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소녀 열풍' 이끄는 '소녀 시대'

2007. 11. 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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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셋) 지금은, 소녀시댑니다!"

지금이 소녀의 시대라고 대놓고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다니는 그들, '소녀시대(少女時代)'다. '소녀들이 평정할 시대가 왔다'는 희망을 담아 지었다는데, 과연 '전문 아이돌 생산 기지' SM의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지난 8월 발표한 싱글 '다시 만난 세계'는 각종 가요 순위 프로그램을 휩쓸고 있고, 10대 팬들은 물론 군부대 장병들, 30대 이상 남성들까지 가담한 '소시빠'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되고 있다.

"혼자 있으면 잘 모르지만, 9명이 같이 다니면 다들 알아봐요. 처음에는 저희 나이 또래의 팬분들만 알아보더니, 요즘은 나이 지긋한 아저씨들도 '귀엽다, 악수하자'고 해요. 특히 지방 공연 갈 때 휴게소에서 한 할아버지가 '소녀시대 맞지?'하며 알아볼 때는 정말 우리가 유명해졌구나 느꼈다니까요."(태연·18)

하루에도 '한 포대씩' 군대에서 팬레터가 날아든다. 체면을 집어던진 아저씨팬들의 애정공세도 종종 있다. 써니(18)는 "한번은 사무실에 하얀 봉투에 편지가 왔기에 뜯어봤어요. 요즘은 그런 데다 편지 보내는 사람 별로 없거든요. 보내는 사람을 보니 XX일병이에요. 군인아저씨인 거죠. 후훗. 내용을 보니 '땅 속에서 이틀째 훈련 중인데 써니씨 생각하고 있다'고…. 신기하고 감사해서 사인을 해서 보내준 적이 있어요" 했다.

유리(18)도 한 마디 보탰다. "오랜만에 학교에 갔는데 남성 팬들이 '소녀시대 유리 짱'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민망해하고 있는데 친구들이 저 안 오는 날도 만날 왔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 남자분들이 좀 나이가 드신…."

소녀시대는 9명, 모두 16~18세의 여고생이다. 이들은 지난 8월 공식 데뷔해 방송활동을 시작했고, 1일 정규 1집을 발매한다. 타이틀곡은 '소녀시대'다. 1989년 이승철이 불렀던 그 '소녀시대'다. "밝고 소녀답게" 리메이크했다.

9명 모두 초등학교 때 '길거리 캐스팅', 각종 오디션, '청소년 베스트 선발대회' 등을 통해 발탁돼 3~7년 동안 기획사에서 트레이닝을 받았다. '소녀시대'라는 '마스터피스'로 뭉쳐지기 전부터 가수, 연기자, MC, DJ, CF모델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했다. 이에 더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어학 실력도 두루 갖췄다. 아시아 진출을 염두에 둔 것이다.

물론 '소녀시대'가 소녀들의 시장을 전부 장악하고 있진 않다.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다른 한편엔 '텔 미'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원더걸스'가 있다. 수영(17)은 담담히 "라이벌이라고 해도 좋다. 둘 다 똑같은 10대 소녀들이고 하니 아무래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서로에게 자극이 되는 좋은 상대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도 원더걸스 노래 너무나 좋아해서 매일 차 안에서 듣는다. 안무도 막 따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감이 묻어나는 멘트도 잊지 않았다. "물론 최후의 승자는 훗날에 결정이 나겠지만요. 후후후."(유리)

어릴 때부터 이들의 꿈은 '무대에 서는 것'이었다. 롤모델은 SES와 보아. 어린 나이에 데뷔한 만큼 연습생 시절부터 버려야 하는 것은 많았다. 친구 생일 파티에 가고 싶어도 스케줄이나 연습 때문에 갈 수 없었다. '매점에서 빵 사먹기'나 '학교 앞 분식점에 떡볶이 먹으러 가기' '수학 여행가서 추억 남기기' 같은 여고생의 낭만은 꿈도 꾸기 힘들었다. 그래도 이들은 지금 그저 "행복하다".

"힘들어도 무대에 서는 게 좋으니까 계속 활동하는 것 아닌가요? 6년을 꿈꿔온 가수 생활이라 아직은 마냥 재미있고 신기할 따름이에요."(제시카·18)

'아이돌'에 대한 편견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많은 사람들이 무조건 "아이돌은 얼굴만 믿고 나와 실력없고 음악성이 없다"는 색안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수영은 "나는 나름대로 우리의 첫번째 싱글 '다시 만난 세계'에 대한 특별한 자부심이 있다. 우리가 지향하는 음악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순서를 밟아간 강타, 바다 등 선배님들을 보면 만년 아이돌 가수라는 이미지는 없지 않나. 그렇게 성장하고 싶다"고 강조해서 말했다.

풍선처럼 금방 부풀어올랐다 터져버릴 수 있는 아이돌 그룹의 인기에 대해 불안감이나 공허함을 느낀 적은 없냐고 물었더니, "아직 이르다"고 한다.

"아직 보여준 것보다 안 보여준 게 훨씬 많아요. 전체가 100이라면 한 5 정도? 하하하. 한 명 한 명 각자 가진 게 많아요. 아직 저희는 가수로 치면 두달반밖에 안된 갓난아기 잖아요."(효연·18)

〈글 이로사기자 ro@kyunghyang.com〉

〈사진 박재찬기자 jcphot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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