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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밤>을 둘러싼 MBC의 심대한 착각

출처 엔터미디어 | 작성 김교석 | 입력 2012.12.11. 15:07

기사 내용

- MBC < 일밤 > 에 반드시 필요한 진짜 마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대부분 모르고 있겠지만 얼마 전 < 일밤 > 의 코너가 바뀌었다. < 무한도전 > 의 스핀오프였던 '승부의 신'이 폐지되고 '매직콘서트-이것이 마술이다'라는 긴 이름의 마술쇼가 편성됐다. 기존의 마술쇼와는 차별화된 쇼라고 외치긴 하지만, 마술버라이어티를 표방한 TV조선의 < 최현우 노홍철의 매직홀 > 과는 마술사 최현우의 캐스팅부터 마술을 버라이어티화한다는 콘셉트까지 참조한 연관성을 벗어나긴 힘들고, 전신 '승부의 신'에서 마술사 이은결이 마술의 신으로 나왔던 것과도 연결된다.

종편에서 2%의 시청률을 찍은 < 매직홀 > 을 성공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이 쇼 자체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정된 자원의 종편 예능 기준에서 성공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말인 듯하다. 서커스나 마술이 주는 재미와 흥분은 축제의 그것과 같다. 매주 얼굴을 맞대고 친숙하게 지내는 일상의 즐거움은 아니다.

왜 이들이 성공했다고 자평하면서 6개월 만에 시즌1을 정리하고 휴식기를 가지겠는가. 괜히 1년에 두 번 있는 명절에 마술쇼가 편성되는 게 아닌 것이다. 그래서 지상파의 황금시간에 마술쇼를 편성한 것은 역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매주 챙겨봐야 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따라가기 힘든 고령화된 TV 시청자를 노리는 틈새 공략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매직 콘서트'는 실제 오프닝 멘트를 통해 타겟을 명확히 밝혔다. 첫 회 방송 후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는 한 시청자의 에피소드를 전했다. 굳이 부자관계를 언급한 것은 전략이다. 동시간대 벌어지는 젊은 세대들이 주로 보는 리얼버라이어티의 세계에 뛰어들기보다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가족 엔터테인먼트를 지향한다는 포부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 일밤 > 과 MBC가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TV 시청자가 점점 고령화 추세를 보인다고 하지만 그것이 예전처럼 일방향의 스튜디오 쇼로 가라는 지시등이 켜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TV조선의 < 매직홀 > 을 비롯해 종편의 예능이 주로 패널을 이용한 스튜디오 쇼로 흘러가는 것은 제작비 차원의 문제와 함께 현재의 미약한 채널 파워로는 시청자들과 프로그램이 친해지도록 꾸준히 노출하면서 시청자들과 함께 성장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시청자들의 춤추는 리모컨 버튼을 가끔 멈추게 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 무한도전 > 이나 < 런닝맨 > 처럼 혹은 드라마처럼 본방사수의 시청자를 만드는 매커니즘이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킬링타임이나 정보 습득의 가장 전통적인 TV시청 방식인 것이다.

< 일밤 > 은 최근 몇 년간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있지만 갈수록 대중의 취향과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것은 예능 정서에 대한 문제의식의 부재가 원인이라 보여진다. '1박 2일 시즌2'와 '나는 가수다'의 성적표가 나타내는 바는 명확하다. 잘되는 예능의 필수 정서인 친숙함과 시청자와 프로그램이 서로 공감하며 함께 성장한다는 시청방식의 유무 차이가 수치로 드러나는 예인 것이다. 노래가 주는 감동을 보더라도 무대 위에서 전율의 강요 혹은 전파하는 '나가수'와 감동을 함께 만들어가는 '1박 2일'의 빌드업 방식의 차이가 극명하게 대비된다. 게다가 매직콘서트가 지향하는 넓은 세대가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가족 콘텐츠는 '1박 2일'의 영역이기도 하다.

친숙함은 일방 주입이 아닌 시청자와 프로그램의 공감과 감정의 교류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여배우 한효주와 고비드 고수가 웃고 떠들고 망가지는 것을 보고 생각보다 사람 좋다는 친근감을 느끼고, 곱창 한 번 같이 먹어본 적 없는 하하가 장가간다는 데 벌써 세월이 그렇게 됐구나 하고 지난날을 잠시 회상해보게 만드는 것이 현재 예능이 대중문화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는 힘이자 작동원리다.

이런 점에 있어 '매직콘서트'는 차별화된 마술쇼라 하지만 왜 이 마술쇼를 우리가 봐야하는지 그 후크가 없다. '매직 콘서트'는 마술쇼라는 콘셉트 위에 성공한 여러 요소를 여기저기서 따온 것 같다. 현직 세계 정상급 마술사간의 대결과 현장 평가단은 '나는 가수다'에서, 박명수, 정준하의 MC진은 < 무한도전 > 에서, 안문숙, 양준혁부터 아이돌까지 섞인 패널 체제는 < 세바퀴 > 에서, '심리배틀 가장 싼 마술은?' 코너는 < 코미디의 빠지다 > 에서, 그리고 끝으로 한국 최고의 마술사 최현우가 전 세계 마술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설정과 카드 마술 속 태극기 등장에 대한 감동을 부각시키는 정서는 '강남스타일'의 싸이에게서 영향을 받은 듯 보인다.

그런데 정작 요즘 예능이 가져야 할 태도와 정서는 없다. 유명 마술사의 마술을 그냥 보여주는 것으로는 예능이 안 꾸려지니 만든 설정이겠지만 최현우와 해외 마술사의 대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한 주를 기다려야 하는지 잘 꿰어지지 않는다. 남는 건 신기함과 놀라움 혹은 그것의 강요다.

여러 매체를 통해 들리는 바에 의하면 < 놀러와 > 가 폐지됐다고 한다. < 놀러와 > 가 긴 방황의 시간을 보낸 것은 맞다. 1년 전에 폐지가 됐다면 아무도 이견이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긴 세월 동안 방황한 끝에 바닥을 치고 한창 올라오던 차에 휙 날려버리니 황당한 거다. 재미를 붙이기 시작해 함께 방송을 키워간다고 생각하는 시청자들의 박탈감은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예능은 당장 성적은 미비하더라도 가능성이 보이면 일단 기다려줘야 한다. 친해질 기회를 줘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고 해도 9년 가까이 한 자리를 지켰다면 아무리 QPR과 그에 몸담은 박지성의 현 상황과 같다고 한들 그동안 함께했던 시청자들을 위해서라도 해단식 정도는 하는 게 맞다. 그게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이며 시청자들에 대한 도리다.

그런데 이제 다시 싹을 틔우기 시작한 고목을 낡았다고 잘라버리고 한 쪽에선 기온에 맞지 않는 열대식물을 가져와 심는다. 이건 무슨 마술을 선보이려는 것인지 의문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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