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윤기자] '개훔방' 재개봉을 외치던 관객들은 어디로 갔나

윤기백 2015. 2. 2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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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윤기백 기자] 영화 '개를 훔치는 방법'의 재개봉을 외치던 관객들은 어디로 갔을까.

'개를 훔치는 방법'(이하 개훔방)의 흥행 불씨가 급속도로 꺼지고 있다. 이번엔 상영관 열세가 아닌, 뒷심 부족이 원인이다. 2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개훔방'은 지난 24일 하루 1433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누적관객수 29만1211명을 기록했다. 이날 '개훔방'은 49개 상영관에서 총 91회 상영했고, 좌석점유율은 13.8%을 보였다. 설 연휴 이후 관객수나 좌석점유율 모두 뚝 떨어진 상태다.

상영 시간대를 살펴보면, 조조나 심야 시간대보다 실제 관객들이 극장을 많이 찾는 시간대에 많이 배정돼 있었다. 24일 기준 '개훔방'의 CGV 서울지역 상영 편성표는 ▲CGV강변 8시15분, 15시15분, 19시35분 ▲CGV구로 8시55분, 11시15분, 22시20분 ▲CGV대학로 12시40분, 17시20분, 19시50분, 24시15분 ▲CGV상암 12시20분, 16시55분 ▲CGV신촌아트레온 9시, 13시45분, 18시30분, 25시15분 ▲CGV압구정 9시55분, 15시, 19시45분, 24시10분 ▲CGV여의도 15시10분, 19시55분, 24시5분 ▲CGV중계 11시, 17시5분으로, 상영 시간대 때문에 흥행을 못했다는 이야기는 사실상 할 수 없게 됐다.

설 연휴 특수를 톡톡히 누린 '개훔방'의 성적표를 살펴보면, 제작사 측에서 뿌린 보도자료 속의 열렬한 관객 반응과는 무척이나 달랐다.

'개훔방'은 지난 12일 '12일부터 확대상영 확정! 예술관, 일반관 상영관 안내'라는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뿌리며 무척이나 고무된 분위기를 전했고, 17일에는 '좌석점유율 수직상승에 일반상영관 확대개봉'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소위 언론플레이를 통해 흥행 분위기를 조성하려 안간힘을 썼다. 참고로 12일 기준 '개훔방'의 상영관은 32개관(56회차 상영, 좌석점유율 12.5%)이었고, 18일 기준 상영관은 48개관(96회차 상영, 좌석점유율 33.6%)이었다.

관객수를 살펴보니 2월 11일 기준 '개훔방'의 누적관객수는 25만5921명이었다. 일반관과 예술관에 상영되기 전인 17일 기준 '개훔방'의 누적관객수는 26만5928명이었고, 설 황금연휴를 보낸 뒤 24일 기준 최종 스코어는 29만1211명이다. 뜨거운 관심과 성원으로 개봉했지만, '개훔방'이 12일 이후 현재까지 끌어모은 관객수는 3만5290명에 불과했다.

물론 3.5만명이란 관객수가 적은 숫자는 아니다. 하지만 '개훔방' 측은 마치 전국민이 영화 재상영을 원하는 것처럼 각종 보도자료를 통해 대중들을 현혹시켰고, 심지어 독립·예술영화 상영관인 CGV아트하우스 상영관까지 들어가면서 더 작은 영화들이 설 자리를 빼앗았다. 게다가 씨네코드 선재, 아트나인, 인디스페이스, 아트하우스 모모 등의 상영관도 차지, 한국 독립·예술영화의 마지막 상영 기회조차 앗아갔다. 겉으론 CGV와 롯데시네마 등 대형 멀티플렉스로부터 희생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지만, '개훔방' 측은 이윤을 추구하는 명백한 상업영화라는 점을 잘도 숨기고 약자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과연 '개훔방'은 몇만 관객을 바라보고 재개봉을 했을까. 혹시나 언론에서 띄어주면 200만 관객이라도 넘길 줄 알았던 것일까. 설 연휴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독립·예술관에서까지 영화를 상영했지만, 초라한 성적표를 건네 받은 '개훔방'. 대기업의 독과점도 분명 집고 넘어가야 할 문제지만, 관객들은 질 좋은 영화를 원한다는 점 그리고 좋은 영화는 굳이 홍보 없이도 입소문을 타고 흥행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충분히 느껴야 할 것이다.

윤기백 기자 giback@sportsworldi.com ▶어제 뭐 봤니?▶HOT포토▶헉!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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