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 '마리텔' PD를 칭찬하지 않을 수 있나

김교석 2015. 7. 13.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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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를 제작진보다 앞세운 '마리텔'의 승부수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이 시대 가장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이다. 인터넷 개인방송과 공중파 방송의 결합, TV매체와 모바일 매체를 필요충분조건으로 묶는 콘텐츠 자체만으로도 JTBC나 tvN의 혁신을 능가한다. 거기다 출연자들을 고정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교체하는 로얄럼블 체제를 전격 도입해 매회 새로운 기대를 하고 챙겨보게 만든다. 이런 '새로운' 치적 중 가장 놀라운 혁신은 생방(인터넷 방송)과 본방(TV방송)의 체제 확립이다. 방송본을 아예 노출하고 시작하다보니 스포일러에 시달리는 기존 방송의 한계와 틀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는 그 어떤 예능이나 TV 콘텐츠도 도전하지 않은 길이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신선하고 재밌지만 공중파에서 인터넷 커뮤니티라는 하위문화를 기반으로 구체화 된 타겟팅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파일럿부터 쏟아진 폭발적인 관심은 무척 뜨거웠으나 신기한 것에 대한 호기심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회자되는 것에 비해 <런닝맨>보다 못한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을 보며 '낯설음'과 '익숙함'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위기가 찾아오지 않을까 염려했었다. 그런데, <마리텔>은 이런 고정관념을 무용하게 만들었다.

<마리텔> 제작진이 보여준 소통법과 세련된 작법은 앞서 말한 것처럼 기존 예능의 성공 공식과는 다르다. 대표적으로 최근 예능 방송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는 스타PD 마케팅을 따르지 않는다. 베일 뒤에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꽤 예리하게 관찰하고 기민하게 포착한다. 백종원이 독주를 하자 시청자들의 의견과 관심을 반영해 유연하게 맞춤형 제도를 만들어내는 식이다. 이러한 일종의 그림자 전략 하의 유연한 태도와 소통은 <마리텔>을 오늘날 가장 새로운 예능으로 이끌었다.

예를 들어보자. 같은 금요일에 방송되는 <삼시세끼>가 나영석 PD의 <삼시세끼>라 불리고, 동시간대 새로운 경쟁자로 나타난 <청춘FC 헝그리일레븐>은 <천하무적 야구단>을 만들었던 스포츠예능 개척자 최재형 PD의 기획이라는 점을 방송을 통해 어필한다. 반면에 시청자들과 혁신이라고 할 정도로 가깝게 소통하는 <마리텔>의 제작진은 충분히 나설만한데도 프로그램 뒤에 있다. 시청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리액션을 방송으로 재가공하면서도 방송 중에 존재를 드러내거나 카메라 앞에 나서지 않는다. 물론 기미 작가, 막내 작가, 모르모트 PD 등의 유명 제작진이 있지만 이들은 이제 친밀한 등장인물에 가깝지 출연진과 시청자와 함께 삼각형의 한 꼭짓점을 나눠 맡아 판을 쥐고 흔드는 기존 스타 PD의 모습이나 위치와는 전혀 다르다.

그런 차원에서 인간계와 결별한 백종원의 쿡방은 <마리텔> 소통 방식의 상징과도 같다. 나서지 않으면서도 친근하게 다가고 일종의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도록 북돋는다. 재미는 그 안에서 동참하면서 만들어진다. 비판들도 무시하지 않는다. 설탕을 많이 쓰는 것이나 레시피의 독창성에 대한 시비도 자연스럽게 짚고 넘어간다.

제작진이 카메라 앞에 존재를 드러내지 않지만 시청자들은 답답함이나 궁금함을 느끼지 않는다. 왜냐면 정말 '말하는 대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어떤 이슈에 대한 여론이 일면 그에 대한 답이 나온다. 채팅창에서 자신이 한 말이 방송을 타기도 한다. 자신의 의견을 인터넷 세상에 더 개진하게 되고 더 좋은 '드립'을 연마하는 동력이 된다.

무엇보다 캐스팅을 보면 제작진이 매우 세심하고 촘촘하게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여론을 주시하고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몇몇 커뮤니티에서 백종원의 대항마로 지목했던 허동만의 사마귀 슈터 김영만(현재 동부화재 감독)이 아니라 종이접기 선생님 김영만이 진짜로 공중파 예능에 등장할지 몰랐다. 그러면서 또 한 번의 잭팟을 터트렸다.

지난 12일 인터넷 생방송에서 독주체제를 굳혀가던 백주부 방송에 김영만 선생은 사상 최강의 도전자로 나타났다. 추억 여행과 세대 간의 화합을 이뤄낸 감동의 물결이 일요일 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를 뒤덮었다. 예상보다 많은 시청자들이 몰려 방송 송출이 원활하지 않을 정도였다. 백주부 전성시대를 시청자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반영하고 실천한 제작진의 소통 방식이 거둔 또 한 차례의 성과다. 이로써 새로운 긴장이 만들어졌고, 독주 체제가 라이벌 체제로 전환되면서 <쇼미더머니>시리즈처럼 스토리 구도가 흥미로워지고 있다. 당장 본방송이 어떻게 나올지 생방송을 보면서 기대하게 된다.

바로 이런 거다. <마리텔>은 이전에 보지 못했던 유연한 제작 방식과, 추세와는 다르게 자신을 내세우지 않으면서 시청자들을 제작진보다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으로 승부를 본다. 시청자들에게 참정의 권리와 승리의 기분을 가져다주고, 누군가의 월드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제작진은 자신을 숨기면서 멍석을 제대로 깔고, 시청자들이 떠나지 않고 자신의 마당처럼 놀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외부필자의 칼럼은 DAUM 연예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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