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 금사월'에 절대 밀리지 않는 '애인있어요'의 힘

윤지혜 2015. 12. 2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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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MBC 드라마 ‘내 딸, 금사월’(연출 백호민‧이재진, 극본 김순옥)과 SBS 드라마 ‘애인있어요’(연출 최문석 극본 배유미)는 각각의 강렬한 이야기 전개로, 주말 저녁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사실 시청률은 ‘내 딸 금사월’이 월등하게 높지만, 가시적인 결과와 상관없이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애인있어요’ 또한 눈여겨 볼만 하다.

‘내 딸, 금사월’은 주말드라마가 으레 인기를 끌어왔던 요소인, 선과 악의 기상천외한(?) 대립, 출생의 비밀 등과 같은 것에다 약간 모자란 듯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한 악인들을 등장시킴으로써 여러 연령대의 시청자들이 부담 없이 보도록 만들었다. 한 마디로 제대로 된, ‘욕하면서도 본다는 막장드라마’를 내놓은 것이다.

불륜과 기억상실증, 얽히고설킨 재벌가의 이야기 등, 드라마 역사상 수없이 반복된 에피소드가 등장하는 ‘애인있어요’도 별 다를 건 없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겉으로 드러난 것에 한해서다. 같은 막장요소, 통속적인 소재를 사용했음에도 ‘내 딸, 금사월’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양상이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별 다를 거 없다 했어도 ‘애인있어요’를 ‘내 딸, 금사월’과 유사한 성격의 드라마로만 치부할 수 없는 까닭이다.

‘애인있어요’는 상당히 야무진 짜임새를 지닌 이야기다. 외도를 한 남편과의 이혼을 앞두고 있던 여주인공 도해강(김현주)은 여느 드라마가 그러하듯,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리고 이 과정을 통해 백석(이규한)이라는 새로운 인물과 만나게 된다. 물론 그녀의 기억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되돌아올 것이다. 그래야 이야기가 되니까.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기억상실증은, 언제고 기억이 돌아올 것을 이미 약속한 상태 위에서 이루어진다. 한마디로 이야기에 있어서, 어떠한 필요에 의해 주어지는 요소다.

‘내 딸, 금사월’에서 홍도(송하윤)가 겪는 기억상실증은, 악인이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 혹은 여주인공 사월(백진희)에게 뒤집어씌우기 위해, 그리고 이야기를 좀 더 꼬이도록 하기 위해 사용된다. 그녀가 주된 갈등상황의 비밀을 쥐고 있는, 유일한 목격자인 까닭이다. 여주인공의 해피엔딩은 홍도의 기억에 달려 있다 보아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사실 ‘내 딸, 금사월’에서 기억상실증의 용도는, 대부분의 막장드라마의 것처럼 단순하기 그지없다. 악의 득의양양한 상태를 조금 연장시키는 정도, 즉, 드라마의 길이를 좀 더 늘이는 정도일 따름이다. 갈등이 해결되면 드라마는 끝이 나기 마련이니. 하지만 ‘애인있어요’가 기억상실증을 사용하는 방법은 좀 다르다.

이야기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해강에게 새로운 시간과 공간, 사람들을 선사한다. 이는 해강의 삶 전체를 뒤흔들 만큼 강력한 경험으로, 기억이 돌아온 그녀가 비틀어져 있던 이전의 삶을 바로잡기 위해, 다시는 이전의 잘못을 번복하지 않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다하는 계기가 된다. 그녀에게 기억상실증이 찾아오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들이다. 여기서 ‘기억상실증’은 이야기를 좀 더 재미지게 할 뿐 아니라, 주인공이 자신의 성장에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임할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알찬 전개를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애인있어요’의 구성만큼 탄탄한 게 또 대사이리라. 문학적 풍미를 자랑하는 대사들은 혹여 어렵게 들릴 수 있을 터이나,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력과 맞물려 소재의 통속성을 압도하고 드라마의 주제를 부각시키는 데 일조한다.

드라마를 다룰 때마다 매번 나오는 이야기이지만 시청률과 작품성이 같이 가는 경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내 딸, 금사월’과 ‘애인있어요’가 처한 각각의 다른 상황이 이를 입증한다.

하지만 시청자들도 보는 눈이 있고 듣는 귀가 있다. 작품성이 있는 드라마는 그냥 지나치지 않는단 소리다(그렇다고 ‘내 딸, 금사월’이 작품성이 없다는 건 아니다). 시청률 6, 7%대의 ‘애인있어요’가 시청률 30%에 육박하는 ‘내 딸, 금사월’에 절대 기죽지 않고 자신의 존재감을 확고히 지킬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 사진=‘애인있어요’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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