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현, 범상치 않은 신인의 농익은 음악

2007. 8. 7.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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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짱] 베일벗은 '얼굴없는 가수' 구정현

호소력 짙은 독특한 허스키 보이스

'오죽했으면' 발표되자 폭발적 관심

'대형 발라드가수 대이을 것' 기대감

2007년 여름, 한국 가요계는 대형 신인가수의 탄생을 예감하고 있다. 범상치 않은 이 신인가수는 <굿바이 새드니스>(Goodbye Sadness)라는 베일 안에 얼굴을 숨겨왔다.

대신 신세대 스타 정일우와 백성현이 출연한 뮤직비디오와 티저포스터로 자신의 존재감을 세상에 알렸다.

유망한 신인 가수가 인지도 높은 유명 스타의 얼굴을 빌어 대작 뮤직비디오로 데뷔하는 것은 수년 전 음반 시장 호황기에나 있던 일이다. 조성모와 왁스가 그런 경우다.

그런 와중에 그의 노래인 <오죽했으면><그러니까>의 차트 순위가 급등하면서 호기심이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신인일까? 가요계는 차츰 긴장감과 기대감이 뒤섞인 감정으로 숨죽여 이 신인가수가 모습을 드러내길 기다렸다.

3개월 만에 베일에 쌓였던 정체가 공개됐다. 가요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화제의 주인공은 183cm의 훤칠한 키에 호남형의 외모를 가진 구정현이었다.

#부산 명물, 눈물겨운 상경기

구정현은 데뷔 이전부터 자신의 고향 부산에서 이미 스타(?)였다. 고향을 떠난 지 4년이 돼가지만 구정현의 이름 석자와 강인해 보이는 인상을 기억하는 고향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구정현의 타고난 끼에 무모함에 가까운 의협심이 만들어낸 결과다. 구정현은 고교와 대학 시절 부산에서 열리는 아마추어를 위한 가요대회를 휩쓸었다.

다니던 학교 가요제 대상도 언제나 구정현의 몫이었다. 학교에서는 여자친구를 두고 붙은 시비로 10여 명과 시가에서 결투를 벌인 일이 전설로 내려오고 있다. 구정현 세 글자가 부산 시내에 여전히 아로새겨진 이유다.

이때까지만 해도 구정현은 가수에 큰 뜻을 품지 못했다. 임재범, 하동균과 같은 가수의 목소리를 그럴듯하게 흉내내는 게 좋았다. 주변 사람의 칭찬과 가요제에서 부상으로 받은 김치냉장고 등 물품이 고마울 뿐이었다.

구정현은 "노래 잘하는 가수들의 창법을 모방하는 수준이었어요. 가수가 되겠다는 생각까지는 미치지 못했어요. 그저 가수를 막연히 동경하던 시기였죠"고 말했다.

구정현은 보다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2004년 주머니에 100만원을 넣고 무작정 상경했다. 젊어서 사서 하는 고생을 하다보면 가수라는 막연한 꿈을 이룰 줄 알았다.

현실은 냉혹했다. 서울은 듣던 대로 눈감으면 코 베어가는 그런 곳이었다. 연예인을 시켜주겠다는 달콤한 유혹에 대중교통 대신 걸어다니고 끼니를 참으며 모았던 목돈을 6개월 만에 송두리째 날리고 만다.

구정현은 총 8,000만원 규모의 사기에 휘말리면서 큰 충격을 받게 된다.

구정현은 "카페에서 표준어를 익히면서 돈을 모으던 시절이었어요. 연예인을 시켜준다는 분을 만났죠. 밤낮 안 가리고 이리 저리 불려 다니기만 했어요. 가지고 있던 전 재산을 털어서 잘 보이기 위해서 열심히 뛰어다녔어요. 그런데 어느날인가 사무실이 아무 소식 없이 문이 잠기더니 연락이 끊어졌어요. 기가 막혔지만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도 없었죠"라고 말했다.

구정현은 사기 사건에 휘말려 빈털터리로 귀향을 하게 된다. 하지만 꿈을 독하게 품는 계기로 삼는다. 오기로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서울을 다시 찾는다. 2년 만에 회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던 오디션 끝에 자신의 이름 석자가 박힌 앨범을 품에 안게 된다.

#대형신인, 삼중고를 넘어라

구정현의 허스키한 음색은 독특하다. 둔탁한 느낌에 우울함이 배어나오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거칠게 몰고 가는 후렴 부분에서는 선배 가수 임재범이 연상되는 호소력이 느껴진다. 지난 6월 공개돼 큰 화제를 모았던 <고해><그녀를 사랑해줘요>를 구정현이 부른 '오디션 동영상'을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당시 구정현의 UCC는 대형 포털사이트 동영상 부문에서 기성 가수 못지 않은 가창력이 단박에 네티즌의 관심을 받았다. 이 동영상의 조회수는 줄잡아 40여 만회로 집계됐다.

최근 몇 년간 단기간에 이토록 호응이 뜨거워진 신인가수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구정현이 조성모 김종국 이후로 명맥이 끊어진 대형 남자 발라드 가수의 대를 이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구정현은 "아직 많은 관심을 받아도 되는 정도인지 얼떨떨해요. 앞으로 더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해요. 완성됐다기보다 앞으로 더 갈고 닦아서 나의 음악과 목소리를 잡아가고 있는 과정이거든요"라고 말했다.

구정현이 조심스러워 하는 이유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기 때문이다. 가요계는 오랜 동안 무더운 여름철과 남자 발라드 가수는 상극으로 치부돼 왔다.

거기에 인지도가 전무한 신인가수라면 히트곡 제조기라는 무수한 제작자들도 고개를 흔들기 일수였다. 여기에 이제는 새로울 것도 없는 음반시장의 보릿고개는 길어지고만 있다. 무엇하나 신인 남자 발라드 가수에게 녹록해 보이는 구석은 없어 보인다.

구정현은 정면승부로 이를 헤쳐나가고 있다. 오랜만의 정일우 백성현 등 스타를 앞세운 신비주의 전략을 사용했다. 티저포스터를 총 3회로 나눠 전국 대도시에 공개해 호기심을 자극했다.

대형 멀티플렉스와 야구장 등에서 뮤직비디오를 순차적으로 공개하며 체계적인 마케팅 기법을 사용했다. 업계는 이런 정공법이 남자 신인가수를 둘러싼 삼중고(三重苦)의 벽을 뚫을 수 있을 지 주목하고 있다.

음악적인 부분에도 드림팀이 규합됐다. <같은 베게><사랑은 향기를 남기고><그녀가 웃잖아>등 남성 발라드에 특별한 재능을 발휘한 작곡가 겸 프로듀서 황세준이 구정현 앨범에 중심을 잡았다.

앞의 세곡은 물론 <가슴 아파도> <제자리걸음> 등의 역시 서정적이고 호소력 짙은 남성 발라드 노랫말을 써온 작사가 조은희가 힘을 보탰다. 황세준과 조은희는 구정현에게 맞춤노래와 같이 느껴지는 <오죽했으면><그러니까>를 합작해냈다.

구정현은 "다들 안된다고들 했어요. 하지만 좋은 분들이 기꺼이 나서주셨어요. 저도 될 때까지 해볼 작정이라고 마음을 다스렸죠. 이렇게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실 줄 몰랐어요. 하지만 이제 막 시작했는걸요. 앞으로도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릴게요"라고 말했다.

스포츠한국 김성한기자 wing@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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