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환 "연기란 일종의 자기만족..선택당해 벗어날 수 없어"(인터뷰)
[뉴스엔 글 이언혁 기자/사진 정유진 기자]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남자. 하지만 정작 가장 친한 친구에게는 눈엣가시처럼 여겨지는 존재다. 그는 결혼을 약속한 여인을 남겨둔 채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은 어느새 죽은 사람이 돼 있다. 그것도 산업스파이의 누명을 쓴 채 투신자살한 것으로. 자신이 누리던 것, 사랑하는 사람조차 친구의 차지가 돼 버렸다. 이 모든 것은 친구가 꾸민 계략이었기 때문이다. 시력과 기억을 잃었다가 되찾은 그 남자는 뒤바뀐 사실을 바로잡고 누명을 벗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남자는 바로 SBS 일일 아침드라마 '녹색마차'의 남자주인공 서정하다.
1995년 SBS 공채탤런트 5기로 우연히 데뷔해 15년만에 처음으로 아침드라마 주연을 꿰찬 서정하 역의 정성환은 드라마 방영 한 달가량 지난 지금, 아주머니 팬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한다.
"어머니 팬들은 지극 정성이에요. 드라마 '그 여자' 끝나고부터 어머니 팬들이 찾아오세요. 촬영장에 떡 등 각종 간식거리를 챙겨오세요. 괜히 불편하니까 제발 오지 말라고 해도 꾸준히 오시더라구요. 많이 생각해주시니 고맙죠."
아직 솔로인 정성환은 밑반찬, 보양식 등을 지속적으로 챙겨주는 어머니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아무래도 혼자 사니까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밥도 직접 차려먹고 집안일도 해요. 틈틈이 공과금도 챙기구요."
# 드라마 시작하면 오로지 일만, 일종의 워커홀릭
정성환은 생각보다 낯을 심하게 가리는 성격이었다. "쉴 때는 여행 다니고 공부를 해요. 대학원도 다니는데 요새는 드라마 때문에 못 가죠. 주로 혼자 배낭여행을 가는데 스위스가 참 좋더라구요."
10년 이상 함께한 '내 사람들'로 구성된 깊은 인맥을 자랑하는 정성환은 드라마를 시작하면 밖에도 잘 안 나간다고 했다. 집에서 대본만 본다고. "작품을 시작하면 '죽었다'고 생각해요. 성격 자체가 그래요. 그래야 드라마에 충실한 것 같거든요. 작품을 하는 동안에는 내 몸이 아니잖아요. 촬영을 시작하면 눈 떠서 잘 때까지 대본을 놓고 다닌 적 없어요. 감독님은 '제발 그런 거 털어내라'고 하시는데 습관이라 쉽게 변하지는 않아요."
# 아침드라마 첫 도전, 호흡 길어 좋아
이번에 그가 선택한 것은 120부작짜리 아침드라마. 이 역시 낯을 가리는 자신의 성격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미니시리즈, 특별기획은 감이 오를 때쯤 끝나잖아요. 길게 호흡을 유지하고 싶었어요. 서정하 역은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었어요. 파란만장한 삶을 사는 주인공이니까요. 엘리트가 모든 것을 잃고 다시 되찾으려고 하는 과정이 와 닿았어요."
하지만 처음 하게 된 아침드라마 '녹색마차'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상대배우 송선미와 마치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연상시키는 절대적이고 신화적인 사랑을 하지만 산업스파이로 몰리는 등의 내용은 마치 미니시리즈 같았다고. "홈드라마 같은 장르를 하고 싶었어요. 이를 통해 나 자신을 많이 풀어보고 싶었는데 많이 무겁더라구요. '녹색마차'는 정통 멜로가 기본이에요. 이제 정하가 본격적인 복수를 시작하죠."
서정하가 아닌 인간 정성환은 놀랄 만큼 여린 사람이었다.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자고 애완동물을 외롭게 만들 수 없어 기르지 않는다고 말하는 정성환은 마치 때 묻지 않은 소년 같았다. "예전에 방송을 함께했던 원숭이를 제가 키웠었어요. 그 원숭이가 죽고 나서는 1년간 우울증에 걸릴 정도였어요. '나를 안 만났다면 얼마나 행복하게 잘 살았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 나의 소명, 연기자
정성환은 이토록 여린 남자지만 일에 있어서는 확고한 철학을 보였다. "연기자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직업이라 좋아요. 캐릭터,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게 부담스럽고 힘든 일이지만 잘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완성되고 나면 행복하거든요."
이어 정성환은 연기자라는 직업이 자신의 소명임을 밝혔다. "제가 선택한 게 아니라 선택당한 거예요. 저에게 주어진 것이라 벗어날 수 없어요. 저에게 연기란 일종의 자기만족이에요. 시청률이나 다음 작품 캐스팅 같은 것은 개의치 않아요. 제가 맡은 배역에 미안하지 않게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죠."
정성환은 낯을 많이 가려 '인터뷰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들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속에 내재돼있던 연기에 대한 열정이 분출되면서 '15년의 내공은 무시할 수 없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끔 했다.
처음 보는 이들은 그가 까다롭고 대하기 힘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다보면 그 속에 누구보다 뜨거운 집념과 노력이 있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정성환은 지금까지 시청자들에게 보여줬던 모습보다 앞으로의 변신이 더욱 기대되는 배우다.
이언혁 leeuh@newsen.com / 정유진 noir1979@newsen.com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손에 잡히는 뉴스, 눈에 보이는 뉴스(www.newsen.com)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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