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삼관' 민무제, 어디에도 없는 스타일..개성파 배우의 탄생

김지혜 기자 입력 2015. 1. 22. 14:39 수정 2015. 1. 2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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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funE | 김지혜 기자] 하정우 감독은 '허삼관'의 개봉을 앞두고 민무제를 영화의 '비밀병기'라며 기자들에게 소개했다. 그것도 모자라 "앞으로 5년 안에 충무로의 핵심적인 배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생소한 얼굴과 낯선 분위기, 민무제는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스타일로 눈길을 끌었다.

'허삼관'을 본 관객들 역시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극 중 절세미녀 '허옥란'(하지원 분)의 약혼자 '하소용'으로 등장한 민무제는 이탈리아 마초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외모와 능청스러운 연기로 호기심을 자아냈다.

"처음 스크린에서 제 연기를 봤을 때는 숨고 싶을 만큼 민망하더라고요. 엊그제 밤에 혼자 극장에서 가서 다시 한 번 '허삼관'을 봤는데 이제야 좀 적응이 됐어요"

하소용은 치명적 매력남이다. 미군 물자를 팔아 부자가 된 하소용은 돈과 매력으로 여자들을 단숨에 휘어잡았다. 동네 청년들의 입방아에 따르면 오입질을 많이 해서 뽕알에 털이 없다고 소문이 무성한 바람둥이기도 하다.

중국 소설 '허삼관 매혈기'에 묘사된 치명적 매력의 남자를 한국, 그것도 1950년대 캐릭터로 치환시키려면 어떤 배우가 적합할까. 하정우 감독은 대학교 선배인 민무제를 떠올렸다. 그의 이국적인 매력이라면 새로운 스타일의 '하소용'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국제전화가 왔어요. "형, 2월 6일에 오디션이 하나 있는데 꼭 보러와야 해"라고. 그게 2013년 1월 중순이었어요. 전 당시 로마에서 개인 사업을 크게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오라고 하니 당황스러웠죠. 하지만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업을 정리할 틈도 없이 일단 서울로 날아갔죠"

◆ 중앙대 유망주에서 로마의 관광사업가로

민무제는 늦깎이 신인이다.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출신의 정통파지만 충무로 입성은 30대 중반에서야 이뤄졌다. 대학 시절 후배 4명과 떠난 세계 여행에서 그의 진로는 살짝 틀어지기 시작했다.

"IMF 여파로 가세가 크게 기울었어요. 세계여행의 마지막 여행지였던 이탈리아 로마에서 만난 관광업을 하는 지인의 권유로 계속 머물게 됐어요. 첫째인 제가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사업을 시작했고, 배우의 꿈을 접게 된 거죠"

그는 본명인 이경운을 지우고, 국경도 없고 제한도 없다는 의미의 '민무제'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후배 하정우의 연락을 받기까지 로마에서 12년간 머물며 꽤 성공한 관광사업가로 자리잡았다.

결국 기울었던 가세를 일으켰고, 동생의 유학비용까지 댈 정도로 경제적 여유도 찾았다. 그런 풍요의 순간에 찾아온 결핍은 모조리 오랜 꿈 '배우'에 관한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중앙대학교 연극학과에서 연기력으로 정평이 난 사람이었다. 대학교 3학년 때는 연극 '카르멘'의 주인공 '돈 호세' 역을 하정우와 더블로 연기했다. 훗날 하정우는 민무제의 연기를 종전의 틀을 깨는 참신함으로 자신을 주눅 들게 했다고 했다고 고백했다. 그만큼 민무제의 연기는 재능과 개성에 있어 돋보였다.

◆ 오디션, 하소용, 스크린 데뷔, 성공적

"2007년엔가 한국에 한번 왔었어요. 새벽 2시 반쯤이었나. 설마 받을까 하는 마음으로 (하)정우에게 전화를 했는데 받더라고요. 로마로 떠나고 나서 4~5년 만에 연락한 건데 그 시간에 절 보러 한번에 달려오더라고요. 그렇게 다시 인연이 시작된 거죠"

민무제가 연기활동 재개를 생각한 건 불과 2년 전이다. 하정우와 윤종빈 감독이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로 일본 뱃부영화제에 갔을 때 동행하면서 배우의 꿈을 구체화 시키기 시작했다.

로마로 돌아간 그는 사업체를 정리하려 했으나 여의치가 않았다. 그러던 중 하정우의 두 번째 연출작 '허삼관'의 오디션 공고가 떴고, 더 고민할 것도 없이 한국으로 날아왔다.

오디션 정보를 준 것은 하정우였지만, 배역을 따내는 것은 순전히 민무제의 몫이었다. 그는 오디션 당시의 기억에 대해 "너무 떨려서 아무 기억도 나질 않는다"면서 "안됐구나 싶은 순간에 "축하합니다. 잘해봅시다"라는 연락을 받았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더라"고 회상했다.

민무제는 '허삼관'의 주 촬영지인 전남 순천에서 합숙을 했다. 개인의 촬영 분량은 10회차 내외 였지만 현장을 출,퇴근하며 영화의 시작과 끝을 함께했다.

"현장에서 지켜본 영화 제작 과정은 하나의 멋진 오케스트라 같았어요. 좋은 지휘자 아래서 각 분야별로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앙상블을 이뤄내는지를 모조리 지켜보는 건 무척 흥미로운 일이었죠"

매체 연기의 낯섦은 감독과의 오랜 대화를 통해 극복했다. 민무제는 '하소용'이라는 캐릭터의 구축에 대해 "초반엔 연기하면서도 그게 맞는 건지 아닌지 확신이 없었다. 그때 감독님께서 내가 갖고 있는 캐릭터의 일부분이 곧 하소용이니까 그대로 하면된다고 격려해줬다. 단, 악역이돼 너무 과하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민무제가 만든 하소용은 부유층의 나른함과 시니컬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떤 결정에 있어선 우유부단한 면도 있는 다층적인 캐릭터다. 그의 신선한 외모와 어우러진 개성 넘치는 연기는 캐릭터들의 집합소에 가까운 '허삼관'에서도 돋보였다.

◆ 첫발 뗀 민무제 "장르·캐릭터·비중, 경계는 없다

민무제는 스크린 신고식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비중이 크진 않지만, 워낙 강렬한 외모와 연기 탓에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 충무로에 첫발을 뗀 그에게 앞으로 보다 많은 기회가 열릴 것이다. 잡는 것은 오롯이 그의 몫이다.

최근 전도연, 공유 주연의 영화 '남과 여'(감독 이윤기)의 촬영도 마쳤다.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낯선 현장에서 기다리는 법을, 적응하는 법을 조금씩 배워나가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민무제에 대해 쌈마이(단역을 지칭하는 일본어)와 니마이(주연을 뜻하는 일본어)가 모두 가능한 얼굴의 배우라고 평가했다. 그가 가지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칭찬이다.

민무제의 행보는 그의 이름처럼 언리미티드(unlimited)다. 장르, 캐릭터, 비중은 중요하지 않다. 더 많은 기회와 다양한 활동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로버트 드니로나 알파치노 같은 색깔이 뚜렷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처음엔 모방으로 시작한다 해도 자기화 시키는 게 중요하죠. 저만의 개성이 살아있는 연기 세계를 확립하고 싶어요"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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