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회담' 일리야, 한국생활 12년 '미생'에 울고 '개콘'에 웃는다 [인터뷰]

조해진 기자 입력 2015. 1. 27. 13:20 수정 2015. 1. 27.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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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회담 벨랴코프 일리야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조해진 기자]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지금도 다시 보고, '미생'에 깊이 공감했다는 러시아인. 금발의 회색빛 눈동자를 가지고 헤어스타일에 힘을 줬을 때와 주지 않았을 때의 분위기가 사뭇 다른 벨랴코프 일리야(33)는 최근 종합편성채널 JTBC '비정상회담' G12의 새로운 고정 멤버로 합류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6일 저녁, 신촌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일리야는 캐주얼 복장으로 마치 학생 같은 편안한 모습이었다. 세련되고 도시적인 이미지인 '비정상회담'과는 다른 분위기였고 그 역시도 "그래서 사람들이 평소에는 잘 알아보지 못한다"라며 친근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한국에서 생활한 지 올해로 12년 차에 접어드는 일리야. 그는 2003년 러시아의 대학 재학 중 코리아파운데이션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선정하는 장학생으로 뽑혀 연세대학교 어학당으로 오게 되면서 처음으로 한국 땅에 발을 디뎠다.

그는 "러시아 대학교 한국어학과에서 언어학을 전공으로 했다"면서 "사실 한국어를 배우려고 했던 건 아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언어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1순위로 지원했던 과는 영어영문학이었는데 떨어졌다. 다른 학과를 어디를 지원할까 고민하던 차에 일본어학과와 한국어학과에 모두 지원을 넣었는데 한국어학과에 합격해서 한국어를 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실 대학에 입학지원을 했던 당시까지도 일리야는 한국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다시피 한 상태였다. 그는 "1999년에 입학 지원을 했는데, 한국에 대한 정보를 잘 알지 못했다. 남한과 북한의 차이도 몰랐고, 서울과 평양도 구분이 잘 안 됐다. 한국어를 중국어의 사투리 격으로 생각하기도 했다"며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 초반까지 러시아에는 TV, 전자레인지와 같은 한국 제품이 많이 들어와 있었다. 품질이 좋으니까 러시아의 많은 사람이 자연스레 일본 것으로 생각했다.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한국 것인지 몰랐다"고 당시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인지도에 대해 솔직하게 밝혔다.

어학당에서 1년을 보내고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 학사과정을 마친 뒤, '한국어 능력시험'을 본 일리야는 가장 우수하다고 인정받는 6급을 받았다. 이에 정부초청 장학생으로 지원해 연세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다. 2009년 2월에 대학원까지 졸업한 그는 같은 해 9월 삼성전자에 입사, 2010년 초부터 인사과에서 근무했다. 언어에 대한 관심이 많아 미국의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에 입학해 인류학과 사회언어학 박사과정에 들어갔지만 현재는 휴학 중이며, 한국에서 의료 통역, 관광가이드, 번역일 등을 하면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처음 한국을 알게 되고, 한국어를 익히게 된 것은 차선의 선택을 통해서였지만, 그는 지금의 한국, 서울에서의 생활에 무척 만족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2003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그때 해외여행이 인생에서 처음이기도 했어요. 당연히 많이 외로웠죠. 엄마도 보고 싶고. 다른 땅에 오니 밥도 다르고, 공기도, 물도 다르고, 침대도 불편했죠. 외로움이 산처럼 컸었어요. 하지만 이제 익숙해졌고, 서울이 집이라고 느껴져요. 모든 한국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서울은 살기가 굉장히 편한 곳이에요. 교통수단이 편리하고 은행을 비롯해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서비스가 친절하고, 24시간 내내 놀거나 필요한 것을 살 수도 있고, 인터넷도 잘 돼 있죠. 놀 곳도 갈 곳도 많고 살기 편한 곳이에요. 앞으로도 계속 한국에 거주할 생각이에요."

'비정상회담'에 출연하는 G12가 모두 수준급의 한국어를 구사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일리야는 상위권의 한국어 실력을 자랑한다. 인터뷰 역시 진짜 한국 사람과 하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도 한국어를 배울 때는 모든 것이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라틴어인 영어는 키릴 문자를 쓰는 러시아어와 비슷하면서도 다르지만, 한국어는 너무 많이 다르다. 발음부터 쓰기, 문법까지 빠짐없이 다 어려웠다. 정말 쉬운 점이 없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일리야는 한국어를 공부하기 위해 우리나라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십분 활용했다. 그는 "널리 쓸 수 있는 한국어 표현을 배우기 위해 초반에는 드라마를 정말 많이 봤다"면서 "첫 번째로 본 드라마는 '천국의 계단'이었는데 진짜 재미있었고 스토리가 슬프니까 보면서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많은 한국 드라마를 봤지만 그 중에서 가장 재밌게 본 드라마는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고. 그는 "진짜 재밌게 봤다. 얼마 전에도 다시 봤다"며 진심으로 감탄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그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미생'에 대해서도 "저도 회사에서 일을 해봤기 때문에 완전 공감한다. 요즘에 본 드라마 중에서는 제일 재밌게 봤다"고 말했다. 일리야는 드라마 내용에 공감할 뿐만 아니라 어느덧 한국 예능도 웃고 즐길 수 있을만큼 한국에 익숙해졌다.

"아무래도 12년 동안 살았으니까 유머감각도 변했다고 해야 하나.(하하) 충분히 한국적인 스타일의 유머를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런닝맨' '개그 콘서트'를 매주 챙겨보고 있어요. 처음에는 어휘도 늘려야 하고 유머를 통해서 사고 마인드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보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즐기면서 보고 있어요."

한국의 TV 프로그램을 챙겨 보던 외국인에서 이제는 방송에 직접 출연하는 외국인이 됐다. 그가 '비정상회담'에 나오게 된 계기는 방송 출연 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인 미국 대표 타일러를 통해서였다.

외국인 웹진인 '서울리즘'을 통해 알게 된 타일러가 '비정상회담' PD에게 일리야의 전화번호를 건넸고, 지난해 9월쯤 면접을 본 뒤 일일 비정상대표로 1회 출연을 하게 된 것. 이후 대중의 반응이 좋아 고정 멤버로 합류하게 됐다.

일리야는 일일 비정상 대표로 출연했을 때부터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을 모았다. 훈훈한 외모와 더불어 기존 멤버들 못지않게 자신감 있고 논리정연한 토론 참여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았던 것.

그러나 그는 "일일 대표로 나왔을 때 정말 많이 긴장했다"며 "제가 보면서도 '내가 긴장했구나'라는 게 보였다"고 멋쩍게 웃었다. 다만 "고정이 되고 나서는 긴장감이 풀리기 시작했다"며 "녹화할 때 카메라가 잘 숨어있고, 열띤 토론이 진행되다 보면 카메라의 정체에 대해서는 잊게 된다"며 어느덧 자연스럽게 촬영에 임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비정상회담' 출연을 통해 "일일 대표로 나갔을 때는 반응은 좋았지만 크게 변화가 있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지금도 큰 변화라기보다는 고정이 되고 나서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많이 늘어났고, 포털 사이트에서 제 이름을 치면 정보가 나온다는 것 정도가 변화한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아, 인터뷰 오기 전에 안경원에 안경을 맞추러 갔는데 그곳에서는 다 알아봐 주시더라. 이럴 때는 좀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방송에 나오니까 한국 친구들은 "갑자기 연예인 친구가 생겼다"며 좋아했고, 러시아 친구들은 "러시아에 대한 편견을 깨라"라며 격려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비정상회담'을 보는 러시아 친구들은 '왜 러시아가 빠져있느냐. 우리나라가 가장 크고 유럽과 아시아가 섞여있는 문화를 가진 재미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러시아 대표가 있어야 한다'고 아쉬운 마음을 말하기도 했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라며 "제가 방송에 합류하게 되니까 러시아 친구들이 '다양성이 좋아졌다'면서 좋아했다"고 '비정상회담' 합류에 대한 뿌듯함을 드러냈다.

한국의 유머를 이해하고 웃을 정도로 한국이 익숙하고, 러시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는 한국 생각이 나고, 박사 과정을 위해 미국에 갔을 때는 매콤한 김치찌개가 먹고 싶어 한국 식당을 찾아 식당 주인과 친해지기까지 했다는 일리야. 서당개 10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했던가. 한국 생활 12년에 이른 그는 이제 정말 한국인이 다 된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그는 러시아인이라는 뿌리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었다.

"'비정상회담'이 정치적인 바탕은 없지만 여러 나라가 모인 만큼 러시아를 대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어요. 그래서 문화와 정치에 대해서 말할 때는 내 나라의 입장을 고려해서 말하게 되죠. 부담감이라기보다는 책임감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앞으로 '비정상회담'을 통해 주제별로 이야기하겠지만, 문화·정치·경제·사회·언어·러시아 사람들의 성격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한국 사람들이 러시아에 대해 정말 많이 모르고 있어요. 풍부하고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러시아에 대해 많은 정보를 주면서 러시아의 개성을 알 수 있게끔 해드리고 싶어요."

[티브이데일리 조해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JTBC]

비정상회담| 일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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