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곡성' 나홍진 감독 "관객들 해석 보니 쇼킹하더라"

2016. 6. 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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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 이 인터뷰에는 나홍진 감독의 동의 하에 작성된 무명의 정체 및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이 오늘(3일) 600만 고지에 올라선다. 그의 전작 ‘황해’(216만명)와 ‘추격자’(507만명)는 제친 지 오래다. ‘곡성’은 개봉 4주차임에도 국내외 신작들의 공세를 이겨내고 박스오피스 TOP3(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를 뚝심 있게 지키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온라인상에서는 ‘곡성’에 뿌려진 ‘떡밥(복선)’을 두고 해석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극 중 의문의 사건을 파헤치는 종구처럼 관객들도 ‘곡성’에 숨은 인과를 찾아 여러 각자 ‘소리’를 내고 있는 것. 최근에는 실제 무속인이 전문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곡성 해석’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관 밖에서 펼쳐지는 해석의 장은 나홍진 감독이 의도한 것이다. 그는 ‘계획대로’ 배치한 떡밥들을 친절하게 회수하지 않았다. 어떠한 신도 하나의 닫힌 ‘답’으로 정의되는 것을 극도로 지양했다. 영화에 퍼뜨린 퍼즐 조각을 맞추는 것은 관객의 손에 맡겼다. 단순히 관객들이 상영관을 나서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2차적으로 ‘곡성 해석’이 뜨겁게 이슈가 된 것을 보면 나 감독의 플랜은 완벽하게 성공한 것 같다.

Q. ‘곡성’이 비수기를 뚫고 흥행에 성공했다. 감독 스스로 생각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A. 정성을 다했다. 전문가는 알 수 있겠지만 관객은 정확하게는 모를 수도 있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면 관객들도 알아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정말 열심히 했는데 관객들이 알아봐주셔서 감사하다.

Q. ‘곡성 해석’이 장안의 화제였다. 접한 적 있나.

A. 나도 봤다. 정말 쇼킹하고 대단했다. 해석 중에 맞는 것도 아니고 아닌 것도 있더라. 관객들이 해석한 것을 보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더 이상 말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는 보는 분이 어떤 생각을 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작품이다. 부디 내 말도 ‘수많은 댓글 중에 하나’라고 여기셨으면 좋겠다.

Q. 반응을 보니 관객마다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A. 이런 그림을 원했다. 그런데 이 그림이 성사되려면 영화가 무조건 재밌어야 한다. 관객에게 ‘재미’를 주고 싶었다. 그런데 원석을 지나치게 가공하면 자칫 밋밋해져서 재미가 사라진다. 관객을 만족시킬 엣지는 살리면서 작품을 가공해야 하는 부분이 어려웠다.

단 한 명의 관객에게 보여주는 거라면 그래도 작업하기 쉬웠을 것이다. 그런데 관객들은 다 다른 사람이고 모두가 동일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게다가 ‘곡성’은 관객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장르도 아니고…. ‘곡성’은 러닝타임 내내 영화 속의 ‘수’로 관객과 줄다리기 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Q. ‘곡성’으로 말하고자 한 주제가 궁금하다.

A. 세상에 어떠한 불행을 겪은 분들이 있지 않느냐. 사건 사고 소식을 보면 현실의 범주 안에서는 ‘결론’이 나 있다. 우리는 그분들이 ‘어떻게 해서’ 불행을 겪었는지 알지만 ‘왜 그분이 당해야 하는지’는 모른다. ‘곡성’은 여기서 시발된 영화다. 나는 현실적인 범주 밖에서 이야기를 풀어야 했다. 선과 악이 존재해야 했고 신이 등장해야 했다.

영화를 보면서 무명(천우희)에게 궁금해하는 지점들이 이 영화가 신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들이다. 무명은 신의 느낌이니까. ‘세상이 너무 무서우니 과거처럼 모습을 드러내고 본인이 존재함을 증명해 달라. 자신이 선한 존재임을 알려 달라’고 신에게 진심으로 부탁하고 싶었다.

그리고 피해를 입은 분들과 그 가족을 떠나보낸 가족들을 위로해주고 싶었다. 2시간 30분 러닝 타임 내내 우리는 종구가 최선을 다해서 가정을 지키고자 하는 모습을 봤다. 그는 최선을 다했고 좋은 아빠였고 좋은 가장이었다. 남은 분들에게 ‘우리의 영역 밖의 문제니 기운 내서 살아가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었다.

Q. 무명(천우희)과 외지인(쿠니무라 준)의 혈투를 삭제한 이유는.

A. 두 사람의 혈투뿐 아니라 외지인과 종구의 만남을 포함해 5분 정도 길이의 시퀀스였다. 내가 정말 좋아하고 굉장히 원했던 시퀀스였다. 그때는 내가 이 시퀀스를 버리는 선택은 절대 안 할 것 같았다. 편집을 두고 6개월 동안 갈등했다. 단순히 러닝타임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 시퀀스가 들어가면 관객에게 ‘극한의 혼돈’이 생길 것 같았다. 모호함을 부각했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나기도 전에 중반부터 관객의 머릿속을 이미 복잡하게 만드는 시퀀스였다. 고민 끝에 편집하게 됐다.

Q. 영화 속 장소로 왜 곡성을 택했나.

A. 먼저 화면의 타겟팅은 인간이지만 인물의 백그라운드를 고려했을 때 가장 효과적인 곳을 찾았다. 경상도에는 비탈길과 산지가 많은데 전라도는 대부분 평지다. 평지에 집이 있고 그 너머로 산과 하늘이 펼쳐진다. 인간을 화면에 잡을 때 산과 자연을 같이 용이하게 담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전라도 가운데서도 특히 ‘곡성’은 고층 건물도 없고 막힌 부분도 없다. 풀샷을 잡을 때 배경에 자연을 담아내는 과정에서 여러 면으로 유리했다. 곡성은 한국적이면서도 ‘신의 공간’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여러 지역을 다녀봤는데 한국에서는 곡성이 그런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Q. 세 번째 방문한 칸은 어땠나.

A. 영화를 만들어놓은 순간부터는 더 이상 수정을 못하지 않느냐. 언론 시사를 며칠 앞둔 때부터 각종 불안에 시달렸다. ‘어떤 말씀을 하실까’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 ‘안 좋은 말씀을 하는 분들이 생기는 건 아닌가’ 싶었다. 잠을 제대로 잔 적이 없다. 그런 상태로 인터뷰하고 무대인사에 관객과의 대화 등 계속 행사를 했다. 칸에 갈 때 정말 힘들었다. 오랜만에 비행기를 탔는데 정말 피곤한 상태로 갔다. 전혀 못 쉬어서 진짜 힘들었다.

Q. ‘곡성’ 이후 차기작에 대해 관심도가 급상승하고 있다. 오가는 이야기가 있나.

A. 이런 저런 생각은 하고 있다. 하지만 ‘곡성’이 아직 극장에서 개봉 중이니까…. 불안한 느낌이다. 앞으로는 관객들이 더 강렬한 눈빛으로 ‘빨간 레이저’를 쏘면서 좌석에 앉아 있을 것 같아서.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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