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칸〉[충무로 파일] '별따기'촬영 섭외지 학교

2007. 5. 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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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들은 "장소 섭외가 이뤄지면 촬영은 절반이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장소 물색 및 섭외가 얼마나 어려운지, 이를 전문으로 하는 로케이션 매니저의 보수가 적지 않은 이유를 가늠하게 한다.

장소 가운데 학교는 섭외가 쉽지 않은 곳으로 손꼽힌다. '날아라 허동구' '우리학교' '천하장사 마돈나' '올드 보이' '…ing' '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여우계단' 등의 제작진은 학교장면을 찍기 위해 발품을 적잖게 팔아야 했다.

'날아라 허동구'는 전주의 진북초등학교, '우리 학교'는 일본의 '혹가이도 조선초중고급학교', '천하장사 마돈나'는 부산의 개성중학교, '올드 보이'는 진주의 송계중고등학교에서 찍었다. 이밖에 '…ing'는 두 학교, '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여우계단'은 네 학교에서 촬영했다.

'날아라 허동구' 제작진에 따르면 국내에 있는 초등학교는 6200여개. 제작진은 이 가운데 500곳을 선정, 서울·경기 지역의 230여 학교를 우선 답사했다. 야구부가 있는지, 경관이 예쁜지, 촬영이 가능한지를 점검했지만 불가능했다.

그런 중 전주영상위원회로부터 진북초등학교를 추천받았다. 사진을 본 뒤 현장답사에 나선 제작진은 쾌재를 불렀다. 조건이 완벽한 데에다 학교 측이 영화 내용에 공감, 촬영에 선뜻 동의한 것이다. 제작진은 그럼에도 귀가하는 700여명의 학생들에게 일일이 가정통신문을 쥐어줬다. 학부모들에게 '주로 방학을 이용해서 찍을 것이며 학기 중에는 토·일요일 위주로, 평일에는 방과후에 촬영을 진행해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제작진은 이와 함께 최우혁 등 아역 배우 50명을 이 학교로 3개월간 교환학생 자격으로 전학시켰다. 수업을 계속 받을 수 있도록. 교장·감독 선생님의 동의를 얻어 진북초등학교 야구선수들을 출연시켰다. 3~6학년생을 상대로 영화특강도 했다. 이같은 노력과 학교 및 전주영상위의 전폭적인 협력 아래 제작진은 3개월간의 촬영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천하장사 마돈나'는 씨름부가 있는 학교여야 했다. 극중 배경은 인천. 이해영·해준 형제 감독은 인천이나 수도권 변방의 건물이 허름한 학교에서 찍기를 원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부산영상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다른 곳으로 옮긴 뒤 건물만 남아 있는 서면의 개성중학교에서 찍었다. 씨름연습장으로 사용하는 수영장은 이곳에다 만들어서 사용했다.

다큐멘터리 '우리 학교'의 무대는 일본에 있는 80여개 조선학교 가운데 하나다. 김명준 감독은 "조선학교 이야기를 제대로 다루려면 재학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주변의 조언을 감안, '혹가이도 조선초중고급학교'를 선택했다. 한반도 면적의 4분의 3쯤 되는 홋카이도에 있는 유일한 조선학교라는 점도 감안했다. 섭외과정은 순탄했지만 김감독은 1년 동안 학생들과 친해진 뒤에야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다.

'올드 보이'의 박찬욱 감독은 가톨릭 분위기가 나고, 건물이 오래됐고, 계단이 많고, 숲이 있는 학교를 원했다. 제작진은 다른 장소의 경우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모두 섭외를 마쳤는데 학교는 예외였다. 5개월 동안 제주도 외 전국의 학교를 수소문, 촬영을 며칠 앞두고서야 확정지을 수 있었다.

과정이 어떻든 이처럼 한 학교에서 촬영을 하는 건 행운이다. '…ing' '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여우계단' 등처럼 여러 학교를 이용하는 경우 또한 적지 않다.

'…ing'에서 학교 앞 횡단보도 장면은 서울 배재고등학교, 교실과 교무실 장면은 성남 성일여고에서 찍었다. 등·학교 장면은 교문을 나서는 민아(임수정)와 횡단보도상의 기수(최덕문)가 한 프레임에 잡혀야 했고, 교실 장면은 창문이 낮아 비오는 날 우산을 들고 찾아온 영재(김래원)가 창문을 통해 민아에게 잘 보여야 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서울·경기 일원의 학교를 샅샅이 뒤졌지만 두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주는 곳을 찾지 못해 결국 배재고와 성일여고에서 나눠 촬영했다.

'여우계단'은 네 학교에서 찍었다. 홍보 차원에서 촬영을 유치하려는 학교도 있었지만 미술을 전공한 윤재연 감독이 마음에 들어 하는 학교는 공포영화라는 점을 들어 모두 협조를 거부하는 바람에 섭외과정에 어려움이 많았다. 결국 교내 조소실·계단·복도 등은 옛 수도여고, 기숙사 외관과 여우계단은 전주공전, 무용실은 선화예고, 현관 로비는 영락고교에서 촬영했다.

〈배장수 선임기자 cameo@kyunghyang.com〉 [스포츠칸 연재만화 '명품열전' 무료 감상하기]- 경향신문이 만드는 生生스포츠! 스포츠칸, 구독신청 (http://smile.khan.co.kr) -ⓒ 스포츠칸 & 경향닷컴(http://sports.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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