정계에 진출하기 위해 상부상조하기로 한 것. 이에 김혜경은 이태준의 정계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해 그와 사이좋은 부부를 연기했다. 하지만 원래 결말은 김혜경이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거였다. 대본을 본 전도연이 김혜경이라면 이태준과 이혼하지 않을 것 같다며 기자회견장에 참석하는 것으로 수정을 요청했기 때문.

전도연을 수정된 결말에 대해 "저는 서중원과 이태준, 그 누구와의 관계도 결말을 내고 싶지 않았어요. 감독님은 많이 걱정했지만, 저는 김혜경이 나쁜 여자로 보여도 상관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김혜경이 앞으로 어떤 길을 선택할지 모르지만, 일적인 부분에서의 김혜경 자아가 더 중요할 것 같았어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도연은 주요 등장인물들이 한 명씩 법정에 등장해 커튼콜 형식으로 끝나는 에필로그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전도연은 "대본에는 '모든 인물들이 법정에 모여있다'고만 적혀 있어서, 감독님이 어떻게 연출하실지 궁금했어요"라면서 "감독님이 등장인물들이 어떤 악행을 저질렀건 간에 이 에필로그를 통해서 '사실 그건 극 안에서의 연기일 뿐이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으셨다고 설명했어요. 그 설명에 너무 감동을 받았고, 촬영이 끝나고 난 뒤 모든 배우들이 서로에게 박수를 보내며 잘 마무리 지었어요."

약 4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김혜경으로 살아온 전도연은 캐릭터를 떠나보내야 하는 데 아쉬움을 표했다. "김혜경이 이태준, 서중원, 서명희(김서형), 김단(나나) 등 정말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을 받은 캐릭터였더라고요. 그래서 촬영이 끝난 뒤에 상실감과 공허함이 되게 컸어요." 그러면서 전도연은 "저는 김혜경을 응원하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보이는 건 단면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욕을 먹을 수도 있지만, 김혜경으로 살아본 저로서는 김혜경의 선택을 지지하고 싶어요"라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열린 결말로 인해 '굿와이프' 종영 직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시즌 2 제작을 바라는 누리꾼들의 의견이 심심치 않게 게재되기도 했다. 배우들 역시 각종 매체 인터뷰를 통해 시즌 2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이에 전도연은 "저는 시즌 2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 없어요"라고 시즌 2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그러기도 잠시, 전도연은 "'저 이제 우아하게 영화배우로 남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싶은데, 영화와는 다른 드라마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에 다시는 드라마 안 한다는 소리는 안 하려고요. 얻은 것들도 많고요"라며 "시즌 2에 대해서 이제부터 진지하게 생각해 보려고요"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어느덧 전도연은 연기 경력 26년 차가 됐다. 매번 출연하는 작품마다 '역시 전도연'이라는 감탄사를 이끌어내며, 전도연은 자신의 연기 커리어를 착실하게 쌓아왔다. 영화 '밀양'으로 제60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그에게는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다. '전도연'이라는 이름값에 거는 대중과 드라마와 영화 제작 관계자들의 기대는 상당하다. 이에 대해 전도연은 "부담은 당연히 있어요"라고 했다. 하지만 전도연은 "부담스럽지만, 그 부담 때문에 제가 무언가를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라며 "기대라는 건 끝도 없는데, 자꾸 그걸 넘으려다 보면 제 자신이 너무 힘들 것 같아요. 그냥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거에 집중을 하고,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집착하지 않으려는 편이에요"라고 부담을 대하는 자신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했다.

'전도연'이라는 이름값이 주는 무게감은 상당했지만, 그는 언제나 자신의 이름값을 톡톡히 하며 대중과 함께 해왔다. '엄살'을 부리기는 했지만, 그가 다시금 제 이름값에 부응하는 연기를 보여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 그냥 열심히 하려고요, 앞으로 어떤 작품으로 또 만나게 될지 모르겠지만, 저라는 배우를 믿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굿와이프 | 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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