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냐 '더 테러 라이브'냐..관객 설전까지 벌어져
[일간스포츠 정지원]
"'설국열차' 봤어? 재미있던데" "무슨 소리, 재미는 '더 테러 라이브'지."
8월 첫 주말을 보내고 온 직장인들의 대화 풍경이다. 주제는 '설국열차'(봉준호 감독)와 '더 테러 라이브'(김병우 감독). 두 편의 화제작을 두고 관객들의 리얼한 평가들이 지난 주말부터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국영화 두 편이 동시에 개봉해 첫 주말까지 도합 5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국민적 관심'을 받은건 이례적인 일. 높은 화제성을 증명하듯 이미 영화를 본 관객들도 관련 게시판과 기사 댓글창, 그리고 SNS 등에 감상평을 올리며 여운을 즐기고 있다. 완성도와 대중성, 연출력과 연기 등 전 분야에 걸쳐 다양한 평가와 해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각각 자신이 지지하는 작품의 장점을 내세우며 열렬히 응원하는 관객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같은 날 개봉하는 경쟁작이 서로 관객을 갉아먹는 게 보통이지만,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는 오히려 호적수를 만나 시장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설국열차' '더 테러' 도합 500만… 파이를 키웠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설국열차'는 지난달 31일 개봉후 4일까지 누적관객수 329만 8547명을 모았다. 개봉 5일 만의 성과로 한국영화 사상 최단기간 300만 돌파 기록이다. 공휴일 없이 순수하게 평일과 주말까지 300만명을 모은건 '설국열차'가 처음이다. 개봉전 167개국에 선판매됐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450억원이란 거대 제작비가 들어갔기 때문에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현 추세대로라면 향후 행보에 큰 문제는 없을거라는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더 테러 라이브'의 상승세도 만만치않다. '설국열차'와 같은날 개봉해 5일만에 183만 6448명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순제작비 35억원이 투입된 소품. 제작비와 마케팅 규모가 크지 않은데도 '설국열차'에 밀리지않고 빠른 속도로 관객을 모으고 있다. 이번주 안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서 순 수익을 남길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개 두 편의 기대작이 동시에 개봉될 경우 양측 모두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앞서 2005년 4월에도 당시 가장 주목받던 감독 류승완의 '주먹이 운다'와 김지운의 '달콤한 인생'이 동 시기에 극장에 걸려 관객을 나눠가지며 생채기를 남겼다. 이런 예가 흔해 기대를 모으는 영화들끼리는 맞대결을 피하는 추세다. 그럼에도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는 일부러 정면승부를 택한 것 뿐 아니라 동반상승효과를 누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극장 측 한 관계자는 "두 편을 모두 봐야 대화가 이뤄지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극장을 찾는 관객이 급증하고 있다. 앞서 큰 기대를 걸었던 '미스터 고'가 참패한데다 장마까지 길어지면서 관객이 급감해 걱정이 컸는데 두 편의 한국영화가 화제가 되면서 극장에도 다시 활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설국열차', '더 테러 라이브', 장점과 단점은
두 작품에 대한 대중의 뜨거운 관심은 온라인과 SNS를 통해 확인할수 있다. 개봉 6일차인 5일 오후 현재까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올라온 '설국열차' 네티즌 평만 무려 17만 779건이다. '더 테러 라이브'에 대한 평은 6139건이 올라왔다. 일단 '설국열차'가 한층 많은 관객수만큼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수 있다. 반면에 네티즌 평점에서는 '더 테러 라이브'가 8.43점으로 7.93점을 받은 '설국열차'를 앞섰다.
공방도 치열하다. '설국열차'의 지지자들은 봉준호 감독의 연출력과 영화에 담긴 메시지 등을 앞세우며 '완성도 높은 걸작'이라고 추켜세우고 있다. 한 네티즌은 '내 생애 최고는 아니지만 봉준호 생애 최고의 영화가 될 것'이란 평을 올리며 '설국열차'에 대한 느낌을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한국영화의 수준을 가장 높은 경지로 끌어올린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반면에 '더 테러 라이브'의 팬들은 '숨쉴틈 없이 몰아치는 긴장감과 재미'를 강조하며 맞서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스릴러가 가능하다니 놀랍다'는 내용의 글이 주를 이루고 있다. 80% 이상의 신을 혼자 소화해낸 하정우의 연기력에 대한 극찬도 이어지고 있다.
공격성 글도 눈에 띈다. '설국열차'를 향한 혹평은 주로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편적인 주제를 다룬데다 풀어내는 방식이 느슨해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는 평가다. 특히 '살인의 추억' '괴물' 등의 작품에서 보여준 봉준호 감독의 재치와 유머감각을 좋아했던 관객들 사이에서 '적응이 안 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 관객은 '완성도가 높다는건 영화 전문가들이나 알수 있는 것'이라며 '일반인들이 찾는 재미를 충족시켜주진 못했다'고 혹평했다. '더 테러 라이브'의 허점을 짚어내는 관객도 많다. 개연성이 떨어지는 각본과 초·중반에 비해 긴장감이 떨어지는 후반부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으로 '카메라를 너무 흔들어 감상하기 불편하다'는 말도 나왔다.
두 작품의 감독과 배우의 능력에 대해서는 대체로 호평일색이다. '설국열차' 봉준호 감독에 대해서는 '한계를 뛰어넘어 뛰어난 예술적 성취도를 보여줬다'는 칭찬이 나왔다. '더 테러 라이브'를 통해 상업영화 감독으로 데뷔한 김병우에 대해서는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와 뛰어난 연출력으로 저예산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두 작품에 출연한 송강호와 하정우 등 배우들에 대해서는 혹평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영화평론가 강성률 광운대 교수는 "개성있는 두 작품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 대중에 어필하는 모양새가 재미있다"면서 "적절한 수준을 갖추고 이야기거리를 던지는 작품들이 등장해 영화 전반에 대한 관심까지 뜨겁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정지원 기자 cinezz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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