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이병헌은 조희팔, 강동원은 이재명에서 따와"

이선필 2016. 12. 2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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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의석 감독이 밝히는 <마스터> 속 숨은 의도들

[오마이뉴스 글:이선필, 편집:곽우신]

 이십대에 두 편의 상업영화를 연출한 조의석 감독이 <감시자들>과 <마스터>로 보다 직접적 화법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 이선필
영화 <마스터>의 기세가 무섭다. 개봉 일주일도 안 돼 300만 관객이 봤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안 어울릴 것 같은 이야기라며 외부에선 의아해 할 순 있지만 영화에 꾹꾹 눌러 담은 우리 사회의 모습마저 부정할 순 없을 것이다. 바로 이 영화가 우리가 현재 가장 간지러워 하는 곳을 긁어주고 있기에 관객이 반응하는 건 아닐까. 

연출은 맡은 조의석 감독의 최근 행보를 보면 <마스터>의 필연성이 납득이 간다. 20대에 상업영화 두 편을 선보이며 '기린아' 소릴 들었던 그가 7년 간 침묵한 이후 선보인 작품들은 권력과 이단아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전작 <감시자들> 속 수상한 경찰들이 그랬고, 각색을 맡았던 <골든 슬럼버>도 권력에 쫓기는 인물이 등장한다. <마스터>는 어쩌면 이 모든 것의 종합판이라고 할 수 있다. 수 조원을 굴리려는 사기꾼, 그를 어떻게 해서든 잡으려는 경찰, 그 사이에서 줄타기 하는 군상들까지.  

<마스터>의 시작점

"출발은 조희팔이 맞다. 사기범을 매력적으로 그리고 싶던 찰나에 그가 관에 누워있는 모습을 뉴스로 봤다. 평소 기사 스크랩을 자주 하는 편인데 너무 거짓말 같은 거다. 그걸 파다 보니까 피해자 이야기가 나왔다. 근데 자신이 없었다. 공식적으로 경찰은 죽었다고 발표하는데 정말인지 모르겠고, 피해자 분들을 다뤄야 한다는 부담이 컸지. 사회고발영화를 만들 게 아닌 상업영화를 만드는 거라 오락성도 있어야 했으니."

조의석 감독 말대로 <마스터>는 10여 년 전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이 모티브가 됐다. 특유의 피라미드 조직으로 서민을 꾀어 수 년 간 등골을 빼 먹은 악질이다. 여기에 추가로 조 감독은 "수 년 전부터 사회적으로 미워했던 사람들을 다 모아서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예시를 들어달라는 부탁에 "관객 분들의 재미를 뺏고 싶지 않다"며 에둘렀지만 영화를 보는 순간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주식 사기, 전직 대통령과 연관된 BOO, 국내 강을 헤집어 놓은 대OO 등(빈 칸 처리는 감독의 요청이었다- 기자 주).  

여기엔 결국 현대 사회인, 특히 한국 사회를 이끌고 사람들에게 패악을 일삼게 하는 주요 원인이 돈에 대한 욕심이라는 감독의 생각이 자리한 결과다. 돈에 대한 왜곡된 인식에 일침을 놓고 싶었던 게 <마스터>의 탄생 배경 중 하나다. 

 영화 <마스터> 속 진현필 회장의 모습. 이병헌이 연기했다. 조의석 감독은 "다 아시는대로 사기범 조희팔을 모델로 했다"고 전했다.
ⓒ CJ 엔터테인먼트
"이 영화 처음엔 제목이 <욕망의 삼각형>이었다(웃음). 사실 다른 영화의 이름을 따라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데 폴 토마스 앤더슨을 좋아하기도 하고, 이야기 안에서 각자 분야의 최고를 표현하고 팠다. 진현필은 사기의 마스터, 김재명(강동원 분)은 수사의 마스터고. 서로가 선악의 마스터지. 근데 제목이 입에 잘 안 붙는다. 내 친구들은 군대에서 먹는 '맛스타'를 떠올리더라. 제목 지으려고 우리끼리 포상금을 걸기도 했는데 결국 이걸로 갔다. 

자료 조사할 때 처음엔 사기 당하는 분들이 이해가질 않았다 근데 정말 그들은 치밀하더라. 3년 간 꼬박꼬박 이자를 지급하면서 믿게 했다. 본래 그건 다른 사람의 돈을 가지고 지급하는 일종의 돌려막기였는데 말이다. 그렇게 소박한 서민의 마음을 가지고 논 거다. 지금 보면 또 국민 세금으로 장난치는 분들 있잖나. 아주 그냥 싹 다…. (웃음)."

사회고발 아닌 판타지

보다 깊이 인물론으로 들어가 보자. 조희팔을 모델로 한 진현필이야 그렇다 쳐도 지능범죄수사팀 소속 김재명의 존재는 다소 의아하다. 그 어떤 설명 없이 무조건 진현필 일당을 잡으려 하는 모습에서 오히려 판타지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대한민국에 이런 경찰이 있었던가. 조의석 감독과 대화 중 전작들에 경찰 캐릭터가 꾸준히 등장했다는 사실을 새삼 발견했다. 상업영화 데뷔작 <일단 뛰어>(2002) 속 지형(이범수 분)이 경찰이었고, 전작 <감시자들> 역시 주요 캐릭터가 경찰들이다. 이 말에 "난 경찰성애자다"라며 농담조로 그가 웃어 보였다.

"경찰의 임무는 범인을 잡는 거잖나. 각자가 각자 위치에서 당연한 일을 하자는 게 내가 이 사회에 바라는 것이다. 좀 치기어리지만 그런 선언을 영화로 해 보이고 싶었다. 우리 사회에 진짜 그런 경찰이 나올 때까지 경찰 캐릭터를 쓸 거다(웃음). 기자님 말대로 판타지지. 영화 중반부까진 자료조사에 기반을 했고, 뒷부분은 오로지 상상이었다. 결말도 그렇고.

내 친구 중에 경찰이 있다. 엘리트인데 평소 만날 땐 서로 망가지면서도 일할 땐 목소리가 달라지는 친구다. 아, 영화 속 김재명과는 매우 다르다(웃음). 지금 준비하고 있는 이야기도 스파이물이다. 경찰 이야기도 있고. 근데 참 섭섭했던 게 <감시자들>로 경찰청 초대를 받았고 감사하단 말도 들었다. 이후 어떤 작품을 찍든 협조해 주겠다고 담당자가 그랬는데 이번 작품에서 협조 하나도 못 받았다! 공문을 보냈는데 경찰청 차원에선 안 된다고 답이 왔고, 각 지서엔 재량을 줬더라. 뭐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이런 이유로 지능범죄 수사팀을 제대로 취재하지 못해서 아쉽다는 게 조의석 감독의 말이었다. 그 와중에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조희팔을 재조명 했고, 몇 가지 이유로 지능범죄 수사팀에서 취재를 꺼려했던 정황도 알게 됐다. 결국 <마스터>는 감독 친구의 구술과 '구글링'(구글 검색)으로 기반을 다지게 됐다.

캐릭터에 담긴 비밀

 <마스터>의 해외 촬영지는 필리핀이다. 출연 배우들이 한 달 간 고생한 사연을 전하며 조의석 감독은 "원래 태국의 다낭을 알아보다가 여의치 않아 바꾼 것"이라 밝혔다.
ⓒ 이선필
이쯤에서 <마스터> 속 캐릭터 탄생의 비밀을 공개한다. 제목의 유래야 앞서 언급했고, 영화에 등장하는 특이한 이름들의 정체다. 보통 작명은 감독마다 나름의 이유가 있기 마련인데 진현필과 그의 박장군, 또 김재명과 동료 경찰 신젬마(엄지원 분) 등의 이름 유래가 궁금했다.

"일단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김재명 캐릭터에 다 있고, 영화적 재미는 박장군 캐릭터에 담겼다는 사실을 전한다. 이름? 일단 젬마는 내 가톨릭 이름이다. 독특한 이름이면 좋을 거 같았는데 김젬마는 너무 심심해서 신씨를 붙였다. 박장군은 그냥 박장군이다. 캐릭터가 확 떠오르지 않나? (웃음) 진현필은 예상했겠지만 조희팔의 초성을 따서 만든 거다. <감시자들> 속 주연 캐릭터 제임스(정우성 분)도 정우성의 초성을 딴 거지! 초성 놀이가 재밌다(웃음).

강동원씨가 맡은 김재명의 원래 캐릭터 이름은 김형사였다. 뭔가 정확한 이름을 주기 싫었는데 재명을 붙이게 됐다. 이재명 성남 시장에게서 따온 거다. 그 당시 뭔가 시원한 발언도 하고 성남시를 확확 바꾸던 때였다. 이 영화 작가가 또 이재명 시장을 좋아하기도 했다. 근데 이렇게 대선주자로 부상할 줄 몰랐지(웃음).

캐스팅에 있어서는 강동원씨가 가장 큰 도전이었다. 제일 섭외가 힘들 거라 생각했는데 쿨하게 제일 먼저 합류해주셨다. 지금까지 계속 다른 옷을 입었잖나. 같은 캐릭터를 한 적이 없고, 여러 모습을 보여왔기에 내 입장에서도 도전이었지. 김재명을 통해 상남자의 옷을 입히고 싶었다. 이병헌 선배는 신중한 타입이다. 자신이 설득당할 때까지 계속 묻는다. 참 힘들었던 건 이 영화가 나오기 전에 <내부자들>이 나와서…. 사실 그 분의 인생연기는 그 영화에서 보였다고 생각한다. 근데 또 이 작품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시더라."

유쾌하게 영화 이야기를 전한 그에게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빠른 데뷔 이후 공백이 길었다는 점이다. <일단 뛰어>와 <조용한 세상>(2006)을 발표한 뒤 그의 작품 세계에 일종의 변곡점이 생겼다. 처절한 흥행 실패 후 와신상담할 수 있었던 비결을 조의석 감독은 "주변에서 늘 힘이 돼 준 좋은 사람들 덕"이라 답했다. 데뷔작 때 함께 한 배우 송승헌 등을 언급하며 그는 "그때 생각하던 아이템이 지금 시대에 맞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차기작과 이후 작업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당분간의 충전 뒤 그가 내보일 작품은 또 어떤 세계일까. 억지 감동이 아닌 현실에 기반을 둔 특유의 재기발랄함을 기대하게 된다.

 스파이물과 경찰이야기 등과 함께 조의석 감독은 "죽기 전 꼭 하고 싶은 시대극"이 있음을 전했다.
ⓒ 이선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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