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니까 재미없더라도 참자는 말이 아니라..

김교석 2013. 1. 2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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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도 > 의 새 실험을 즐길 여유가 필요한 이유- 뱀파이어 헌터 특집의 재미 논란, 왜?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 무한도전 > 은 예능계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공중파 예능 중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면서도 매번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 < 무한도전 > 의 지난주 특집 '뱀파이어 헌터'는 시청자들 사이에 호불호의 논란을 남겼다. '무슨 시트콤이냐', '너무나 오글거린다'는 평가와 '역시 < 무한도전 > 이기에 참신한 도전이었다'와 '그들 특유의 추리, 추격전이 기대된다'는 반응이 맞선 것이다.

뱀파이어 헌터 특집은 쇼 프로그램이라기보다 일종의 형식을 갖춘 시트콤과 같았다. 큰 스토리 구조 속에서 각기 캐릭터를 갖춘 등장인물들의 선택과 행동에 의해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마치 < 던전 앤 드래곤 > 과 같은 보드 게임을 예능으로 옮겨놓은 것과 비슷했다. 물론, 이런 것이 새롭다는 건 아니다. 여기까지는 < 무한도전 > 이 지금의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될 수 있었던 누구나 다 아는 이유 중 하나다. 중요한 것은 길이 말한 '영화랑 똑같다'는 말이다. 형식의 다양화가 수반하는 재미의 범주, 그 확장에 대한 이야기다.

뱀파이어 헌터 특집의 재미여부에 대한 작은 논란은 지난 주 공중파 예능의 지형도와 성적표를 놓고 볼 때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 예능의 존재 가치와 목적이 재미라면, 그 재미의 질과 성질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이다. 특히나 지난주는 예능이 발견한 혹은 새롭게 찾은 '재미'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지표들이 곳곳에 떨어진 한 주였다. 이 지표들은 몇 가지 질문을 던지면 더욱 더 가깝게 다가온다.

드디어 시청률 20% 고지에 다다른 < 정글의 법칙 > 은 김병만이 웃겨서 고공 인기행진을 이어가는가? < 붕어빵 > 과 < 일밤-아빠 어디가 > 의 아이들과 < 해피투게더3 > 의 게스트로 등장한 어린이들이 왜 지금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가? 강호동은 왜 굳이 웃음을 유발하기 까다로운 책으로 돌아왔을까? 그리고 < 세바퀴 > 의 시청률을 단박에 넘어선 < 인간의 조건 > 은 개그맨들을 모아놓았지만 그 핵심 정서가 과연 웃음인가?

< 정글의 법칙 > 은 로망과 대리만족의 생존 스토리를 담고 있고, < 인간의 조건 > 은 인생에 쉼표를 한 번 찍고 뒤를 돌아보는 것이 더 우선된 가치다. 서바이벌쇼가 한창인 경쟁시대에 홀연히 나타난 아이들의 순수함은 좀 더 편하고 따뜻한 미소를 짓게 해준다. 그런 까닭에 간혹 어른의 손길이 묻어나는 아이들에게서 다소 안타까움이나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토크쇼 쪽에서는 이미 < 힐링캠프 > 로부터 시작된 변화의 흐름이 있다. 웃음보다 진솔함과 힐링이 재미의 최고 가치로 떠올랐고, 이는 < 승승장구 > 를 거쳐 < 땡큐 > 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시 말해 '예능은 무조건 웃겨야 돼'는 100% 진리가 아닌 시대가 됐다. 요즘 예능이 가져야 할 재미란 코미디와 웃음의 범주를 이미 훌쩍 넘어섰다. 기존의 웃음을 넘어서 교양과 휴머니즘의 감동, 영화의 재미와 같은 스토리의 흡입력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웃음은 그야말로 위트로서,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할 윤활제와 같다. 그 윤활제의 질과 양이 적당하면 매우 부드러운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뻑뻑해지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 무한도전 > 의 이번 특집은 꽤나 흥미로웠다. 예능이 코미디를 넘어선 이종교배의 장으로 발전함에 따라 캐릭터쇼를 기반으로 한 < 무한도전 > 이 긴장감, 속도감 등의 스토리가 주는 재미가 강한 특집을 계속 시도하는 것은 지난 좀비 특집 때처럼 당장 만족할 만 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바람직한 방향이었다. 그 방식에 있어서도 뱀파이어란 장르물을 예능 속으로 가져오는 시도를 했고, 그들만의 캐릭터쇼와 연결했다. 영화에서나 봤던 뱀파이어물을 배신과 의심이 난무하는 < 무한도전 > 식 추격극과 접목시키면서 진화된 예능을 다시 한 번 시도한 셈이다.

마침, tvN에서는 지난 주 그들의 간판 프로그램인 < 롤러코스터 > 의 꼭지였던 < 푸른거탑 > 을 단독 편성했다. 시트콤이란 장르가 명색만 남은 마당에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한 코미디가 이룬 쾌거였다. 그리고 매우 성공적인 첫발을 내딛었다. 극화된 예능도 완성도의 문제만 받쳐주면 질 높은 웃음이 보장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따라서 < 무한도전 > 은 역시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 때가 제일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시청자들도 앞으로는 이렇게 스토리를 가미한 시도에 좀 더 눈여겨봐야 할 필요가 있다. 웃음 포인트가 부족했고, 김부선과의 만남 장면까지 다소 지루했지만 영화처럼 스토리의 흡입력, 긴장감 등으로 주조하는 재미 또한 앞으로 < 무한도전 > 이 주는, 예능이 주는 또 하나의 재미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 푸른거탑 > 의 사례처럼 웃음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예전이 더 낫다고 하거나,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말보다는 변화의 조짐이 큰 이때, 언제나 실험적이었던 < 무한도전 > 이 계속 순항하기 위해서는 타 장르와 이종교배하는 실험을 더욱 더 장려하고 즐길 여유가 필요하다. 이것은 비단 < 무한도전 > 에 어드밴티지를 주고 시청하자는 게 아니라, 빵 터지는 웃음이 최고라고 생각했던 예능 프로그램들이 변화하고 있는 지점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재미가 웃음으로만 수렴하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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