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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엄동진]

두 남자의 일과 우정에 관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있다. 대부분은 어릴 적 끈끈한 우정으로 시작해 함께 역경과 고난을 헤치며 '브로맨스'까지 연출한다. 그러다 성공이라는 달콤한 과실을 따먹는 순간, 오해가 쌓인다. 주변에는 온갖 음모와 술수가 난무하고 결국 두 사람은 파경을 맞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배신을 때리고, 동반 침몰하는 게 대부분의 뻔한 스토리다.

듀오 플라이투더스카이도 그런 뻔한 스토리의 주인공인 것처럼 보였다.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주변에서의 소문이 그랬다. 함께하지 않았던 지난 5년간, 그런 소문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양산됐다. 2009년에 출연했던 SBS '절친노트'는 기대완 달리, 그런 소문들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런 소문들에 아랑곳하지 않고 함께 하고 있었다. 멀어질수록, 가까워지는 게 이들의 관계였다. 그리고 지난해 5월 9집을 발표하며, 그런 소문들을 음악으로 비웃었다.

플라이투더스카이에게 9집은 그 만큼 떨리는 작업이었다. "망하면 이 바닥을 뜨자"라는 농담을 할 만큼, 모든 걸 걸었다. 그리고 음원 차트 '올킬', 세 번의 투어라는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성과를 냈다. 결국 진심은 소문 따위로는 가릴 수 없었다. 취중토크의 주인공으로 플라이투더스카이를 맞았다. 약 9개월 동안 계속된 9집 활동을 마무리하는 자리였다. 소문으로 들은 게 아닌, 직접 만난 환희와 브라이언은 서로 믿고 의지하는 친구이자 동료였다. 20년도 더 된 사이지만,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끝없이 대화하고 의논했다. 더 싸울 일은 없어 보였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아직 기억이 나나요.

(브라이언) "아마 좋은 인상은 아니었을 거예요. 미국에서 온 날라리 정도로 봤을걸요. H.O.T를 좋아해서 희준이 형 패션을 따라하고 갔거든요. 하하. 환희를 만나기 전에 SM 스태프가 환희 오디션 영상을 보여줬어요. '춤 좀 추네'라고 생각했죠. 근데 너무 촌스러운 거예요. 전 미국에 있을 때 H.O.T, 듀스, 김건모 선배님을 보고 가수 꿈을 키웠거든요. 근데 이렇게 촌티나는 애가 어떻게 연예인을 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연예인 느낌이 나는 게 아니라 그냥 교복을 입은 학생이었거든요. 심지어 말수도 적었어요. 근데 신기했던 건 제가 한국에 아는 친구가 딱 한 명 있었는데 그 친구도 환희랑 아는 사이였어요.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죠."

(환희) "브라이언을 딱 보고 왜 뽑았는지는 알겠더라고요. 미국 애들이 입는 힙합 바지에 두건을 쓰고 있었는데 끼가 보였어요. 전 당시 회사에서 장나라, 보아같은 친구들이랑 연습을 하고 있었죠. 그 땐 다 촌스러운 학생들이었어요. 하하."

-두 사람은 불화설이 있었어요. 지난해 컴백 인터뷰에선 컴백 시기가 늦어�던 거지, 불화는 없었다고 말을 했고요.

(환희) "그 당시에는 헛소문이 많았어요. 브라이언이 다른 기획사를 가려고 한다는 얘기가 있었고, 저도 플라이투더스카이를 해체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돌았고요. 둘 다 그런 이야길 믿었던 거에요. 둘이 만나서 그런 부분들에 대해 이야길 했다면 오해가 없었을 텐데, 그러질 못했어요. 주변의 사람들이 이간질을 많이 시켰어요. 그래도 요즘 아이돌들 사이가 좋지 않은거에 비하면 우리 건 새발의 피였죠. 크게 싸운 일은 정말 없었어요."

-그럼 '절친노트'는 왜 나갔나요.

(환희) "그거 되게 하기 싫었어요. 주변에서 '너네 사이가 좋지 않은 걸로 알려져 있다. 지금 해체한 상태로 알고 있다. 이 상태로 솔로 활동을 하면 팬들이 정말 해체했다고 믿어버린다'고 해서 나간 거예요. 우리가 '절친'이라는 걸 보여주자고 했죠. 근데 그 프로그램이 싸운 친구들끼리 다시 붙여주는 거잖아요. 지금도 '우리가 왜 그걸 했지'라는 생각을 해요."

(브라이언) "근데 그거라도 하지 않았으면 소문이 더 커졌을 거예요. 그래서 반반이에요. 잘 찍었다는 생각도 있고 왜 했을까라는 생각도 있어요."

-컴백 이후로는 부딪힌 일이 없나요.

(환희) "우린 싸울 일이 없어요. 솔직히 단 한 번도 싸우지 않았어요. 이젠 서로를 정말 잘 알아서 부딪히지 않는 거죠. 콘서트를 하면 양쪽 가족이 오는데 이젠 서로의 이모들까지 다 아는 거예요. 그 만큼 잘 아니까 싫어할 일은 하지를 않죠."

-일적으로만 어울리는 사이라는 것도 오해겠죠.

(브라이언) "틀린 말은 아니죠. 일적으로도 잘 맞는 사이에요. 근데 우리가 친하니까 일도 같이 할 수 있는 거예요."

-컴백은 누가 먼저 말을 꺼냈나요.

(환희) "원래는 2011년도 여름에 앨범을 내자고 했어요. 아무렇지도 않게 새 앨범을 내자고 했는데, 제가 군대를 가게 된 거죠. 그럼 유령 앨범이 되니까 제가 소집해제를 한 뒤에 내자고 했어요. 그러고는 재작년 여름에 둘이 와인을 마시면서 음악 얘기를 참 많이 했어요. 브라이언은 미국에서 흑인들에게 이런 음악을 받았다고 소개도 해줬고요. 자연스럽게 됐어요. 쌍둥이가 텔레파시 통한다는데 우리도 그렇게 통하는 게 있어요."

(브라이언) "환희가 공익근무 중에 제게 문자를 보냈어요. '이 안에서도 사람들이 우리 얘기를 많이 한다'고요. 다시 하고 싶었어요."

-요즘 아이돌 중 아주 초기에 팀이 깨지거나, 소속사와 분쟁이 있는 경우가 있어요. 선배 가수로서 조언을 해준다면요.

(환희) "입장차이가 있는 거죠. 애들 입장에서는 '우리가 이 정돈데, 나가면 더 벌수 있어'라고 생각할거고, 회사 입장에서는 '너희들을 키우기 위해 이렇게 일했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라고 생각할거고요. 누가 맞다는 이야기는 못할 거 같아요. 저도 가수만 할 때는 저 하나만 생각했어요. 이젠 제작을 해보니 회사 입장도 이해를 하게 됐죠. 가수와 회사 입장을 모두 아니까 그 중간선을 맞추는 게 더 힘들더라고요. 가수와 회사 간에 대화가 많아야 해요. 우리도 SM에 있을 때 이수만 선생님을 뵌 게 10번이 되지 않을 거예요. 대화를 해서 가수들에게 이해를 시켜주는 게 필요해요."

(브라이언) "숙소 생활이 중요한 거 같아요. 초반에는 숙소 생활이 괜찮아요. 연습생 때는 서로에 대해서 알아야 하잖아요. 그래도 1~2년 정도가 지나면 그 때는 따로 살게 해주는 게 맞는거 같아요. 형제도 그렇잖아요. 한 집에서 살면 안 좋은 것만 보여요. 오히려 따로 살고, 놀다보면 그리울 때가 생기는 거죠. 아마 우리가 SM에서 처음으로 따로 산 그룹일거에요. 22~23살 정도 됐을 때인데 같은 아파트 위아래 층에 살았어요. 그 때부터 관계가 더 좋아지는 걸 느꼈어요."

-두 사람이 팀 멤버가 아닌, 학창시절에 만났다면 친구가 됐을까요.

(환희) "그건 아니었을 거 같아요. 둘 성향이 전혀 다르거든요. 서로 좋아하는 게 달라요. 학생 때라면 친하지 않았을 거예요. 어렸을 때 그런 기억은 있네요. 둘이 데뷔 전에는 강변 테크노마트에 영화 보러 만날 갔어요. 영화를 되게 많이 봤어요. 오락도 같이 하고요. 근데 학교에서 만났다면 굳이 서로 좋아하는 걸 찾아내려고 하진 않았을 거예요."

(브라이언) "SM에서 우리끼리 팀을 짜라고 했다면 플라이투더스카이는 없었을 거예요. 하하."

엄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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