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이 월드' 채우는 비판의식.."절뚝거리는 말, 그게 일본"

2015. 12. 14.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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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영화 12편 기획전’ 이와이 ??지 감독

“비유하자면 지금 일본은 큰 상처를 입은 말과 같다. 지난 4년 동안 일어서려고 애써왔지만 억지로 절뚝거리며 걸을 수 있을 뿐이었다.” ‘이와이 ??지 기획전-당신이 기억하는 첫 설렘’에 참석하기 위해 11일 한국을 찾은 이와이 ??지(52) 감독은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위기의식을 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정적 영화세계 20일까지 상영
한가운데는 일본사회 비판 자리
2011년 후쿠시마 다룬 다큐 찍기도
“아직 한국엔 제대로 소개 안돼…
내 생각의 근원, 꼭 봐주었으면”

영화 <러브레터>(1995) <4월 이야기>(1998) <하나와 앨리스>(2004) 등에서 회화와도 같은 영상에 첫사랑 같은 아련한 서정을 입혀온 그의 영화세계를 ‘이와이 월드’라고 한다. 그런데 그 이와이 월드의 한가운데는 일본 사회에 대한 감독의 냉철한 비판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2011년 다큐멘터리 <3·11:이와이 ??지와 친구들>을 발표하기도 한 그는 “쓰나미가 오면 수몰될 수밖에 없는 지역에 살면서 그곳을 떠나거나 도망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원전을 포기하지 않고 있으며 얼마 전엔 후쿠시마 원전 바로 인접 지역에 새로 학교가 생기기도 했다. 이런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사회에서 서바이벌해야 하는 사람들이 일본 국민들”이라며 “영화인으로서 작가로서 할 일이 많다고 느낀다. 알려야 할 일들이 아주 많다”고 했다.

그가 1999년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으로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기자회견에서 “내 영화는 사회적 메시지가 아니라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던 것을 생각하면 커다란 변화다. 그러나 그 표현방식은 어디까지나 ‘이와이 월드’답게 이루어질 듯하다. 지난해 그가 제작·각본을 맡은 일본 드라마 <수수께끼의 전학생>은 멸망이라는 공포에 직면한 소년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내년 개봉을 앞둔 그의 새 영화 <립밴윙클의 신부>도 현재의 일본을 무대로 살아가는 여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리고 있지만, 대지진이나 재해가 직접 나오지는 않는다고 했다.

정신병원에 입원한 소녀를 쫓는 <피크닉>이나 첫사랑을 따라 대학에 진학한 여자 주인공이 나오는 <4월 이야기> 등 그의 작품 속 주인공은 주로 여자들이었다. 올해 5월 개봉했던 <하나와 앨리스:살인사건>은 2004년 개봉한 영화 <하나와 앨리스> 속 주인공들의 고교 시절 이야기를 감독이 직접 애니매이션으로 만든 것이다. 그의 영화 속 주인공들이 대부분 미성숙한 소년·소녀들인 것은 이탈자나 주변인들의 정서를 그려온 감독의 작품 세계와 관련이 깊다. 그는 “나는 주로 고립된 인간을 그리는데 건강한 보통 남자라고 하면 어쩐지 그룹화된 이미지밖에 없다. 사회나 무리를 떠나 완전히 개인으로 돌아간 남자를 상상하긴 어렵다”고 했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 당시 처음 한국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린 일본 감독이기도 한 그의 전작 12편을 상영하는 이번 기획전 표는 일찌감치 매진됐다. 오랫동안 그는 자신의 작품 중에서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을 가장 아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왔지만, 이번 인터뷰에서는 “내 마음은 항상 현재에 쏠려 있기 때문에 지금은 신작 <립밴윙클의 신부>가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가 이번 기획전에서 한국 관객들이 꼭 봐줬으면 하는 작품은 다큐멘터리들이다. “<이치카와 곤 이야기>와 <3·11:이와이 ??지와 친구들>은 아직까지 한국엔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는 다큐멘터리이고 내 생각의 근원이기도 하다. 꼭 한국 관객들이 봐줬으면 한다.” 기획전은 10~20일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에서 열린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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