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PD가 수확한 건 옥수수와 시청률만이 아니다

김교석 2015. 9. 8.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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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1년으로 본 나영석PD 인적자원 확보 전략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쌀쌀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지금, 각별했던 이웃과 이별을 해야 할 때다. 정선에서 1년간 자급자족하며 밥 짓고 살기 시작한 이서진의 <삼시세끼>가 옥수수 수확과 함께 마무리됐다. 마지막회에 잠시 등장한 첫 방송에서 이서진의 반응을 보듯 처음에는 소위 '미쳤거나' '말도 안 돼는' 것으로 치부됐었다. 그러나 2개월 분량의 가을편 시즌1이 대흥행하고, 겨울철의 어촌 편까지 대박이 났다. 그리고 계절이 흘러 찾아온 봄·여름편은 시작 전에 과연 더 보여줄 것이 있을까 하는 약간의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의심은 첫 회부터 무너졌고 장장 4개월 동안 꾸준히 큰 인기를 얻으면서 1년간의 프로젝트는 성황리에 끝났다.

<삼시세끼>는 박수를 받으며 떠나는 거의 유일한 예능이다. 물론, 이별에 아쉬워할 틈 없이 나영석 월드의 또 다른 부분이 찾아오고, 어촌편이 기다리고 있으니 또 어떻게 다시 만날 것이란 기대가 있기에 영원히 떠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이번엔 기약 없이 떠나는 것이라 조금 각별하다. 이런저런 의미부여를 하지 않고 추억 젖기에 빠지지도 않고 담담하게 끝냈지만 다시 정선으로 돌아올지, 이 프로젝트를 계속할지 여부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그런 정선에서 근 1년간 <삼시세끼>와 나영석 PD가 수확한 것은 옥수수와 시청률만이 아니다. 단 한 번의 실패 없이 이어지며 영토를 확장한 나영석 PD 월드는 프로그램마다, 시즌마다 미세한 변주를 주면서 미묘한 맛으로 시청자들을 붙잡았다. 이번 정선편은 그의 프로젝트 중 단위 시즌 당 가장 긴 회차를 소화한 프로젝트였다. 그 시간동안 <삼시세끼>가 값지게 수확한 것은 바로 '사람(게스트)'과 '일상성'이다.

게스트의 초대는 나영석 월드를 확장하는 가장 합리적이고 편리한 방식이다. 이번 시즌은 매 회마다 새로운 게스트가 등장해 이야기에 참여했다. 그런 까닭에 염소와 강아지는 주인공이 아닌 애완동물의 위치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오해는 말자. 게스트에 의존하지 않았다. 게스트를 띄워주고 그 위주로 흘러가기에 정선의 삶은 녹록치 않았다. 이서진과 옥택연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줄넘기 줄 안으로 게스트가 얼마나 잘 뛰어드느냐가 포인트였다. 한마디로 게스트가 누군지보다 옥순봉 마을에 얼마나 잘 융화되느냐가 포인트였다.

이번 주는 누가 와서 식구가 될까? 하는 궁금증은 이른바 범나영석계의 등장, 영어로 하면 크루를 갖추게 됐다. 딱딱하게 표현하자면 제2의 최지우, 제2의 차승원을 찾는 베타테스트였다고 할 수 있다. 수미상관의 박신혜나 남자 게스트로 가장 큰 존재감을 보여준 이선균, 기존 이미지와 완벽하게 다른 옹심이로 자리매김한 김하늘 등은 그야말로 가능성이다. 이들은 새로운 기대와 볼거리를 준다. 단순한 게스트였을 수도 있지만 이미 한번 시청자들과 관계가 맺어졌기 때문에 그 다음에 대한 기대와 추억이 연결된다.

이런 식의 인적자원 확보는 <꽃보다 할배><삼시세끼><꽃보다 청춘><신서유기> 등등 각자의 세계를 그대로 진행하면서 또 어느 순간 어촌편의 유해진과 손호준이 정선편의 게스트로 등장하는 것처럼, 이서진과 최지우가 함께한 것처럼, 조합만으로 새로운 즐거움을 줄 수 있다. 훗날 이른바 마블의 어벤져스처럼 나영석 월드가 한 번에 모이는 것도 가능하다.

1년간 4계절 내내 우리 곁에 있어준 <삼시세끼>는 반가운 이웃 같다. 겨울의 어촌편까지 계절의 변화에 맞물려 돌아가며 정서적 밀착은 더욱 끈끈해졌다. 다시 찾은 정선에는 새로울 것이 없고, 여전히 잔잔하지만 오랜만에 고향집을 찾은 듯한 반가움이 있었다. 그들이 제빵을 배우고 나름 요리 욕심을 내며 세간을 마련하는 상황들, 옥수수를 심고 수확하는 일련의 시간을 함께하면서 추억을 켜켜이 쌓아놓았다. 이런 몇 차례의 과정 속에서 대중들의 일상과 나영석 월드는 동기화됐다. 게스트가 눈에 보이는 변화이고 확장이라면, 보다 내밀한 정서적 밀착은 나영석 월드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를 열렬한 지지로 바꿔놓았다.

특별한 이슈가 있는 것도, 드러내놓고 말할 에피소드가 딱히 있는 것도 아니지만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는 것은 우리의 일상으로 굳어졌다. 이번 시즌을 거치면서 꾸준한 시청률과 들끓지도 빠지지도 않는 시청자들의 반응은 그런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였음을 의미한다. 별다른 새로운 볼거리도 없고, 이서진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바도 아닌 데도 매주 방송을 기다리고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시청하는 정서적 친밀감은 이번 시즌을 거치면서 더욱 확실해졌다. 방송을 넘어서 이웃이 됐다. 4계절의 바람을 머금으며 더욱 더 확실해졌다. 어느덧 계절처럼 찾아오는 나영석 월드의 방식에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고, 헤어짐을 아쉬워하듯 익숙해졌다.

페이드 인과 페이드 아웃의 절묘한 조화. 이제는 안 될 것이라는 강호동을 설득해 <신서유기>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며 이번에도 이뤄낼 조짐이 보인다. 다음 <삼시세끼> 어촌편이 시작되기 전까지, 그 언젠가 이서진이 다시 찾아올 때까지 나영석 월드는 멈추지 않을 모양이다. 그들은 떠나고 싶게도 만들고 계속 함께 머물고 싶게도 한다. 다시 말해 여행이든, 어느 한 장소에 머물든 어떤 모습으로든 같은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기분이 들게 한다. 현실의 퍽퍽함이나 잘 정련된 감동이나 웃음이 아니라 그냥 사람,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로 말이다. 그래서 방송도, 그 방송을 소비하는 시청 행위 자체도 지극히 일상적이게 됐다. 그래서 결론은, <삼시세끼>가 남긴 수확은 이미 했던 그 말이다. 나영석 PD는 여전히, 그리고 아직은 가장 독보적인 자기 색을 갖춘 새로운 형태의 예능을 지속 발전시켜나가는 중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외부필자의 칼럼은 DAUM 연예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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