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쿡방의 대세를 거스르는 4인의 '뚱보'가 있다

김교석 2015. 8. 2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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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녀석들'의 식탐이 사랑스럽고 끌리는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여기 쿡방의 대세를 거스르는 프로그램이 있다. 출연진은 단 4명이지만 게스트는... 끼워줄 자리가 없다. 출연자들 모두 유행을 따르기엔 구력이 저마다 묵직하다. 그래서 너도나도 요리를 말하고, 스타 요리사가 방송가를 점령하면서 이제 요리가 살림이 아니라 문화(라이프스타일)라고 말하는 이때 도통 그딴 것들이 뭔 소리냐고 갸우뚱할 줄 아는 배포(위장)를 가졌다.

유민상, 김준현, 김민경, 문세윤 등 빅사이즈 코미디언들로 구성된 <맛있는 녀석들>은 기본적으로 소문난 식당에 가서 음식을 맛보는 맛집 프로그램이지만 기존 맛집 프로그램과는 포커스가 조금 다른 곳에 있다. 어떻게 소개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에 몰두한다. 탐구를 해야 하다 보니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조금 많이 먹는다. 앉은 자리에서 치킨 11마리를 뜯고, 40분간 자작하게 졸여 민물매운탕 대짜 한 냄비 뚝딱 한 다음, 다시 대짜 한 판 더 시켜서 최적의 점도를 위해 다시 40분간 끈기 있게 기다린다.

이와 같이 맛집 프로그램이라기보다 대식 프로그램에 가까운데, 그렇다고 푸드파이터들은 또 아니다. 아니 그런 문화는 이해조차 못할 것이다. 그저 맛있어서 많이 먹는 거다. 공깃밥을 나눠먹는 수치스러운 행동은 하지 않고, 추가는 무조건 온마리, 그리고 대짜다. 즉 무아지경 먹방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남들보다 꽤 많이 먹어본 이 맛있는 녀석들은 식당 출입은 겸손하게, 음식 앞에선 경배를 바친다. 그래서 음식을 준비해서 내주시는 사장님과 서빙하는 이모님들에게 깍듯한 예를 갖춘다. 워낙에 잘 먹는 바람에 잦은 리필을 하느라 또 참기름, 산초가루, 뜨거운 물, 깻잎 등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 부탁하느라 사장님들을 부를 때가 많은데 홍일점 김민경이 상냥하고 애교 있게 전담한다.

그리곤 다시 먹는다. 문세윤이 말했듯, 먹어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가장 맛있다는 표현은 "그냥"이다. 맛을 설명하는 다양한 미사여구나 감탄사보다 행동으로 보여준다. 쌓여 있는 빈 그릇의 개수가 맛을 가늠하게 한다. 열심히 먹느라 흘리는 굵은 땀방울이 맛의 결정체와 같다. 그들이 맛나게 쓱싹쓱싹 먹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면 뭐라도 안 먹고는 못 배기게 된다.

그렇다고 그저 많이 먹는 '식신'의 카테고리에 머물면 쉬이 질릴 것이다. 많이 먹어봤다는 건 해당분야에 전문가가 되기 위한 1만 시간의 법칙과 같다. 빠가사리가 왜 빠가사리인지, 매운탕의 거품은 걷어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음식에 대한 정보와 전복이나 전어를 손질하는 법 등의 정보 전달부터 더 맛있게 먹기 위해 그동안 스스로 터득한 맛있게 먹는 TIP과 철학을 대방출한다.

스타셰프 최현석이 스테이크를 맛있게 굽는 법을 설명하며 탈 것 같을 때 태우라고 한다면 '김프로' 김준현은 쌈을 쌀 때 '밥 많이'란 주변에서 손가락질 할 만큼이라고 정의한다. 백종원이 음식 만드는 데 있어 다양한 접목과 쉬운 방법으로 신기원을 열었다면 김프로와 멤버들은 기존 재료를 재해석해서 새로운 음악을 재창조하는 DJ처럼 상에 깔린 음식을 갖고 노는 경지에 올랐다. DJ의 자산이 다양하고도 엄청난 양의 음악적 섭취라면 맛있는 녀석들은 실제로 음식을 엄청나게 섭취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더 맛있게 먹는 법을 알려준다.

기존 요리를 해체하거나 재해석해 더 맛있게 재조합하는 것이 <맛있는 녀석들>의 핵심 포인트다. 닭볶음에는 깻잎쌈을, 양념게장엔 우동면을, 메밀전병에는 간장 대신 마요네즈를 찍고 콩국수에 수박을 얹고, 먹다 남은 동태전을 찌개에 넣어 먹는 등 각자만의 비법을 대공개한다. 마치 비디오방 점원으로 일하며 수많은 영화를 탐닉하다가 감독이 된 쿠엔틴 타란티노처럼 맛있는 녀석들은 꾸준히 노력하면 최고의 맛이 나온다는 것을 식성으로 통해 보여준다.

이들의 식탐이 사랑스럽고, 끌리는 또 하나의 이유는 멤버들의 캐릭터에서 기인한다. 고삐 풀린 페이스메이커 김준현에게 출연자들이 따라가게 되는 것처럼 시청자들은 방송을 보면서 그 자리에 한번 끼어서 식사를 하고 싶어진다. 모난 인물 하나 없이, 서로 괴롭히고 못살게 구는 것 하나 없이 웃음을 만들고 대동단결한다. 특히 신흥 '대형' 콤비인 김준현과 문세윤의 합은 앞으로 주목할 만한 예능 콤비라 할 만큼 훌륭한 퍼포먼스를 발휘한다. FNC가 첫 번째 예능 주자로 문세윤을 영입한 이유가 있음을, 김준현이 <인간의 조건2>를 이끌었던 게 단순한 우연의 일치가 아님을 <맛있는 녀석들>이 증명한다.셰프도 좋고, 화려한 음식도 좋지만, 즐겁고 유쾌한 친구들과 함께 나누는 한 끼라는 가장 기본적인 접근으로 재미와 웃음을 만들어냈다. 밥 하나 먹는데, 정보와 웃음, 그리고 정이 느껴진다. 폭식이 예능이 될 수 있었던 이유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외부필자의 칼럼은 DAUM 연예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진=코미디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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