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이유에 대한 마녀사냥, 지나치다

조우영 2015. 11. 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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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기고 '자유와 정의' 김선진 편집장]

'건전가요'를 음반에 의무 삽입하도록 강제했던 시절이 있었다. 정작 그 시절 권력자들은 은밀한 곳으로 여대생과 여배우들을 몰래 끌어들여 흥청망청 술판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에 대해 보수적인 사회, 예술에 대해 '건전성'을 요구하는 국가치고 속으로 썩지않은 곳이 없는 법이다.

아이유의 새 앨범 챗셔'를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으로 흘러가고있다. 아이유의 앨범 여기저기 암시되는 롤리타 콘셉트와 '제제'라는 곡에 대한 예술성·음악성을 논하고 비판하는 것은 지극히 정당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스무 살이 넘은 성인 여성 뮤지션이 '롤리타' 콘셉트로 뮤직비디오를 찍고 곡을 쓰고, 가상 인물 '제제'를 성적 판타지 대상으로 삼은 것처럼 보이는 가사를 썼다 하여, 마치 그의 음악이 아동성애를 조장하는 범죄적 행위로 매도하는 일련의 움직임은 상당히 과도해 보인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라는 소설에 등장하는 '제제'는 설정상 생물학적 나이는 다섯 살이지만 작품 속 묘사되는 심리와 행동들은 결코 아이라고만 볼 수 없는 단순하지 않은 캐릭터다. 이미 발표된 문학 작품에 대해, 그것을 직접 창조한 원작자도 그것을 이런저런 식으로 대중이 해석하는 것에 대해 코멘트하는 건 금기시 되어 있다. 하물며 원작자도 아닌 단지 판권을 소유한 출판사가 문학 작품의 해석에 대한 독점권을 주장하는 것은 코미디 같은 일이다.

이른바 '패왕색'이라 불리는 아이돌 가수 현아는 미성년자 시절 데뷔해 엄청난 섹시 퍼포먼스들을 펼쳤고 대중은 그에 열광했다. 현아뿐 아니라 성행위를 떠올리게 하는 미성년자 아이돌의 섹시 퍼포먼스는 가요계에 넘친다. 이미 그러한 미성년자들의 온갖 섹시 퍼포먼스가 버젓이 지상파 전파를 타는 나라에서 아이유의 은유적 롤리타 콘셉트를 문제삼는 건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마광수 교수가 '즐거운 사라'라는 소설을 냈다가 외설이라는 이유로 검찰에 의해 구속된 게 1992년의 일이다. 2015년에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건 명백한 시대적 퇴행이다.

아이유가 문제라면 오리지날 걸작 소설 '롤리타', 이를 원작으로 한 거장 스탠리 큐브릭의 동명 영화, 그리고 70대 노인과 여고생 간 러브 라인이 등장하는 '은교' 등은 모두 분서갱유 되어야 마땅하다. '레옹' 같은 영화도 10대 초반의 여자아이 마틸다와 아저씨 킬러 레옹과의 야릇한 분위기가 영화 전반에 흐르고 있기에 아동의 성적 대상화를 조장하는게 아니냐는 혐의를 피할 수 없다.

영화 '다크나이트'를 보고 조커의 카리스마에 반한 한 미치광이가 그 후속작 '다크나이트라이즈' 상영관에서 총기난사를 했다하여 작품이 범죄를 조장한 것은 아니다. 영화사에 남을 걸작으로 꼽히는 '대부'는 마피아 범죄 조직과 그 보스를 멋지게 묘사한 영화다. 범죄, 폭력, 살인, 강간 등을 주제로 다룬 예술은 수도 없이 많다. 이런 식의 논리라면 지금 인류가 창조한 예술 작품 다수는 말살되어야 할 것이다.

1년 전에 세상을 떠난 고(故) 신해철은 그룹 넥스트 5집 '아, 개한민국'(2004)이란 노래를 통해 오늘의 이러한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연예인 하나 본보기로 삼아 한놈을 죽여 광장에 매달 때/ 가학의 쾌감에 취한 채 떳떳한 공식적 이지매의 파티/ 그 순간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며 웃는 큰 도둑놈들과 포식의 트림을 토하는 매스미디어, IT 코리아”

진정으로 아동에 대한 성범죄·성착취 행위를 반대하고 막고 싶다면 시민이 온힘을 다해야 할 곳은 아마도 다른 데 있지 않을까 싶다. 8세 아이 나영이(가명)의 몸과 마음을 살인에 가까운 잔인한 폭력으로 처참하게 유린한 조두순은 불과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며 5년 후 자유의 몸이 된다.

글 = 계간 '자유와 정의' 김선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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