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연이은 폐지, 후속작 없이 이대로 괜찮나

신소원 기자 입력 2012. 12. 10. 12:05 수정 2012. 12. 10. 14:3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MBC는 올해 최대의 격변기를 맞았고, 또한 이를 더욱 자초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MBC는 120부작 시트콤 '엄마가 뭐길래'와 8년 동안 방송해 온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에 대해 폐지를 결정했다. 제작진과 출연진들은 일방적인 폐지 통보로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각종 SNS를 통해 답답한 심경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에 제작진, 출연진은 시청자들에게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한 채, 시청률을 문제로 다급하게 짐을 싸고 떠난 꼴이 됐다.

'엄마가 뭐길래'는 고위층에게 방송 폐지를 명령받고, 촬영을 중단했으며 이미 촬영된 방송분에 한해서 오는 17일까지 방영된다. 지난 10월 19일 일일시트콤으로 야심차게 첫 방송을 시작했지만 시청률 5%대에 머물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또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1월 5일, MBC는 '뉴스데스크' 시간대를 40년 만에 8시로 편성 이동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면서 '엄마가 뭐길래'는 더욱 고난의 길을 걷게 됐다.

일일시트콤에서 월화 드라마로 바뀌었고, 원래 방송 시간보다 1시간 20분이나 늦게 편성되어 다소 기이한 시간대로 방송을 계속하게 됐다. 그럼에도 약 1%의 시청률만이 하락한 것을 생각해본다면 이는 '엄마가 뭐길래'가 악조건 속에서도 선전한 결과다. 하지만 벼랑 끝까지 내몰렸던 '엄마가 뭐길래'는 시청률을 이유로 결국 낭떠러지에 떨어지게 됐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엄마가 뭐길래'의 후속작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미래를 내다보지 않고 순간의 시청률 추이가 기대가 못미친다는 판단 하에 단칼에 잘라버린 속단이었다. '창사 이래 최대 개편'이라는 MBC 측의 결정은 모두가 함께 새로운 방송국으로 만들고자 한 계획이 아닌 고위층으로부터 명령받은 강요였다. 급격하게 폐지된 '엄마가 뭐길래'의 후속작은 아이러니하게도 '스페셜 방송'이다. 무엇을 기리고자 스페셜 방송을 준비한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엄마가 뭐길래'의 재방송 형식의 스페셜 방송이라는 점은 듣는 이의 귀를 의심하게 만든다.

또한 2004년부터 함께해 온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도 전격 폐지를 결정했다. '놀러와'는 '무한도전'과 더불어 MBC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놀러와'는 지난 노조파업 당시 휘청거리며 경쟁력이 급감해 동시간대 최하위의 시청률 고전을 면치 못했다. 최근 담당 PD를 두 번이나 교체하며 재기를 위해 노력, 특히 지난주 처음으로 선보인 '수상한 산장' 코너로 호평을 받은 '놀러와'는 개편 한 주만에 폐지 통보를 받게 된 것이다.

'놀러와'는 유재석과 김원희 콤비의 조합으로 인간적인 유대감을 형성하는 따뜻한 웃음이 가미된 프로그램이었지만 8년 동안 월요일 밤을 책임졌던 이들은 시청자들과 고별인사 시간도 갖지 못한 채 폐지됐다. 지난 주, 녹화를 했던 '놀러와' 제작진 측은 그 방송이 미처 마지막 방송이 되리라고 생각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놀러와'의 후속작 또한 없다는 것이다. MBC 측에서 후속작에 대한 어떠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후속작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MBC는 올해 '정보석의 주얼리하우스', '정글러브', '신동엽의 게스트하우스' 등 여러 파일럿 프로그램을 내세웠지만 낮은 시청률을 이유로 편성이 되지 못한 채 찢겨나갔다. 파일럿 프로그램의 남발로 연습장이 된 MBC에 이제 새로운 그림을 그릴 종이는 없다.

후속작이 전혀 고려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폐지, 폐지, 폐지'를 외치는 것은 MBC의 가학적인 특단이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또한 '좋은 친구 MBC'라는 슬로건을 건 MBC 측이 이처럼 스스로 친구인 시청자들을 먼저 끊어버리는 것은 상당히 아이러니하다.

결국 그 시간대의 방송은 무엇으로든 메워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외주 제작사에서 만든 프로그램에 기웃거리는 수밖에 남아있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상파 MBC는 최근 자력으로 프로그램을 생산하고 있는 케이블보다 못한 길을 스스로 선택하게 된다. MBC는 시청률에 조급해하는 태도가 아닌 공영방송으로서의 온전한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신소원 기자 idsoft3@reviewstar.net

[ⓒ 리뷰스타(reviewstar.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