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생방송 마친 유승준 "가족 때문에 용기 냈다"

홍콩=CBS노컷뉴스 유연석 기자 2015. 5. 2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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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 아내, 남편 방송 모습 보면서 계속 '눈물'
홍콩에서 인터넷 생방송 후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서 있는 유승준 씨.
19일 밤 홍콩 현지에서 진행된 ‘13년 만의 심경 고백’ 생방송 종료 직후 유승준 씨는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생방송을 진행한 스태프들도, 유 씨의 매니저와 코디네이터도, 그리고 시작 전부터 끝까지 동행한 유 씨의 아내도 곁에 다가가지 못하고 지켜만 봤다.

3분 정도 지났을까. 몇 차례 깊은 호흡을 내뱉던 유 씨는 이날 방송을 진행한 신현원 대표(신현원프로덕션)에게 “제 마음을 잘 전달하기가 힘드네요”라며 침묵을 깼다.

이어 “(신현원 대표가) 여쭤보실 때 하나도...”라며, 생방송 당시 정신이 없었던 자기 모습에 대해 아쉬워했다.

그는 신 대표와 수고했다는 악수를 나누고 아내 곁으로 걸어가 포옹한 뒤, 벽 쪽에 머리와 팔을 기댄 채 다시 침묵을 이어갔다.

그런 유승준 씨에게 다가가 방송 후 심경을 물었다. 그는 물을 한 모금 마신 뒤에야 나지막이 답변했다.

방송 후 심경을 밝히는 유승준 씨. (홍콩=유연석 기자)
◇ 13년 만에 한국 대중 앞에 서는 방송을 했다. 방송 후 현재 심경은 어떠한지.
= 아쉽다. 이번 방송을 애초부터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맞는 답 틀린 답을 말하는 게 아니니까. 가장 진실 되게 하려고 했는데, 내가 아무리 말을 해도 변명처럼 들리는 것 같아 답답했다.

◇ 이 이야기는 꼭 하고 싶었는데, 못했다고 생각되는 얘기가 있다면.
= 거의 없는 것 같다. 대중들에게 잘 전달됐는지는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얘기는 거의 다 한 것 같다.

◇ 방송 전에 기도하던 모습을 봤다. 뭐라고 기도했나.
= 가장 진실된 말을 할 수 있게끔 용기를 달라고 했다. 있는 모습 그대로 진실을 얘기할 수 있을 용기를 달라고.

◇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당시 상황을 들으면서 잘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부모님 설득, 소속사와 계약 문제, 자유로운 연예 활동을 위해라고 들었는데 이게 무슨 말인지 좀 더 보충해 달라.
= 시민권을 따야 세상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내가 꿨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영주권 유지를 위해 미국에 의무적으로 안 가도 되니까. 또 아버지도 나에게 그렇게 설득했다. 그때 내 나이가 만으로 스물 다섯 살이었는데, 당시에는 서른이 되면 가수로서는 불혹의 나이라고 했다.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그땐 그랬다. 그러면 너의 꿈이 좌절되는 것 아니냐는 설득이 있었고, 내 생각에도 그럴 것 같아 마음을 먹었던 거다. 어렸고, 상황 판단을 잘 못했던 것 같다.

◇ 꿈이 뭔가.
= 청룽(成龍·성룡)처럼 아시아인으로서 전 세계에 영향력을 끼치는 엔터테이너가 되는 게 꿈이다. 아직 꿈을 이루지 못했고, 시작도 못했다. 그래서 지금 후배 양성은 하지 않고 있다. 가수로 데뷔하고 활동했지만, 원래 어릴 때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다. 중국에서 배우로 활동하는 것도 그 이유다.

영화 입문할 때 청룽 형님이 많이 도와줬고, 소속사(청룽이 대표로 있는 JC엔터테인먼트)의 영향력도 있었다. 카메오로 출연한 영화 제외하고 나머지 11편은 내가 오디션을 봐서 따낸 것이다. 청룽도 ‘네가 혼자 일어나는 거지 내가 도와주는 게 아니다’고 했기 때문에 많은 노력을 했다. 중국에서 악역 캐릭터라는 내 위치는 독보적이다. 내가 지닌 신체적인 조건, 근육을 부각시키는 이유가, 나밖에 할 수 없는 캐릭터를 부각해 내 입지를 굳히려는 것이다. 그것을 발판으로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 아시아에서 제일 인구가 많은 중국 활동을 택했다.

◇ 아내가 방송하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계속 훔치더라. 아내나 자녀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 가족들에게는 고맙다. 어찌 보면 내가 여태까지 살 수 있고, 나를 지탱할 수 있었던 게 가족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터뷰를 할 수 있었던 결심도 가족 때문이다. 늘 고맙다. 내게 힘이 돼 줘서.

◇ 이제 아들들에게 떳떳한 아빠일 것 같나.
= 아직 잘 모르겠다. 아들에게 내 약한 모습 안 보여주고, 늘 떳떳한 모습으로 대했다. 그런데 아들이 점점 커가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가 실수를 했지만, 다시 바로 잡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했다고는 이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 정부 부처에 방법만 마련해 준다면 미국 시민권도 포기하고, 입대도 하겠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나라는 사람 때문에, 안 그래도 국무를 보시느라 바쁜 분들께 폐가 된 것 같다. 방송 때도 얘기했지만 법무부 장관님, 병무청장님, 출입국관리소장님 그리고 한국에서 병역 의무를 지니는 젊은이들에게 많이 미안하다.

내가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이유 때문에 그런 잘못을 저지르고, 여러분을 허탈하게 해드리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 죄송하다.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선처를 해 줘서 대한민국 땅을 밟을 수 있게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내가 내린 결정, 내가 한 일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늦었지만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한다.

내가 입대할 수 있는 나이가 지난 것 알고 있다. 특례 규정이나 특단의 조치를 내리는 한이 있더라도 정부 부처에서 어떻게든 방법만 마련해 달라. 그렇게라도 군대에 가겠다. 나에게 제발 선처를 내려주기를 바란다.

◇뜬금없는 질문인데 본인의 군대 간 모습을 상상해 본 적 있나.
= 군대 갔으면 진짜 잘했을 거다. 지금 젊은 친구들과 비교해도 체력이 안 떨어진다. 내가 재미도 있고, 의리도 있어서 잘 할 자신이 있다. 나이 들어서 가면 어린 친구들에게 ‘갈굼’도 받을 수 있겠지만 잘할 자신이 있다.

[홍콩=CBS노컷뉴스 유연석 기자] yooy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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