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손님', 함익병 같은 사위 실제로 있을까

이만수 2014. 2. 2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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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손님', 별에서 온 사위 함익병이라는 판타지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세상에 이런 사위가 있을까. < 별에서 온 그대 > 에 빗대 함익병은 '별에서 온 사위'가 틀림없다. 장모의 생신을 챙겨주는 것이야 어떤 사위도 할 수는 있는 일일 게다. 하지만 현금 선물을 봉투에 겹겹으로 숨겨 넣고 안에 뭐가 있을까 맞혀보라고 게임을 제안하거나, 장모가 음료수를 빨대로 마실 때 마치 연인처럼 머리를 갖다 대고 함께 음료를 마시는 사위는 일반적일 수가 없다.

장모 앞에서 서슴없이 훌렁 훌렁 바지를 벗고 팬티 바람으로 돌아다니는 건 다반사요, 아내에게도 좀체 하지 않았을 장난을 치거나 방귀를 뀌는 건 함익병이라는 존재를 더 이상 사위로 볼 수 없게 만든다. 첫 회 탁자에 발을 올려놓고 TV 리모콘을 이리저리 돌리는 그 모습에서 '이거 4차원 아냐' 하는 의심이 생겼던 그가 아닌가.

하지만 차츰 들여다보니 함익병은 장모와 사위라는 그 관계의 틀을 벗어나려고 했던 거였다. 일반적으로 장서관계라면 이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백년손님'이라는 서로에게 불편한 어떤 것이 끼기 마련이다. 장모는 딸을 위해서라도 사위를 챙겨줘야 하고 사위는 아내를 위해서라도 장모를 챙겨야 하지만 그 관계가 가족적이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자녀문제로 처가살이가 많아지는 요즘에는 고부갈등이 아니라 장서갈등이 생겨난다고 하지 않던가.

하지만 장모와 게임을 하면서 거침없이 딱밤을 때리고 장모의 다이어트를 위해 밤에 먹고 그냥 자는 건 먹는 게 아니라 '처먹는 것'이라는 직설을 날리는 함익병은 사위가 아닌 자식 같은 관계를 보여준다. 아니 실제 자식이라고 해도 이렇게 살갑게 대하기는 쉽지 않을 게다. 처음 출연섭외를 받았을 때만 해도 권난섭 여사는 "참내 살다 살다 별일을 다 본다"고 펄쩍 뛰었다고 한다. 하지만 유명세에 사위와 광고까지 찍은 그녀는 이제 "내 인생 이런 횡재가 없다"고 제작진에게 고마움을 표하게 되었다고. 그러니 함익병이라는 '별에서 온 사위'에 대한 주목이 생겨나지 않을 까닭이 없다.

사실 함익병 같은 사위가 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 자기야-백년손님 > 이라는 프로그램에 함익병이라는 존재는 효자 중에 효자가 아닐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13년 중년부부들의 토크쇼였던 < 자기야 > 가 곧 스러질 위기에 놓였던 것을 되살려낸 존재이기 때문이다. 관찰예능으로 선회하고 < 백년손님 > 이라는 타이틀을 붙였을 때만도 들었던 저게 될까 하는 의구심은 함익병이라는 사위의 등장으로 성공에 대한 확신으로 바뀌었다.

사실 관계라고 하는 것도 어느 정도 사회적인 교육에 의해 설정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틀에 박힌 고부관계나 장서관계의 반복적인 노출은 그 자체로 그걸 보는 이들에게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 백년손님 > 의 함익병 같은 사위가 만들어내는 달라진 사위의 모습은 낯설게 느껴지면서도 의미가 없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장모가 아니라 때로는 친구처럼 연인처럼 대하는 사위 또 친구들까지 챙기는 사위는 아직까지는 판타지에 가깝다. 하지만 판타지는 어쩌면 지금까지 내려온 '백년손님'이라는 관계의 틀이 너무나 완고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함익병이라는 별에서 온 사위는 지금 '백년손님'이라는 틀을 깨고 '또 하나의 자식'이라는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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