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코딱지일 뿐, 오늘도 달린다 [MD에세이]

함태수 2011. 2. 22.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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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두진이 말하는 대학로 무대서 산다는 것 [김두진, 배우]

어느덧 연기를 시작한지도 10년이 지났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10년째 연기를 배우고 있다. 우연히 본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하나로 배우라는 길을 선택한 내 인생. 그렇다. 나는 오늘도 남의 인생을 사는 배우다.

출발은 특별했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학교 실기 시험을 볼 때 교수님이 "좋아하는 화가가 있느냐"고 물으셨다. 너무 떨렸던걸까. 나도 모르게 "네, 있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좋아합니다"라고 말했다. 웃기려고 그런 게 아니었지만 교수님들은 무척 웃으셨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일순간 디카프리오로 변했지만 어쨌든 운이 좋게 동국대 연극학과에 입학했다.

무대 위에서 다른 인물의 삶을 가지고 연기 할 수 있다는 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여느 배우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 할 때의 감동은 더했다. 하염없이 울면서 박수를 쳐주는 관객들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뿌듯했다.

하루는 나이지긋한 한 여성 관객이 공연이 후 내 손을 꼭 붙잡고 말했다. 공연 너무 재밌게 봤다고. 사실 대학로 연극을 처음 접했다고. 앞으로 이런 대학로 연극을 자주 보겠다고. 정말 가슴이 찡했다.

물론 기분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번에 '두여자'라는 호러 연극을 하게 됐는데, 극중 맡은 형사 역할이 너무 낯설어 잠을 설치며 연습을 하고 있다. 연기라는 게 나 혼자만의 만족을 위한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두려움 또한 내 안에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땀과 눈물은 결코 배신을 하지 않는 법.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어느덧 10년이 됐다. 연기가 좋아, 관객이 좋아, 무대가 좋아 배우로 산 지도 벌써 10년이다. 그래서 혹자는 가끔 내게 묻는다.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냐고. 하루 하루 치열하게 연극 무대에 서는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느냐고.

그때마다 내 입에서는 "전 코딱지 일 뿐입니다"라고 답한다.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코딱지. 10년이 흘러도 20년이 흘러도, 연기 앞에서 난 코딱지 일 뿐이다.

사실 영화 '꽃비'를 통해 주인공으로 연기도 해봤고 MBC 드라마 '대한민국 변호사'에도 고정으로 출연해봤다. 이후 날 알아보는 팬들도 부쩍 늘었고 팬레터도 받았다. 하지만 작품이 끝날 때마다 '아직 난 코딱지구나' '아직 난 준비되지 않았구나' 몇 번이고 느꼈다.

그래서일까, 오늘도 난 내공을 쌓고자 무대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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