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하우스2>, 과연 이런 수모 당할 드라마인가

신주진 2012. 11. 20.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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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하우스 take2 > 작은 드라마의 힘, 캐릭터 플레이

[엔터미디어=신주진의 멜로홀릭] < 풀하우스 take2 > 는 주인공인 아이돌 가수 '테이크원'의 두 멤버로 나오는 노민우와 박기웅의 뻣뻣한 춤과 오글거리는 노래만 참아낸다면, 의외의 잔재미를 느낄 수 있는 드라마다. 비록 지상파 편성에서 밀리고 케이블에서도 대낮에 방송되는 수모를 겪고 있긴 하지만, 2004년작 < 풀하우스 > 보다 딱히 못할 것도 없다.

2004년작 < 풀하우스 > 는 원수연 만화 원작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햇는데, 주인공 송혜교와 비의 명성에 의해 부풀려진 드라마는 두 사람의 싸움과 티격태격이 로맨스로 쉽게 모아지지 않고 막판에 가서야 간신히 멜로가 붙었었다. 그에 비하면 이번 < 풀하우스 take2 > 는 오히려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로맨틱코미디의 맛이 살아 있다.

물론 이번 드라마는 원작 만화에서 더욱 멀어졌다. 단지 풀하우스를 되찾는다는 설정과 남자주인공이 톱스타라는 것 정도만 남아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풀하우스를 되찾아야 하는 임무가 여자주인공에서 남자주인공으로 넘어갔다. 또 풀하우스를 차지하기 위해 여자주인공과 남자주인공이 싸움을 벌였던 원작과 달리, 남자주인공 이태익(노민우)이 풀하우스를 되찾기 위해 연예기획사 대표 이준(이훈)과 맞붙는다.

대신 풀하우스는 태익이 살고 있는 별채와 이준이 사무실로 사용하는 본채가 있는 거대한 성이 되어 드라마의 공간적 배경을 이루게 되었다. 남녀주인공 두 사람만의 짧은 동선으로 꽉 들어찼던 전작의 풀하우스는 다양한 사람들이 거주하고 오갈 수 있는 넓은 공간이 되었다. 그만큼 인물들이 풍성해졌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넓어졌다.

캐릭터층이 두툼해졌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이다. 게다가 각각의 캐릭터들은 적정한 선을 지키며 알맞게 구축되어 있고 캐릭터들 간의 조화도 나쁘지 않다. 실상 캐릭터들이 적정한 수위를 지킨다는 것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합기도 사범에서 '테이크원'의 코디가 된 장만옥(황정음)은 적당히 터프하면서 적절히 사랑스럽다. 이태익은 과하지 않을 만큼의 까칠한 매력을 발산하고, 원강휘(박기웅)는 천진한 악동으로 귀여움으로 무장했다.

심지어 뒤늦게 등장한 태익의 첫사랑 월드스타 진세령(유설아)조차 안하무인의 뻔뻔함이 백치미와 허당기로 살짝 가려졌다. 악역을 맡은 이준은 인정사정없고 야비하지만 그렇다고 명백한 악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는 자기 직업과 역할에 맞는 딱 그 만큼의 악함을 보여준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이 드라마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만옥과 태익, 강휘의 삼각관계 양상이다. 여기서 태익과 강휘, 두 남자의 대결구도는 어느 한쪽으로 쉽게 쏠리지 않는 팽팽함을 특징으로 한다. 주연과 조연으로 명백히 나뉘는 로맨스물 남자들의 운명은 이들에겐 잘 들어맞지 않는다. 5년간 마지못해 팀을 이루어 활동해온 두 사람은 서로 으르렁거리며 항상 티격태격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서로를 신뢰하고 있다. 무대 위 태익이 실신할 위기에 강휘가 벌인 키스 퍼포먼스는 이후 두 사람의 갈등을 더욱 부채질하지만, 그것이 강휘의 속정과 진심을 드러내는 식이다.

두 남자와 맺는 만옥의 관계도 여느 삼각관계와는 살짝 다르다. 결국 만옥과 태익의 사랑으로 나아갈 테지만, 오히려 위기에 처하고 만옥의 도움을 받는 쪽, 어린 시절의 불우한 가족사가 부각되는 쪽도 강휘이다. 만옥과 강휘가 맺는 인간적으로 끈끈한 관계는 만옥을 좋아하는 강휘에게는 기쁨이자 고통이지만, 태익에게는 더 큰 질투와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실명의 위기로 이준에 의해 팀에서 내쫓길 상황에 처한 강휘가 앞으로 이준에게 맞서는 과정에 태익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가 이야기의 관건이 될 것이다. 풀하우스를 찾기 위해 이준 밑에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태익이 과연 강휘를 위해, 테이크원을 지키기 위해 행동할 것인가. 만옥과 강휘 사이를 의심하고 질투하는 태익이 강휘를 배신하지 않을 것인가. 강휘와 세령이라는 방해물을 뚫고 만옥과 태익은 어떻게 사랑을 이루어갈 것인가.

< 풀하우스 take2 > 는 삼각갈등 양상을 살짝 비틀어 놓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그다지 새로울 것도 신선할 것도 없다. 그냥 예상 가능한 수순으로 진행되는 뻔한 로맨틱코미디이다. 하지만 적정 수위를 지켜가며 균형 있게 포진된 캐릭터의 힘과 억지스럽지 않은 사건들의 안정적 전개는 드라마를 계속 보게 하는 동력이 된다. 작은 드라마의 캐릭터 플레이가 주는 재미이다.

칼럼니스트 신주진 joojin913@entermedia.co.kr

[사진=SBS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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