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전도사냐 결국 사업가냐, 백종원 향한 시선들

정덕현 2015. 7. 8. 10: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나뉘는 호불호, 그래도 백종원을 지지하는 까닭

[엔터미디어=정덕현] 백종원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양극단으로 나뉜다. 한편에서는 그의 너무도 쉬운 요리에 요리무식자들도 요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며 요리전도사로서의 그에 반색을 표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너무 인스턴트식이라며 그는 결국 사업가라는 평가를 내린다. 어느 쪽의 시선을 갖고 백종원을 보느냐에 따라 그에 대한 이미지도 극과 극으로 갈라진다. "마치 종교 같다"고 표현하는 손호준의 입장이 있는 반면, 그것 역시 자신의 사업의 홍보에 불과하다고 폄하하는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뉜 건 그에 대한 열광이 엄청나게 커지면서다. 백종원은 지금 현재 신드롬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그 영향이 생활 저변에까지 미치고 있다. tvN <집밥 백선생>에서 출연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가 어떤 재료로 새로운 레시피를 선보이느냐에 따라 마트의 매출 자체가 달라진다고 한다. 또 프로그램을 보고 그 레시피를 직접 따라해 본 이들의 인증사진들이 인터넷에 쏟아져 나오면서 그 요리 정보의 확산은 더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이제는 백종원 레시피를 꺼내 놓으며 "그거 해봤어?"라는 질문을 던진다. 놀라운 일상의 변화다.

이렇게 영향력이 커지기 전까지만 해도 백종원은 그저 쿡방 전성시대가 낳은 또 하나의 스타 정도로 여겨졌고, 요리사보다 방송인의 이미지가 강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의 백종원이 그렇다. 이 프로그램에서 백종원은 셰프로서 무언가를 가르쳐준다기보다는 방송을 재밌게 하고 무엇보다 놀라운 소통력을 가진 인물로서 주목되었다. 하지만 tvN <집밥 백선생>은 다르다. 이 프로그램은 '선생'이라고 축약해 부르지만 그래도 백종원만이 가진 요리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요리무식자도 요리할 수 있게 해주는 일상 요리의 전도사가 되었다.

호불호가 갈리게 되는 지점은 그의 요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이자, 근원적으로는 우리가 요리를 보는 관점이 어떤 것이냐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즉 요리는 과연 '신성불가침'의 영역에 있는 것인가. 아니면 아무나 다 할 수 있는 것인가. '신성불가침'이라는 표현이 과하게 느껴지겠지만 지금껏 요리에 대한 인식들은 그것을 신성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졌던 게 사실이다. 흔히 말하는 '엄마의 밥상'이나 '엄마의 손맛' 같은 표현 속에는 우리 입맛이 비롯되는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신성화가 들어있지만, 그건 다른 시각으로 보면 이 요리라는 영역을 엄마, 즉 여성들에게만 고착화시키는 이데올로기도 들어있다.

요리는 전문적인 영역이라는 시선은 이 엄마 요리에 대한 신성화와 함께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이 과연 전문가들만의 영역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왔던 게 사실이다. 요리 레시피를 알려주는 음식 프로그램들이 점점 대중적인 시선을 끌지 못하게 된 건 그들 전문가들의 레시피를 이제는 방송으로 배울 필요가 전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인터넷만 열고 해당 음식을 치면 우리는 어디서든 레시피를 얻을 수 있다. 전문가라는 사람들보다 더 열광적인 환호를 받는 요리 블로거들 역시 넘쳐난다. 요리는 특정인들의 전유물이 아니고 이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영역이 되고 있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의 맹기용과 <집밥 백선생>의 백종원이 꽁치 통조림을 갖고 한 요리에 대해 사뭇 상반된 반응들이 나오는 것 역시 이 양갈래로 갈라진 요리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생겨난다. 대중들은 맹기용에게 보인 반응처럼 요리를 하는데 있어서의 전문적 자질을 요구하는 한편, 백종원의 꽁치 생물이 아닌 꽁치 통조림으로 '그럴 듯한' 꽁치 김치찌개나 구이를 만드는 걸 보며 환호를 보내기도 한다.

물론 이런 백종원식의 통조림 요리에 대한 시선에는 그 요리의 일상화와 대중화가 사업과 비즈니스의 영역이라는 불편한 시각이 존재한다. 요리 레시피라기보다는 결국 장사하기 위해 하는 상술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게다가 <집밥 백선생>이 방영되고 있는 tvN은 CJ라는 식재료 사업의 선두주자가 뒤에 버티고 있는 방송국이 아닌가.

불편한 시각이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전문영역의 일상화는 현재 거스를 수 없는 변화일 것이다. 과거 방송이라는 영역은 전문가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지금은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보여주는 것처럼 개인방송으로 대변되는 일반인들의 영역이 되고 있다. 과거 사진은 사진가들의 영역이었지만 지금은 아이폰이 광고하는 것처럼 예술적인 사진들도 스마트폰으로 찍는 시대다.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전문가들보다 더 전문적인 일반인들이 넘쳐난다. 그들은 지금껏 전문성과 라이센스라는 성역으로 존재하던 것들을 깨버리고 있다.

벤야민이 아우라 개념을 통해 설명했듯 대량 복제를 통한 대중화는 아우라를 상실시킨다. 그러니 그 사라지는 아우라(신성함. 셰프의 밥상 같은)에 대한 저항은 분명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역시 벤야민이 얘기했듯 대량 복제는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문화를 가능하게 한다. 물론 질적인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만한 위치와 지위와 부가 있는 몇몇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었던 것들을 이제 그나마 모두가 어느 정도 공평하게 향유하게 된다는 건 부정적인 일이 아닐 것이다. 재료는 별거 아닌데 왠지 모르게 '고급진' 느낌으로 그럴싸하게 만들어 먹는 백선생의 요리는 심지어 스스로 '사기'라고도 부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값싸지만 비슷한 맛을 즐길 수 있는 대중들의 열광을 얻는 게 아닐까. 물론 사업화에 대한 불편함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MBC]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