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팔이' 조현재, 성공적인 악역의 비결은 결핍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2015. 10. 5.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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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인 성격에 조용한 편, 얼굴은 선하기 그지없다. 배우 조현재에게 악역은 그동안 어울리지 않는 옷처럼 보였다. 배우에게 어느 한 이미지로 고정되는 것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 들어오는 작품 장르나 캐릭터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선한 얼굴은 자연인 조현재에겐 복이지만 배우 조현재에겐 덫이었다.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최근 종영한 SBS 수목극 <용팔이>는 악역에 대한 조현재의 갈증을 말끔히 해소시켜줬다. 서자 컴플렉스에 시달리는 재벌2세의 권력욕은 나쁘다는 감정을 넘어서 섬뜩함을 자아내기까지 했다. 조현재는 묘한 쾌감을 느꼈다. “주변에서 악해보인다 얘기를 들을 때마가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연기를 칭찬해주는 거니까요. 못됐다고 하는데 좋은 거 있잖아요.”

악역의 기회를 면전에서 놓친 경험이 있기에 이번 악역이 더 남다르게 다가왔다. 2003년 작품인 MBC 드라마 <러브레터>가 끝난 뒤에는 반항아적인 역할을 하고 싶었다. 20대 젊은 배우에겐 당연한 욕구. 2008년작 영화 <GP506>을 촬영하기 전 기회가 찾아오는 듯 했지만 대본이 전면 수정되면서 그의 캐릭터도 방향을 틀어야만 했다. 운명의 장난처럼 느껴졌다.

소질은 충분히 있었다. MBC 드라마 <수백향>을 집필한 황진영 작가가 조현재 안에 숨어있는 악역의 가능성을 발견해줬다. 극중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모든 걸 이성을 잃고 모든 걸 놓아버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악역이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한 것이다. 악역에 대한 집착처럼 보일 수도 있는 그의 열망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다양한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악역을 했으니까 다음에는 어리버리한 캐릭터에 밝은 장르도 해보고 싶어요. 안 해본 쪽으로 연기를 많이 해보고 싶은 거죠. 망가지는 연기도 적나라한 노출만 아니라면 할 수 있어요.”

모처럼 찾아온 기회. 그러나 캐릭터는 녹록지 않았다. 제대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먼저 캐릭터에 공감해야 한다. 악행에도 배경이 있어야 하는 법. 그렇지 않으면 그 악역은 싸이코패스에 지나지 않을 뿐, 시청자의 공감대를 끌어내기 힘들다. 7부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배경설명 없이 악행이 이어졌다. 일단은 감정을 끌어올렸다. 억울했던 일, 안좋았던 사람들의 표정과 목소리, 눈빛까지 떠올렸다. 초반부 컵을 집어던지는 짧은 장면에서 조현재는 정상인이 아닌 듯한 도준의 성격을 강렬하게 잘 표현해냈다.

악행의 배경이 설명되는 부분부터 조현재의 숨통이 트였다. 특히 조현재는 결핍이라는 단어에 주목했다. 그의 극중 캐릭터인 도준은 단 한번도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다. 친아버지조차도 항상 돈과 명예에 집착해 아들 도준을 소외시켰다. 또 여진(김태희)이 쓰러지기 전 승계구도에서 서자로는 이유로 빗겨나 있던 도준에게 충성을 맹세할 이 또한 없었다. 조현재는 “고 사장이나 비서실장까지 주변에 온통 도준 옆에서 뭔가 해먹어보려는 사람들 뿐이잖아요. 당연히 도준이는 냉정해질 수밖에 없는 거죠.”

조현재는 극 후반부 아내 채영(채정안)과 멜로가 붙는 장면의 타당성도 결핍으로 설명했다. 사실 도준은 채영을 무척 좋아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받기는 커녕 조롱과 멸시의 눈초리를 받으며 도준은 삐뚫어져갔다는 것. 믿었던 사람으로부터의 배신, 서자라며 속으로는 업신여기는 사람들 속에서 도준의 악행은 정당성을 획득한다.

여진도 결국은 똑같은 악역이라는 조현재의 말은 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대목이었다. “여진도 똑같은 악역이죠. 다만 그런 의지에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역할을 하는 용팔이(주원)가 있었던 게 도준과 달랐던 거고요. 제 주변에는 그런 사람이 없었어요. 결국 그래도 남는 건 채영과의 감정 뿐이었고 그걸 표현하려고 많이 노력했죠.”

막장드라마라는 일부 비판에 대해서도 조현재는 흔들림이 없었다. 배우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 막장이냐 아니냐를 따지고 호불호를 얘기하는 건 시청자의 몫으로 돌렸다. 설령 캐릭터의 성격을 설명해주는 부분이 부족하더라도 작가가 그려낸 화면 안에서 설명을 하려고 노력한다는 말에서는 책임감이 느껴졌다. “그 장면을 이상하게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노래에 비유하자면 곡이 별로여도 가수가 노래를 아주 잘 부르면 어느 정도 커버가 되잖아요.”

악역다운 악역으로 대중의 인지도를 끌어올린 지금, 배우 조현재의 다음 선택은 무엇일까. 그의 몸안에서 터져나올 캐릭터의 목소리, 눈빛이 무척 궁금해진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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