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정아 "서영이, 이해는 되지만 저라면 안 그랬죠"..①

최인경 기자 2012. 12. 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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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예능프로그램 나가서도 이렇게만 말하면 참 좋을텐데요" 머리를 긁적이며 박정아가 말한다. 지난 달 28일,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정아와의 대화는 그만큼 소탈했고, 꾸밈 없었기에 묻는 이도, 답하는 이도 유쾌했다.

"상우가, 내 전화도 안 받고 문자도 씹고 아는 척도 안 해. 그러니까 네가 상우 좀 불러내줘" 상우를 좋아하는 또 다른 여인인 호정에게 미경은 이리도 잔인하다. 최근 성황리에 방영되고 있는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를 통해 연기의 '맛'을 알아가고 있는 박정아는 자신 앞에 붙는 '배우'라는 수식어에 어느 정도 자연스러워 졌고, 이해되지 않는 극중 캐릭터의 행동을 끝끝내 이해하고야 마는 끈질긴 정신을 갖게 되기도 했다.

"여자들은 그렇죠. 근데 저는 안 그렇거든요. '오케이, 미련 있어도 헤어지자면 헤어져야지' 하고 되게 냉정한 편이에요. 혼자 아프고 끝내는 편이죠" 이렇듯 '쿨'하게 자신의 연애방식을 이야기하는 박정아는 "하지만 미경이는 이유를 너무 알고 싶을 거예요. 그러면서 밉상으로 보일수도 있지만, 미경이는 상우를 너무나 사랑하니까 그 또한 이해가 돼요"라며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내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연애방식에 있어 놓을 땐 놓을 줄 아는 박정아와 결코 놓지 못하는 미경이라는 캐릭터의 사이에는 약간의 간극이 존재하기에, 박정아 역시 캐릭터에 몰입하는 과정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단다. 하지만 이 간극은 외려 박정아에게 '사랑'이라는 영원한 숙제에 대해 힌트를 던져주는 과정이 되기도 했다.

"미경이와 제가 조금 달라서 처음엔 힘들기도 했어요. 상우와 헤어진 후 여러 번 찾아가는 미경이를 보고 '이게 더 힘들게 만드는 거 아냐? 헤어지면 시원하게 헤어져야지, 왜 괴롭히고 있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게 한편으로는 절실한 거잖아요.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그런 사랑을 못해봤나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럴 수 있구나. 이런 감정이 생길 수 있구나' 하며 미경이가 이해되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렇다면 사랑의 '절실함'을 깨우쳐준 미경으로 인해 '여자' 박정아의 사랑법에도 변화가 왔을까. "에이, 연애할 때 뭐가 변하겠어요. 똑같겠죠"라며 손사래를 치던 박정아는 이내 "그래도 이제는 사랑이 뭔지 알게 된 느낌은 받아요. 그 전에는 잘 몰랐거든요. 솔직히 줄줄도, 받을줄도 몰랐던 것 같아요. 박정아란 사람이 워낙 바빴었고, 중심을 잘 못 잡고 놓치고 가는 부분이 많았는데 이제 '사랑이 이런거구나. 쉬운 게 아니구나'하고 생각해요"라며 조금 더 성숙해진 자신의 모습을 전했다.

박정아에게 미경이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었듯, 드라마 속 미경은 상우를 통해 '사랑'을 배웠다. 멀끔한 외모와 자상한 말투로 미경을 향한 일편단심을 보였던 상우와 그런 상우의 사랑을 받으며 '선머슴'이 아닌 '여자'가 되었던 미경은 동갑내기 친구이자 풋풋한 연인의 모습을 그리며 시청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기도 했다.

"상우같은 캐릭터 너무 좋죠. 국민남친 이잖아요. 같이 촬영하고 그러면 배려심도 좋고 상대 배우를 위해 줄줄도 아는 친구인 것 같아요. 연기를 자기 자신이 하는 거니까 어느 정도는 자기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싶어요. 박해진이라는 남자와 이상우라는 캐릭터는 상당히 닮아있기도 해요"

또한 박정아와 함께 드라마 속 삼각관계의 한 꼭짓점을 이루는 최윤영은 털털하고 선머슴 같은 그와는 상반되는 귀여운 매력으로 무장해 박정아와 안 어울릴 듯 어울리는 그림을 완성해내고 있다. 이 둘은 한 남자를 사이에 둔 연적이 아닌 평소에 잘 알고 지내는 언니동생으로 보일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어 드라마를 관람하는 색다른 관전포인트로 자리하기도 한다.

"호정이도 너무나 착하고 순수한 아이이고, 상우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호정이 눈에도 상우밖에 안 보이는 거예요. 미경이도 마찬가지구요. 그래서 둘이서 대사를 하다가 '진짜 칠푼이들이네' 하면서 장난을 치기도 해요. 보시는 분들은 어떻게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이 둘이라면 자신들의 사랑을 위해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상우를 향해 이처럼 올곧은 마음을 내보였던 미경은 상우와의 이별을 기점으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눈치 빠른 시청자들은 이미 예상했듯, 호정의 의붓오빠인 경호(심형탁 분)와 색다른 만남을 이어나가게 되는 미경은 현재 '내 딸 서영이'의 얽히고설킨 러브라인 중 가장 생경한 그림이기에 그만큼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한다.

"저도 궁금해요. 아마 여자들이 사랑 한번 찐하게 하면 변하니까, 미경이도 그러지 않을까요? 저도 그랬던 경우를 더러 겪었었고, 아마 진짜 사랑했다고 느꼈으면 미경이도 여성스러워진다는 것보다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는 아이가 될 것 같아요. 미경이가 이기적인 아이는 아니니까 그런 감정을 배우고 넓어지고 큰 아이가 될 것 같아요"

이처럼 캐릭터에 대한 끝없는 신뢰와 믿음으로 긴 긴 주말극의 호흡을 이어나가고 있는 박정아는 두 번의 일일극으로 쌓아온 내공을 통해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들이 포진되어 있는 현장 속에서도 물 흐르듯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감독님은 배우들에게 모든 걸 맡겨주시는 것 같아요. 가끔은 내가 잘 하고 있나 헷갈릴 때가 있는데, 워낙 연기자들끼리 이야기를 많이 해요. 드라마가 깊은 드라마이기 때문에 캐릭터가 조금이라도 이해가 안 되면 큰일 나거든요. 다들 자기 캐릭터를 사랑하고 그런 게 강해서 집중해서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죠. 보영 언니와는 매일 한 시간씩 통화하고 그래요"

배우들간의 벽 없는 '소통'은 각자가 끌어안고 있는 고민을 해결해주는 통로로 자리하기도 하고, 하나의 사건을 두고 격렬한 토론을 형성하는 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있는 '내 딸 서영이'는 드라마 초반부터 자신의 친 아버지를 외면하는 서영의 모습을 그려냈고, 동시에 자신의 집안을 숨기는 미경의 모습을 함께 그리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극과 극의 반응을 얻어내기도 했다.

"미경이는 결혼을 안했고, 언젠가 밝힌다는 전제 하에 거짓말을 한거잖아요. 서영은 끝까지 지킨다는 전제 하에 거짓말을 한거구요. 그만큼 사람들의 인식에 결혼이 중요한 거 아닐까요. 저는 서영이의 마음이 이해가 돼요. 서영이가 어째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를 겪어본 사람이라면 이해가 가지 않을까요. 저도 약간 넉넉지 않은 시절을 겪었거든요. 물론 '어떻게 아빤데 그럴 수 있어' 하는 사람도 맞아요. 자기가 자라온 환경에 따라서 인물과 자신을 대입하는 거니까요"

배우들 간의 깊은 대화와 끊임없는 캐릭터 연구를 통해 이미 인물간의 엉킨 감정의 실타래를 모두 풀어낸 박정아는 이처럼 명쾌하게 "서영을 이해한다" 말했다. 그 역시 과거 어려운 가정형편을 겪기도 했고, 극중 삼재로 인해 바닥 끝까지 추락했던 삶을 살았던 서영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이해한다 해도 박정아는 그런 선택을 내리진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저라면 상우처럼 행동했죠. 어찌됐든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사람이잖아요. 저는 그 사람을, 아빠를 안을 거예요. 그런데 서영이는 자기 살기에도 너무 바쁜거죠. 많이 희생했잖아요. 아버지를 안는 것 자체가 아플 것 같아요. 그래서 전 서영이가 너무 이해돼요. 이해는 되지만, 그러면 안됐죠. 그건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거죠"

이처럼 드라마를 통해 한층 두터운 내면을 갖게 된 박정아는 긴 긴 호흡 속에서도 일관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닌 시시각각 변하는 캐릭터에 한껏 심취해 있었다. "사실 일일드라마를 하면 못된 역할을 하면 걔는 그냥 '악녀'거든요. 지금 맡은 미경이는 감정이 계속 변하잖아요. 그러다보니 너무 재밌어요. 빨리 촬영장 가고싶고 그래요"

50부작의 긴 긴 여정을 걸어나갈 '내 딸 서영이'는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았다. 그만큼 풀어나가야 할 것도 산더미고, 이제 막 본격적인 서사에 접어들었다고 봐도 무방한 것.

"우리 드라마는 지뢰밭이에요. 언제 터질지 몰라요. 현재 성재의 비밀도 있고, 미경이가 서영이의 존재를 알게 될지도, 우재가 삼재의 존재를 알고 어떻게 될지도, 그게 다 터져서 서영이 에게까지 어택이 들어가는지도 문제잖아요. 또 이런 것들이 너무 많이 있지만, 이 안에서 가족끼리 안아가는 과정들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재밌을 것 같아요"라며 극중 '미경'의 입장으로 돌아가 드라마를 향한 기대감을 한껏 높인 박정아는 "일단 저는 상우 잘 보내줄께요"라며 다시금 '쿨'한 박정아로 금새 돌아왔다. 변화무쌍한 모습의 그가 만들어낼 또 다른 '미경'이 기대되는 이유다.

최인경 기자 idsoft3@reviewst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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