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무살' 심은경은 어떻게 흥행퀸으로 우뚝 섰나?

김지혜 기자 2014. 2. 1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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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funE | 김지혜 기자] 대체불가. 배우에게 있어 이 표현만큼 기분좋은 칭찬이 있을까. 영화 '수상한 그녀'(감독 황동혁)의 심은경은 '대체불가'라는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

10년 전 데뷔해 성장과 도약을 거듭해온 심은경은 올해로 스무살이 됐다. 아역으로 시작한 배우 대부분 통과의례처럼 슬럼프를 겪지만, 심은경은 눈에 띄는 위기를 겪은 적이 없다.

아역 배우에서 성인 연기자로 순탄하게 성장해온 심은경은 미국 유학길에 올라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지내기도 했다. 그리고 2014년의 시작과 함께 '수상한 그녀'의 타이틀롤을 맞아 화려한 성인식을 치렀다. 심은경은 20대의 몸으로 빙의한 70대 할머니 '오두리'역을 맞춤옷처럼 소화해냈고, 흥행이라는 달콤한 보너스도 얻었다.

심은경의 활약이 돋보인 '수상한 그녀'는 6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대체불가 배우로 자리매김한 심은경은 어떻게 약관의 나이에 흥행퀸으로 우뚝 설 수 있었을까.

◆ "2년의 유학생활,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많아"

심은경은 영화 '써니'(2011) 출연 이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갑작스럽게 유학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심은경은 "공부를 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면서 "아역배우로 오랜 기간 활동하다보니 1년도 채 쉬지 않고 앞으로만 달려온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간 귀중한 시간이었다. 이 기간을 통해 심은경은 연기에 대한 목마름과 예술적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유학 생활 중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 출연하며 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심은경은 2년간의 유학 생활의 의미에 대해 "연기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꼈다"고 했다. 아역 시절엔 주변의 시선이나 대우에 있어 불편함과 어려움을 느끼며 힘들어 했었다면, 성인이 된 지금은 연기하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고.

"유학생활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어요. 어릴 땐 힘든 상황에 직면하면 극복하기 보다는 잊을려고 하는 경향이 강했거든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부정적인 생각만 해온 지난 날을 반성할 수 있었죠"

심은경은 지난해 6월 학업을 마치고 귀국했다. 귀국과 동시에 만난 작품이 '수상한 그녀'다. 컴백작에서 덜컥 타이틀롤을 맡아 부담도 적지 않았다. 촬영 분량의 70% 이상을 소화해야 할만큼 압도적인 비중이었다. 무엇보다 20대의 몸으로 70대의 할머니를 연기하기가 녹록지는 않았다.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오두리'라는 캐릭터가 매력이 있기는 한데 내가 하기에는 겁이 났어요. 아무래도 할머니 연기에 대한 부담감이 컸죠. 과연 이게 가능할까 싶기도 했고요. 하지만 영화적 메시지가 와닿았어요. 특히 영화 후반부 오두리가 아들과 대화하며 우는 장면은 잊지 못할 감동이 있었어요. 그것이 이 영화를 해야할 이유가 됐죠"

◆ 스무살 심은경, 어떻게 일흔살 오두리가 됐나

영화를 하기로 한 후에는 철저하게 오두리로 변신해야만 했다. 또 다른 오두리인 나문희의 행동과 말투 등을 제것처럼 익히는데 집중했다. 심은경이 가장 중점을 둔건 스무살의 심은경이 아닌 일흔 살의 할머니를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우선 나문희 선배님을 만날 때마다 꼼꼼히 관찰했어요. 걸음걸이나 버릇, 말투, 몸짓 같은 것을 집중적으로 연구했어요. 촬영 전에는 감독님을 자주 만나서 대본 연습과 회의를 반복했고요"

촬영 전까지 긴장의 연속이었다면 크랭크업 이후에는 즐거움만 가득한 현장이었다. 심은경은 "정말 신나게 촬영했다. 여름에 촬영해서 무척 더웠지만 놀러온 기분으로 화기애애하게 작업했다. 이렇게 즐기면서 찍은 영화가 몇편 없었는데 3년만에 한 작업에서 이렇게 즐거워도 될까 싶을 정도였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한 분위기는 완성된 영화에서도 한껏 묻어났다. 특히 심은경은 찰진 전라도 사투리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70대 할머니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분장을 통해 할머니의 외형을 흉내낸 것이 아니라 연기를 통해 할머니를 표현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더불어 이번 영화에서 숨겨뒀던 끼를 한껏 발산했다. 극중 오두리가 가수의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등장한 '나성에 가면', '하얀 나비' 등의 노래들을 직접 부르며 가창력을 발산했다.

"우리 영화에서 노래는 연기 못지 않게 중요했던 부분이었어요. 제작진은 내 목소리가 중저음대라 영화의 음악과 안맞는 것 같다고 대역을 쓰자고 하셨지만, 욕심이 있었죠. 그래서 연습을 많이 해서 부족한 부분을 메우겠다고 설득시켰어요. 그 후 보컬 트레이닝을 받으며 작품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어요"

심은경은 '수상한 그녀'를 통해 자신의 가진 다양한 재능을 아낌없이 발산했다. 비현실적인 스토리와 평이한 내러티브에도 불구하고 600만에 가까운 관객을 모으며 심은경에 대한 신뢰와 스타성을 확인받았다. 여배우가 원톱 주연한 영화는 흥행이 어렵다는 충무로의 속설도 심은경에 의해 깨졌다.

영화의 흥행 이유에 대해 "다른 영화에서는 찾기 어려운 감동이 있는 것 같아요. 전 연령층이 오셔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재밌는 영화기도 하고요. 마냥 웃기기만 한 킬링타임용 영화가 아니라서 관객들도 좋아한 게 아닐까 싶어요"라고 분석했다.

심은경은 차기작으로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당장 급격한 변화를 시도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변화는 저랑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좋아해준 이미지를 바탕으로 조금씩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요. 천천히 변화해도 늦지 않겠죠. 지금까지 보여드린 것 보다 보여드릴 게 많으니까요."

ebada@sbs.co.kr

< 사진 = 김현철 기자khc21@sb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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