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히트곡 표절무마 뒷거래?

입력 2006. 3. 29. 09:40 수정 2006. 3. 29.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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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직배사에 음원 수익금 100% 지불박진영·싸이 등 ''표절 논란'' 수습GOD·SES·싸이·하늘·캔 등 음반 ''저작권 침해'' 뒤늦게 드러나

원작자 동의없이 음원을 사용한 우리나라 음반 제작사들이 외국 음반 직배사들에게 음원 수익의 상당부분을 지불해온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는 네티즌로부터 표절 의혹을 받은 일부 국내 톱가수들의 음반을 제작한 회사들이 논란을 무마시키기 위해 외국계 직배사와 일종의 '뒷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어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28일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KOMCA)와 외국 직배사 등 음반업계에 따르면 GOD 앨범을 제작한 박진영 프로듀서, 자신의 곡 '새'와 '챔피언'의 제작에 참여한 가수 싸이 등 다수의 프로듀서와 작곡자들은 표절 혹은 무단 음원사용 등이 문제가 된 일부 히트곡의 음원 수익 100% 혹은 대부분을 소니, EMI 등 외국계 직배사에 지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적 관례로 샘플링, 편곡 인용 등 기존 노래의 일부 음원을 활용해 새로운 노래를 만드는 경우, 원작자의 동의는 필수다. 일부 음반 기획사들은 그러나 사전에 충분한 협의 없이 앨범을 제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협의가 있었다면 샘플링 사용료를 지급하거나 저작권 일부를 양도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된다. 하지만 표절 논란 이후 직배사들과의 협의는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직배사들이 '저작권법 위반'을 이유로 저작권 100% 환수를 협상 조건으로 내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악의 경우 국내 작곡자들은 저작권을 1%도 갖지 못하게 된다.

KOMCA의 한 관계자는 "작사 작곡 편곡 등에 대한 모든 권한을 외국 음반사에 뺏긴 경우가 허다하다"며 "이 경우 논란이 거세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국내 음반사는 이 사실을 비밀에 부치는 내용을 계약서에 첨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음반업계 등에 따르면 원작자 권리 침해로 문제가 된 음악은 박진영 프로듀서가 직접 제작한 GOD 1집 '어머님께'와 '관찰'(1999년), SES 2집 'Dream Comes True'(1998년), 하늘 1집 '웃기네'(2001년), 싸이 1집 '새'(2001년), 캔의 '내 생애 봄날은'(2001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앨범은 케이스별로 다르지만 대부분 작사 작곡 편곡 등의 저작권을 스스로 갖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당 음원 판매 수익 대부분은 외국으로 귀속되고있다. 예컨대 GOD의 '어머님께'의 경우 작곡·작사 지분은 미국 힙합가수 2PAC이 부른 'Life Goes On'(BMG)의 원작자에 있고, 박진영 프로듀서는 편곡 지분만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앨범 판매 수익은 100% BMG에 귀속돼 있으며, 박 프로듀서의 몫은 방송 이용료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박진영 프로듀서가 속한 JYP의 한 관계자는 "GOD 앨범의 지분 문제가 어떻게 됐었는지는 오래 전 일이어서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며 "박진영 프로듀서에게 확인 할 수 있겠지만, 현재 업무차 해외 체류중인 관계로 전화 연결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음반 직배사의 한 관계자는 "저작권 침해는 90년대 말부터 가요계에 팽배해 있다"며 "샘플링이나 표절 등을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작곡자들이 알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소니, EMI, BMG 등 외국 직배사들이 소속된 한국음악출판사협회(KMPA)는 이날 서울 강남구 신사동 실미디어에서 정기총회를 갖고 표절 및 샘플링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스포츠월드 우한울 기자 erasmo@sportsworldi.com

[SW확대경] 가요계 표절논란 왜?외국곡 표절→네티즌 논란→직배사 문제제기→저작권 환수 악순환

안타깝게도 GOD의 '어머님께'는 법적으로 따질 때 100% 우리나라 곡이 아니다. 작사, 작곡, 편곡 등 모든 작업을 박진영 프로듀서가 했지만, 직배사와의 사후 협의에서 이렇게 결론이 났다. 법적으로 작사와 작곡은 미국 힙합가수 2Pac 'Life Goes On'의 직배사측에 있고, 그에 따라 이 곡에 대한 음원 수익은 100% 해외로 나간다.

한편으로는 억울한 케이스다. '어머님께' 제작의 대부분을 박 프로듀서 스스로 하고서도 인정을 못받았기 때문이다. 미국 힙합가수 2Pac의 편곡을 일부 인용한 것이 음반 수익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문제로 번졌다. 그러나 송사로 번지는 것을 원치 않았던 박 프로듀서로서는 부당하지만 직배사의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비단 '어머님께'라는 노래 하나로 그치지 않았다는 데 있다.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초까지 샘플링 혹은 표절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인식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다수의 작곡자들과 프로듀서들은 외국곡 저작권을 침해해왔다. 샘플링 등 저작권침해→네티즌 논란→직배사 문제제기→저작권 환수 등의 악순환이 계속된 것이다.

음반 제작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은 당시 상황상 원저작권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실을 모르는 작곡자들도 있었다. 한 직배사의 관계자는 "90년대 말의 경우는 직배사가 국내에 진출하지 않은 시기여서 많은 작곡자들이 외국에 체류 중인 원저작권자의 동의를 어떻게 받는지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의도적인 샘플링이나 표절도 허다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돈이다. 적은 돈을 들여 외국곡을 쓰고 싶은데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한 관계자는 "제작자는 한 곡당 500만∼1000만원을 생각하고 있는데, 직배사는 그 이상을 부르니까 그냥 조용히 (표절)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음반사들은 저작권 침해 사실이 적발된 것을 숨기기도 한다. 겉으로는 '표절이 아니다' '원작자의 허락을 받았다'고 해명하면서도, 뒤에서는 직배사들과 협의를 거치는 것. 입 단속을 위해 음반사는 직배사에게 '비밀유지'를 약속받는다.

물론, 최근 들어서는 '자정작용'이 일고 있다. 100% 저작권 환수라는 조치를 반복 경험하다보니 사전 협상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들기 때문이다.

예컨대 2003년 비의 '태양을 피하는 방법'의 경우 박 프로듀서는 스팅의 'Shape of My Heart' 기타 간주를 따오면서도 소량의 저작권 지분을 갖게 됐다. 박 프로듀서가 가져온 지분 비율은 다른 경우에 비해 상당히 후한 '대접'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저작권 침해 사례도 줄었다. 직배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권리 침해 케이스는 10여개 안팎이며, 이는 90년대말 2000년대 초보다 눈에 띄게 줄어든 수치다.

그러나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음반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특히 '한류' 붐을 일으키며 우리 콘텐츠가 해외로 수출되는 상황에서 이런 관행이 지속된다면 국가 신인도에 있어서도 큰 타격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박준흠 음악평론가는 "한류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기 위해서라도 외국 트렌드를 무작정 따라가기보다 순수 창작곡으로 승부해야한다"며 "샘플링 무단 도용 등 기존 관행이 뿌리뽑히지 않으면 반한류가 언제 고개를 들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우한울 기자

erasmo@sportsworldi.com

●한국 가요계의 표절논란…룰라·서태지등 끝없는 시비이상민 자살 기도·김민종은 가수 은퇴최근엔 ''돌아와요 부산항에'' 배상 판결

한국 가요계의 표절 시비는 사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대표적인 경우를 보면 일단 1995년 그룹 룰라의 '천상유애'가 일본 그룹 닌자의 '오마쓰리 닌자'를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일이 있다. 이 사건으로 룰라는 해체되고, 리더 이상민은 자살까지 시도하는 일이 벌어졌다.

같은해 서태지와 아이들의 4집 '컴백홈'도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표절을 주장한 측은 '컴백홈'이 미국 그룹 싸이프로스 힐의 창법과 유사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1996년에는 가수 겸 배우 김민종의 '귀천도애'가 일본 그룹 튜브의 'Summer Dream'을 표절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 일로 인해 김민종은 가수 은퇴를 선언했다. 1999년 공연법 개정으로 표절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사라지면서 표절 논란은 잠시 주춤하는 듯했다.

하지만 2000년 조성모의 '다짐'이 발표되면서 비비의 '최후의 선택'과 닮았다는 표절 시비가 일었다.

이 사건은 '다짐'의 작곡자인 이경섭씨가 '최후의 선택'의 작곡자가 자신이며, '다짐'이 리메이크라고 설명,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났다.

2004년에는 그룹 코요태의 '불꽃'이 일본 여가수 세리 요코의 '시키노 우타'와 비슷하다는 네티즌들의 맹공이 쏟아져 코요태가 어려움을 겪었다.

얼마 전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돌아와요 충무항에'의 표절로 인정된다며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작사·작곡자 황모씨는 소송을 제기한 '돌아와요 충무항에'의 가수 김씨의 어머니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반면 태진아의 '사랑은 아무나 하나'는 '여자야'를 표절했다며 가수 이 모씨가 소송을 제기했으나, 구전 가요를 바탕으로 작곡됐다는 점이 법원에서 인정돼 표절 논란을 불식시켰다.

예전에는 표절 시비가 단지 논란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법원 소송까지 비화되는 모습이 공연법 개정 이후 새로 나타난 풍속도다.

이길상 기자 juna@sportsworldi.com

은하철도999·마징가Z주제곡도 저작권 환수일본 20년만에 문제제기 100% 환급

1980년대 인기리에 방영된 만화 '은하철도 999', '마징가Z' 등의 주제곡도 저작권이 일본에 100% 환수된 경우다.

'은하철도999' 주제곡은 원래 일본곡(銀河鐵道999)었지만, 우리나라에 수입되면서 번안돼 새롭게 불려졌다. 저작권의 개념과 이를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없었던 당시여서, 우리나라 곡은 일본 곡의 가사 내용의 일부만 수정하는데 그쳤다. 또한 '마징가Z' 주제곡도 일본 노래인 'Majinger Z'의 멜로디를 그대로 썼다.

20년간 문제제기가 없었지만, 일본측은 최근 저작권 환수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이들 만화가 주제곡의 국내 저작권자는 그간의 음원 판매수익 등을 모두 100% 환급해 일본 원저작자에게 지급해야 했다. '은하철도999'와 '마징가Z'는 지금 널리 불려지고 있진 않지만 선거기간 만큼은 단골 메뉴로 꼽히는 곡이다.

우한울 기자

[황용희기자의 연예패트롤]음반 제작과정과 표절시비영문도 모른채 덤터기가수도 억울한 피해자

원작자 동의없는 무단 음원사용과 샘플링 등 표절 관련 사안이 터질 때면 가수 당사자도 엄청난 피해를 본다.

어짜피 음반을 만들 때 당사자인 가수들은 작곡자들이 만들어온대로 노래를 부르지만 표절과 관련된 모든 책임은 가수가 혼자 안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음반 제작과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가수들의 억울함을 이해할 수 있다.

일단 음반이 기획되면 제작사는 작곡자들에게 곡을 의뢰한다. 일단 곡 의뢰를 받은 작곡자들은 가수의 느낌과 능력에 어울릴법한 곡을 만들어 제작사로 보낸다.

제작사는 그중에서 타이틀곡과 수록곡을 고른다. 곡을 고를 때는 제작자와 가수들이 함께 고르지만 이때 웬만큼 음악에 정통하지 않는 사람은 그 곡이 표절곡인지 아닌지를 판별해낼 수 없다.

전문가라하더라도 지구상의 수많은 곡들 속에 묻혀있는 원곡을 찾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한마디로 작곡자가 먼저 밝히지 않는 이상 저작물의 표절여부는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다.

사실 가수의 입장에선 노래가 아무리 좋아도 표절곡은 선택하지 않는다. 아무리 좋아도 엄청난 이미지를 감내하면서까지 그 노래를 선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가수가 '○○와 같은 느낌의 곡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이미지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지 곡을 표절하라는 것은 아니다.

표절논란은 노래뿐만이 아니다. 뮤직비디오나 의상컨셉트 등도 마찬가지다.

이것들 역시 가수와 제작자는 아웃소싱으로 해결하기 때문에 담당 에이전트가 마음먹기에 따라 영문도 모른채 표절이란 멍에를 뒤집어 쓸수 있다.

지난 연말 뮤직비디오 표절시비에 휩쌓였던 한 음반제작자는 "당시 뮤직비디오 감독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제작해온 뮤직비디오가 표절시비에 휩싸였을 때 황당했다"며 "가수들은 영문도 모른채 표절의혹을 뒤집어 썼다. 이쪽 분야도 아웃소싱이 활성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그 책임은 어김없이 가수의 몫이었다.

한마디로 이같은 표절시비가 없어지기 위해서는 작곡자 등 음반제작에 직·간접으로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점이다.

황용희 기자 hee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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